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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65화 (365/374)

365화

반격

고블린들은 식귀를 향해 오히려 달려들었다.

명백히 열세인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고블린들이 한 것은 놈을 향해 독 주머니를 던지는 일이었다.

펑- 펑-

독 주머니는 식귀의 주변으로 날아가 연달아 터지면서 독연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사용한 독의 해독제를 이용해서 독연에 의한 피해를 방지했다.

키이- 케흑- 케헤흑

독연이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는지 그 내부에서 놈이 기침하는 소리가 고블린들의 귓가로 울려퍼졌다. 상당히 심하게 기침을 하는 듯 했지만, 고블린들은 방심하지 않았다. 설령 놈이 정말로 제대로 독에 걸려들엇다 하더라도 놈이 절대 이 정도로 죽으리라고는 판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의 지속성은 상당하지만, 식귀들의 해독성 또한 상당히 높다. 게다가 해독한 뒤로는 오히려 놈의 무기가 될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도 온몸을 비틀어대면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지만 점점 그 강도는 약해져가며, 놈도 조금씩 진정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식귀가 해독을 하기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거라 짐작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블린들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들이 침착함을 지닐 수 있는 이유는 첫번째로 누구라도 하나 이곳에 도착한다면 놈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만 벌 수 있다면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두번째로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독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설령 하나의 독으로 놈을 막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두번째 세번째의 독이 준비되어 있으며 시간차로 공격한다면 그 모든 독을 해독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즉 독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끌 수 있다는것이 그들을 침착하게 만들어 주었다.

고블린들은 놈을 향해 접근하는 것도 최대한 조심했다. 그들의 목적은 결국 루프스나 그의 세 측근들이 적들을 이겨낼때까지 시간을 끄는것, 놈에게 저항할 방법이 없다면 모를까 독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기 시작한 고블린들이 굳이 위험을 자처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고블린들이 놈을 견제하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식귀는 어느새 독에 진정이 되어가는지 차분히 고블린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중간중간 고블린들이 화살을 날렸지만 짧은 시간만에 어느정도 독에 면역력이 생긴듯 보이는 놈은 더 이상 화살의 독만으로는 막아 낼 수 없는 상태였다.

고블린들은 놈을 향해 새로운 독을 집어 던져야만 했다.

이전에 사용한 독이 호흡기를 망가트려서 극렬한 고통을 겪거나 혹은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독이었다면, 이번에는 독에 접촉한 부위가 녹아내리는 종류의 독이었다.

대체로 식귀들은 독에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수준 이상의 독을 이용했을 때의 이야기다. 적당히 약한 독을 이용했다면 놈은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닌 쌩쌩한 모습으로 그들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고블린들이 사용하는 것은 그들이 발견해낸, 혹은 발명해낸 독들 중에서도 순위권에 드는 독들이었다.

그들의 독은 온전한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더라도 식귀에게는 충분한 효험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장 고블린들이 뿌린 독 때문에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들려던 놈은 고통스러워하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이전처럼 그저 놈을 견제만 할 뿐이었다.

고블린들의 독에 당한 식귀의 몰골은 끔찍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 표피는 녹아내리면서 흘러내리지만, 그의 재생력이 그런 상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상처는 다시 회복되고, 독은 다시 그의 표피를 녹여버리는 작업의 반복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그리 오랜 시간을 끌어주지 못했다. 잠깐의 시간 만에 놈은 다시 어느정도 몸을 움직 일 수 있게 되었다.

두번이나 연속으로 고블린들에게 고통을 받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블린들을 향해 다가오는 놈은 녹아내리는 표피로 가려진 모습임에도 그들에게 분노가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놈이 다시 다가오기 시작하는 모습을 확인한 고블린들은 다시 움직였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었다.

다시 한번 놈들을 향해 새로운 독 주머니를 집어 던졌고, 또 다시 식귀는 괴로움에 젖어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몇번이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을까, 가장 위험하다 판단되던 식귀가 아닌 그들 주변에 위치해있던 식귀들을 막던 고블린들이 지쳐가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에서 치고들어오는 동물형 식귀들을 막아내던 고블린들이 계속해서 덤벼들고 날아드는 놈들을 상대하면서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게 전멸하는건가 싶은 그 때 시간에 맞추듯이 루프스도 다른 세마리의 식귀를 상대를 마치고는 고블린들을 돕기 위해서 달려왔다.

후웅- 후웅- 후웅-

나타난 루프스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그보다 수준이 낮다지만 기껏해야 한단계 차이였기 때문인지 루프스의 몰골이 엉망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것 뿐이었다. 식귀를 향해 도끼를 겨누는 그에게서 상처입은 모습이라거나, 어딘가 지쳐보인다는 인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루프스의 주변으로 세자루의 도끼가 회전하고 있었다. 날카롭고 묵직하게 허공을 가르는 도끼를 그는 의념을 통해 조종했다.

루프스가 조종하는 도끼는 그대로 식귀를 향해 날아들었다.

후웅- 후웅-!

붕붕 회전하면서 날아드는 도끼는 그대로 식귀의 두개골을 목표로 휘둘러졌다.

까가각-

도끼는 식귀가 휘두른 촉수에 부딪쳐 막혀버렸다. 생물의 육신과 단단한 도끼가 충돌했다고는 생각할수 없는 거친 마찰음을 내면서 공격이 막힌 것이다.

그러나 이격은 막지 못했다. 도끼에 실린 힘을 막아내기 위해서 온 역량을 실은 상태에서 새롭게 들이닥친 도끼를 쳐내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후욱

하물며 막고있던 도끼가 신기루라도 되는듯 사라지면서 균형을 잃은 상태라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콰직-

결국 새롭게 날아든 도끼는 그대로 식귀의 목에 틀어박혔고, 목이 잘려나가면서 고블린들을 위협하던 최대의 위협이 사라졌다.

그 사이 스콘드가 셋중 가장 먼저 상대하던 식귀를 해치우고 프리트를 도와 다른 한마리를 처치했다.

그렇게 그들이 둘의 식귀를 쓰러트릴 무렵 파인피도 그제서야 적을 쓰러트렸다. 워낙 지쳐있었기 때문인지 식귀를 쓰러트린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렇지만 그가 휴식을 취할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루프스에 의해서 주변이 정리가 되면서 바로 움직여야 했다.

주변으로 몰려든 식귀들을 루프스가 여전히 그의 주변을 휘돌고 있는 도끼를 날려서 쓸어버렸다.

그가 권역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도끼들은 그대로 식귀들의 머리를 절단하거나, 치명상을 입혀서 쓰러트려갔다. 네개의 도끼가 그야말로 자유자재라는 말이 어울리게 날뛰어대면서 식귀들을 쓸어갔다.

자연스레 도끼에 의해서 쓰러진 식귀들로 인해서 그 주변에 공백지대가 생겨났다.

그렇게 생겨난 공백을 이용해서 루프스는 고블린들에게 일제히 달리도록 독촉했다.

루프스의 독촉은 주저앉아 쉬던 파인피도 다른 고블린들을 돌보던 프리트와 스콘드도, 그나마 멀쩡한 상태의 고블린들 모두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이후에 또 이보다 큰 피해가 그들에게 닥칠 수 있음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블린들 모두 연속된 전투로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지만 달리는 발걸음을 늦추지 못했다.

뒷펀에 사라지고 있는 식귀들의 시체들 사이로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동족들으 시체들을 뒤로하고 그들은 그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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