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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64화 (364/374)

364화

반격

푸욱-!

돌아선 파인피의 창은 정확하게 식귀의 몸을 관통했다.

화륵- 퍼엉-!

거기에 더해서 그의 창에서 발산되는 화염은 그에게 접근했던 식귀를 완전히 녹여버릴 듯이 부풀어오르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지금까지 파인피가 가장 선호했던 공격방식이고 적중하면 어지간해서는 그대로 일격에 적을 참살하는 위력을 지닌 공격이었다.

크르륵-

그러나 그에게 접근했던 식귀도 보통의 식귀와는 다른 놈이라는것을 증명하고 싶었는지 놈은 그 폭발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복부 부근에 관통상을 드러내놓으면서 녀석은 파인피를 향해 촉수를 휘둘렀다. 다른 식귀들과는 달리 촉수는 단단한 돌로 이루어져있으면서 상당한 신축성을 보이는 기이한 것이었다.

폭연을 뚫고 파인피를 향해 공격하는 놈은 그 외모만으로도 지금까지 나타났던 식귀들과는 다르다는걸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어떤 식귀들과 비교해도 확연히 거대한 덩치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 변이성 또한 지금까지의 어떤 놈들보다 강력하고 특이했다.

고블린들이 상대해봤던 식귀들은 그 힘의 고하는 있을지언정 특징만큼은 일률적이었다. 몸을 단단하게 변이시켜 단단한 갑주를 얻어내고, 팔을 촉수로 변이시켜 보통에 비해서 긴 사정거리를 얻어내는 방식이 그들이 보통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만일 놈들이 제대로 합공 할 수 있었다면 그야말로 성가신걸 넘어서 고블린들로서도 제대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능력들이었다.

놈들의 몇개 없는 단점 중 하나가 그들의 능력을 살리지 못하는 단순한 사고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본래 그와 같은 상황의 고블린들과 달리 제대로된 능력을 지니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변이는 한번에 한종류 뿐이라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들 모두 파인피의 눈 앞에 있는 놈. 그리고 이 자리에 나타난 다른 고블린 형태의 식귀들에게 적용되지 못하는 단점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은 가장 먼저 놈들과 싸우기 시작한 파인피였다.

"성가신...!"

캉-!

파인피는 자신을 공격해오는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촉수를 쳐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녀석들 같으니라고!"

타닷-! 푸욱- 푸욱- 푸욱-

촉수를 쳐낸 파인피는 그가 움직 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놈에게 접근했고, 그가 내지를 수 있는 최속의 속도로 창을 빠르게 찔러넣었다.

키이이잇-!

세번 연속으로 들어간 창격은 그대로 놈의 몸을 꿰뚫으면서 동시에 몸 속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은 분명히 놈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그것은 놈이 온 몸을 비틀거리면서 연기를 뿜어내는 것만 보아도 파인피의 공격이 정타로 들어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놈은 쓰러지지 않으려 했고, 파인피는 다시 놈에게 연격을 퍼부어야만 했다.

크히이이이...

그제서야 간신히 쓰러지는 놈은 분명히 성가신 적이었지만, 그렇다고 대적하는게 불가능한 적은 아니었다.

파인피의 전투를 시작으로 이곳저곳에서 동물형 식귀가 아닌 그 사이에 껴있는 고블린 형의 식귀와 맞붙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나마 놈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에게다행인 점이었다.

루프스가 놈들을 끌어모아 다섯개체를, 그리고 프리트와 스콘드가 각각 한개체를 맡으며 먼저 하나를 쓰러트린 파인피가 또 다른 한개체를 맡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개체가 남아서 루프스의 고블린 무리와 싸움이 붙었다.

다른 이들의 전투는 제법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루프스는 다섯 개체의 합공을 받으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으며, 파인피와 스콘드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각자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파인피도 앞서 전투를 벌였던 경험을 이용해서 빠르게 한 놈을 처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블린 무리가 맞닥트린 두 개체의 식귀는 그야말로 고블린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게다가 놈들만을 마주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여전히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동물형 식귀들의 공격까지 받고 있으니 고블린들에게 희생이 생기지 않을수가 없었다.

"켁!"

한 고블린이 식귀가 휘두른 촉수처럼 늘어나는 주먹에 얻어맞아 그대로 튕겨 날아갔다. 그렇게 날아간 고블린은 그대로 다른 동물형 식귀에게 붙들려서는 그대로 놈의 입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여럿이 힘을 합쳐 간신히 식귀의 공격을 막은 고블린들은 갑작스럽게 덮쳐오는 동물형 식귀에 의해서 땅을 구르고 쓰러졌고, 그 중 일부는 덮쳐오는 식귀들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상황은 루프스도, 그의 측근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성가시게 달라붙는 놈들 때문에 그들을 도와 줄 수 없었다.

그나마 희망이라면 루프스의 손에 의해서 두 식귀가 쓰러졌으며, 파인피도 한마리를 처치하고 또 다른 한마리를 새롭게 붙드는데 성공했다. 다만 루프스가 놈을 쓰러트리는 모습을 보고 겁을 먹었는지 적극적으로 덤벼오지 않아 상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과, 빠른 시간 안에 두 개체를 물리치는데 파인피가 상당히 무리를 한 덕분에 다른 한명을 붙드는 것도 간신히 가능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다른 둘의 전투가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상황은 지하에서 드란과 싸우면서 엄호를 해줘야 하는 고블린들이 엄한 곳에서 희생당하게 만들고 있었다.

무리 중에서 가장 강력한 넷이 더 이상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은 고블린들의 사기를 한층 꺾어버렸다. 그리고 그런 고블린들은 식귀들에게 점점 농락당하면서 점점 빠르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인 상황이 오자, 고블린들은 이를 악물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이상 놈들에게 농락당하고 유린당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제서야 고블린들의 움직임도 조직적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초반에 여럿으로 나뉘고 루프스에 의해서 모여들면서 제대로 전투를 치르지 않았던 덕분에 그들이 정신을 차리는데 희생과 시간이 걸려버린 것이다. 특히나 지금 그들의 틈에서 날뛰고 있는 놈이 그들에 비해서 월등한 강자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자 고블린들도 더 이상 두고보기만 하지 않았다.

일부 은신과 암습에 특기를 두고 있는 고블린들이 은근슬쩍 몸을 감추었고,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자 전위형 고블린들이 놈들을 향해서 격렬하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 궁수 고블린들이 놈들을 향해 독이 발린 화살을 사용했다.

본래 놈들이 독을 이용할 경우를 우려해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데 신경쓰고 있을 틈이 없었다. 전위형 고블린들에 의해서 발목이 붙잡힌 놈들은 궁수들에 의해서 쏘아올려진 화살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쿠르륵-

푹- 푹- 푹-

화살이 몸에 꽂힌 놈들은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의 움직임이 늦춰진 놈의 뒤로 이번에는 몸을 숨겼던 고블린들이 나타나 단번에 그 목을 그어버렸다.

그렇게 주변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형 식귀들부터 하나 둘 정리하는 동안 날뛰는 고블린 형 식귀의 근처에 있던 고블린들도 마구잡이로 자신들을 쓸어오는 놈에게 그저 얻어터지고만 있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들로서는 놈을 이기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해야하는것은 놈에게서 시간을 끄는것.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놈을 향해 몸을 내던지면서 막아섰다. 하나가 못막으면 둘이 막고, 그도 안돼면 셋이, 넷이, 다섯이 달려들어서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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