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화
반격
노인과 그 일행들은 통로의 한편에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이 어울리는 장소도 아니었고 휴식은 커녕 위험이 넘치는 장소였지만, 휴식을 취하는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식귀들은 계속해서 몰려들지만, 그들을 막기 위해서 나서는 이들은 소수면 충분했다. 그리고 나섰던 이들도 충분히 휴식을 취한 이들과 교대하면서 체력을 회복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좁은 길목으로 오는 식귀들을 소수로 막아내는 사이 대부분의 인물들이 충분한 휴식을 통해 체력을 회복 할 수 있었다.
어느정도 재정비를 마쳤을 때 노인은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독촉하기 시작했다. 이 위험한 곳에서 체력을 회복 할 수 있었단 것만으로 최대의 사치였으며, 이제 더 이상 사치를 부릴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퉁- 퉁-
그 증거로 그들의 뒤편에 자리한 벽에서부터 은은한 울림이 노인의 귓가에 까지 울려오고 있었다. 분명히 저 뒷편에서는 막힌 벽을 뚫기 위해서 놈들이 움직이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노인은 그들을 뒤쫒아오던 식귀들을 매장시켰던 길목을 단순히 한곳만 무너트리지 않았었다. 여러개 준비해두었던 마법적 폭탄들을 연달아서 터트림으로서 일정 공간 안에 식귀들을 가둬버린다는 목적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뒷편에서 진동이 울려퍼진다면 그건 안쪽에 있는 놈들이 점점 벽을 뚫어내고 그들에게 근접하고 있음을 뜻하고 있었다.
그나마 한쪽만을 틀어막고 있기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반대쪽에서도 새로운 적이 나타난다면 더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상황이 와버릴 것이다.
사실 어차피 통로를 빠져나가는 순간 양방향이든 사방이든 그들을 조여올 놈들은 무수히 많은건 결국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빠르게 정비하도록 병사들을 독촉했다. 결국 식귀들에게 시달릴 것은 뻔한 일이었지만, 휴식을 취하느라 방심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것과 휴식을 끝내고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것은 큰 차이였기 때문이다.
준비를 마치고 노인은 병사들을 이끌고 그들의 휴식처가 되어주었던 통로를 완전히 벗어났다.
과연 식귀들이 버티고 있던 장소였던 만큼 상당한 수의 식귀들이 있었으며 그 수만으로도 무사히 뚫고 목표에 도달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노인에게도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워낙 바보같을 정도로 막무가내로 덤벼오는 이들이다 보니 충분히 주의만 하고 있는다면 얼마든지, 몇이 덤벼들더라도 체력을 회복한 지금이라면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이 그가 지니고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 희망을 움켜쥐고 노인은 통로를 벗어나 다시 식귀들의 틈새 속으로 몸을 던져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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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 탓- 푸욱!
지하에서 노인이 고군분투 하는 동안 지상에서는 싸움이 한창 이어지고 있었다. 루프스와 프리트가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다시 고블린들을 규합하는 동안 스콘드와 파인피가 그 주변 일대를 정리하고 나섰다.
파인피의 창은 단번에 식귀들의 단단한 두개골을 꿰뚫고 폭발을 일으키는 단발성 공격만으로 그 목숨을 끊어냈다.
콰직- 콰직- 콰드득-
스콘드의 경우는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라고 말해도 좋은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그가 다루는 시체들이 일어나 단번에 달려들어서 놈들의 살점을 파먹어대는 모습은 그야말로 끔찍했지만 동시에 충분한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나 재생능력이 좋은 놈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머리에 칼이 박힌다고 그대로 죽어버리는 생물적인 면모가 비교적 약한 놈들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게 차근차근 수를 줄여나가다보면 언젠가는 놈들도 완전히 지쳐서 나가 떨어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루프스에게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그에게 그런 안일한 생각은 져버리도록 만들었다.
푸확- 푸확-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던 놈들이 죽어가는 놈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듯 계속해서 나타났다. 그나마 헤치우는 속도가 놈들이 다시 나타나는 속도보다 빠른 덕분에 전체적인 수는 점점 줄어드는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루프스는 고블린들을 다시 규합하면서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분명히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고 있었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그리고 언제 이 성과가 뒤집혀버릴지는 그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프스는 다리를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설령 놈들이 다시 불어나듯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무한이 아닌 이상 한계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루프스는 자신과 그의 휘하 고블린들이라면 그 한계를 깨부수고 앞으로 나아갈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 선결과제로 일단 이 일대에 모여있는 식귀들을 일제히 소탕해야한다. 그리고 놈들을 단번에 소탕하기 위해서는 뿔뿔이 흩어져있는 고블린들을 모두 규합해서 단번에 몰아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가장 많은 개체들을 기준으로 둔다면 힘 자체로는 명백하게 고블린들의 열세이니 그들이 우세를 점하려면 오로지 여럿이 뭉치는 합공뿐이 방법이 없다.
그렇게 고블린들을 모으고 다니기를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도 없을 무렵이 되어서야 살아남은 고블린들을 대부분 한 자리로 규합시킬 수 있었다.
루프스로서는 최대한 많은, 지금 희생된 고블린들까지 최대한 구출해서 한 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그러나 식귀들의 틈바구니로 홀로 떨어지거나 소수가 뭉쳐서 행동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정도로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많은 식귀들이 모인곳에 떨어진 고블린들은 그리 길게 버티지 못했고, 아무리 루프스가 용을 써도 그들을 구해내기란 불가능했다.
그렇게 흩어졌던 이들을 규합하는데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루프스는 모인 고블린들과 함께 영주성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당연히 식귀들은 영주성으로 고블린들이 접근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푸확- 푸확-
지상에 솟구쳤던 놈들의 상당수가 남아있었지만 영주성을 향한 방향은 파인피와 스콘드의 분투로 공백지대가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생겨난 공백지대에서부터 새로운 식귀들이 솟아나오고 있었다.
"칫, 쉽게 보내주질 않네"
"길을 막으면 다시 뚫어버리면 그만입니다. 흐읍!"
다시 연달아 솟아나는 식귀들의 모습에 루프스늬 투덜거렸지만 파인피는 흥이 나는듯 빠르게 지상으로 솟구쳐 올라오는 식귀들을 향해 내달렸다.
그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 루프스였지만 결국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루프스도 파인피에게 동조하듯이 그 뒤를 쫒아 내달리기 시작했다.
지상으로 솟구친 식귀들은 대부분이 앞서 나타났던 동물형이었지만 그 사이에 그들과 같은 고블린 형태의 식귀들이 섞여있었다.
루프스는 동물형 사이에 끼어있는 고블린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놈들이 어떤 녀석들일지 짐작이 갔다.
아마 지하에 있는 드란의 수작질이 분명했다.
바로 코앞까지 들이 닥쳤을 인간들을 상대하면서도 이곳에 신경을 쓰고 있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게다가 하나같이 한 덩치 하는것을 보니 놈들은 그가 지니고 있는 패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녀석들일 것이다.
어쩌면 그의 측근들 이상이어야만 놈들을 상대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루프스는 짐작했다.
그의 짐작이 사실로 드러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식귀들을 상대하던 파인피에게 놈들중 하나가 접근하고 있었다.
딱히 숨어서 다가오는것도 아니었던 만큼 파인피도 놈이 접근하는 것을 바로 느꼇다.
바로 뒤까지 접근한 놈을 느끼자마자 그는 몸을 회전시켜서 그대로 창을 내질러 놈을 향해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