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화
반격
노인의 명령이 하달되고, 병사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기본적인 진형에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방패병들은 식귀들을 막아서고, 그런 방패병들의 뒤를 창병 혹은 검병들이 받쳐주었다.
궁병과 마법사들은 식귀들을 하나씩 해치웠고, 그렇게 쓰러진 놈들은 그대로 식귀들 속으로 파묻히면서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추어 버렸다.
겉으로 보기에 지금까지와 별 다를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진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바뀐게 없지는 않았다. 간헐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최대한 마력을 아끼고 있던 마법사들의 절반이 조용히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만큼 다른 마법사들이 지금까지의 두배로 다른 이들을 보조하고 있었다.
마법사들의 마력은 빠른 속도로 소모되어가고 있었지만, 다른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기까지 버티는게 가능했다.
마법사들의 마법이 완성되어가는듯 마법사들의 모습이 일그러지는 것이 마치 주변이 출렁이는 듯 했다.
노인도 그 모습만으로 마법이 완성된 것을 눈치채고는 한 장소를 지목하고는 소리쳤다.
"발동해라!"
마법사들은 노인의 지시에 맞춰서 그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마법을 선보였다.
"ㅡㅡㅡ!'
"ㅡㅡㅡ!"
"ㅡㅡㅡ!"
그들은 일시에 동일한 종류의 마법을 발동했다.
콰앙-! 콰과광!
쿠구구구구
지하 전역이 흔들거리는 듯한 충격이 그들을 강타했다. 마법사들이 발동시킨 마법은 정확하게 통로로 통해 다가오는 식귀 무리의 중앙에서 터졌으며, 폭발에 휘말린 식귀들은 그대로 산화했으며 폭발의 중심에서 살짝 떨어져있던 놈들은 그 충격파에 사방으로 튕겨날아갔다.
방패병들은 온 몸을 거대한 방패의 뒤편에 딱 붙어서 튕기는 놈들로부터 몸을 숨기면서 날아드는 놈들을 향해 방패를 들이밀었다.
그것만으로 식귀들은 다시 방패에 튕겨나갔고, 방패를 넘어 날아오는 놈들도 뒤편에서 대기중이던 검병들 덕분에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느정도 상황이 진정되었을 때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초토화된 장소와 참상을 뒤덮으려는듯 다시 다가오고 있는 식귀들의 무리였다.
그렇지만 방금전의 공격이 확실히 그들에게 타격을 주긴했는지 빈틈없이 빽빽하던 공간이 제법 널널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이 노인이 원하던 것이었다.
"움직여라!"
노인의 지시에 따라 통로를 막고 있던 방패병들이 앞으로 돌격했다.
"흐아아아아아압!"
"크아아아아!"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면서 자연스레 고함까지 터져나왔지만 정작 그 주체인 방패병들은 그에 대해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방패를 앞으로 두고 힘차게 돌격할 뿐이었다.
힘찬 돌격에 맞서듯이 식귀들도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방패를 향해 돌격했다. 양쪽 모두 조금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는 무모하게도 느껴지는 돌격이었다.
다만 한쪽이 정말 몸만 믿고 있는 무모한 돌격이었다면, 다른 한 쪽은 무구의 단단함을 믿는 돌격이었다.
맨몸의 식귀들은 그 자체로 강력했지만, 그렇다고 방패병들이 들고 있는 단단한 방패를 단번에 뚫어내고 그들에게 피해를 주기란 불가능했다.
터엉-
케헥
그러니 달려들던 놈들이 그대로 튕겨날아가는 것도 그리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다.
방패병들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식귀들을 튕겨내면서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갔다. 그런 방패병들의 뒤를 검병들을 선두로 모두가 함께 쫒아갔다.
연달아 일어나는 식귀들과의 충돌로 속도가 늦춰지려하면 뒤에서 대기중이던 마법사들의 보조마법으로 다시 속도를 북돋았으며, 힘에 부치는 듯 싶으면 바로 뒤에서 대기중이던 검병들이 그들에게 힘을 보탰다.
식귀들의 방해로 그리 많이 이동하지는 못했지만, 노인은 곧 그의 목표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지하통로에 뚫려있는 전투가 벌어지기 전 지나가던 바로 직전까지 본지 못했던 또 다른 통로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통로에서는 계속해서 식귀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저기다!"
노인은 고함을 치면서 새롭게 나타난 통로로 접근하도록 지시했다. 통로에서 식귀들이 계속해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노인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지시를 받은 다른이들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접근한다면 방패병들이 다가오는 식귀들을 튕겨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다른 이들이 그렇게 떨어져나간 식귀들의 목숨을 취하면서 통로로 다가섰다.
통로를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식귀들을 밀어내 통로에 들어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노인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으며, 다른 이들도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게 계속해서 전진시켰다.
통로는 단조롭게 이어졌다. 그저 일직선의 길만이 그들의 앞에 뚫려있을 뿐이다. 그리고 노인과 그가 이끄는 병사들은 일직선의 통로를 계속해서 달려갔다. 앞에서 여전히 식귀들이 나타나도 상관하지 않았다. 설령 목숨을 끊는데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에 미련을 두지않았다.
그렇게 제법 달린다 싶은 순간 바로 앞에 있는 통로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터덩- 텅-
통로의 끝에 도달하려하자 식귀들의 움직임은 더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들의 뒷편에서 그들을 쫓아 이곳까지 온 식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노인은, 그리고 그의 지시를 받고 동료들이 온 힘을 쥐어짜내는 동안 힘을 비축해둔 마법사는 그런 식귀들의 움직임에 직접 앞으로 나섰다. 정확히는 계속해서 준비해두었던 마법을 발동했다.
"ㅡㅡㅡㅡ!"
마법사의 주문을 외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주변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콰앙-! 콰과광- 쿠구구구궁-!
노인마저도 무의식적으로 귀를 부여잡을 정도로 거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노인의 발바닥은 은은한 바닥의 진동을 느꼈으며, 그들의 후방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불이 합쳐져 검붉게 보이는 불바다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상황을 확인한 노인은 힘차게 움직였다. 이 사태가 그의 지시아래에 발생한 것이라는 것은 그도 잘 아는 일이었다. 오히려 그가 시켰던 일이기도 했다.
폭발은 통로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그 어떤 공격에도 버틸 수 있을것 같던 통로는 마법사들의 마법 아래 그 견고함도 견디지 못했다.
내부에서 폭발하면서 외부에서 또 다른 폭발로 두들겨대니 단단하게 굳혀놓은 통로라지만 무너지는것을 피할 수 없었다.
노인의 지시는 탁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식귀들은 폭발과 함께 무너져내린 통로에 의해서 그대로 압사당했다. 단번에 적들의 전력이 줄어들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뒤를 더 이상 쫓지도 못한며, 폭발이 일어난 장소는 이곳 뿐만이 아니었다. 환호성을 지르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노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을뿐이었다.
그렇게 성가신 적의 집단 하나를 그대로 날려버린 노인은 새롭게 만들어졌던 통로를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통로의 탈출에 성공한 그들은 재빨리 주변을 확인했다. 통로의 바깥.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본래 있던 공터의 반대쪽 통로였다.
그 위치는 과연 노인의 예상대로였다. 다만 그들의 앞길을 막고있는 식귀들의 수는 여전히 무수했다.
게다가 노인의 지시로 그들의 뒷편은 무너져내린 잔해로 꽉 막혀있었다. 퇴로도 막힌 상황이었지만 노인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노인은 그저 제자리에서 방어하기를 지시했다. 이미 대부분이 상당히 지친 상황이니 일단 조금이라도 휴식을 통해 회복해야한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그들이 쉴 수 있는 시간 자체도 그리 길지 못할것이다. 언제 후방이 뚫려서 적들이 모습을 드러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하나라도 더 회복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점과 여기까지 왔다는데서 노인은 충분히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