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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61화 (361/374)

361화

반격

노인은 부하들을 이끌고 앞으로 향했다. 이 안에 있는 놈이 자신들이 이곳까지 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가 바로 얼마전에 겪었던 길을 걸어가는 동안 새로운 식귀를 만나지 못했다.

이미 대부분의 인원들이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던만큼 만에하나 놈들을 만난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은 자명했다. 그렇기에 노인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불안한 한편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성의 지하로 내려가고, 지하를 통해 통로로 내려선 그들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첫번째 공터에 진입했을 때 그들은 그곳에 몰려있는 무수한 수의 식귀들을 볼 수 있었다.

"으으음... 역시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 건가..."

노인은 눈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식귀들의 모습을 보면서 신음을 흘렸다. 놈들이 무한정 자리를 비켜주었을리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헀으며, 이곳에 모여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 모두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이곳에 이렇게 많은 수의 식귀들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열을 가다듬어라!"

선두의 앞으로 보내던 정찰병들과 후방을 경계하며 나아가던 절반의 방패병들이 기존의 진형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노인의 지시에 방패병들은 최선두로 나섰으며 그들의 뒤를 창병들이 뒤받쳤다. 그 뒤에서 궁병과 마법사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며 검병과 전면을 틀어막는데 참여하지 못한 일부의 방패병들이 그들의 주변을 지키면서 경계를 섰다.

그들의 진이 완성되기 무섭게 식귀들은 가장 앞에서 버티고 있는 방패병들에게 달라붙었다.

캬아아아-!

캉- 카가강-

온몸이 무기인 그들은 전력을 다해서 방패에 부딪혔다. 방패병들은 그들의 공격에 최대한 버텼고, 한번씩 나타나는 틈새를 이용해서 그들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창병들이 창을 찔러넣었다.

서로 밀치듯이 달려들던 식귀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마치 파도가 달려들듯이 앞뒤에 있는 동족들은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고 인간들을 향해서 밀려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식귀들은 마치 벽처럼 굳건히 버티고 있는 방패병들을 뚫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열어준 틈새로 계속해서 찔러넣어지는 창격은 식귀들을 그들이 만들어낸 파도속으로 떠밀어버렸다.

몰려오는 식귀들의 모습은 두려운 것이었고, 그들이 만들어낸 물량의 파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쓸려나갈듯한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행인 점은 이 파도가 그들에게만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키잇!

한 식귀가 창에 찔려서 뒤로 밀려났다. 한걸음 뒤쪽으로 밀렸을 뿐이었지만, 일어난 사태는 단지 한걸음의 차이로 일어났다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한걸음 물러선 식귀의 위로 새로운 식귀가 타넘어왔으며 그와 함께 자연스레 뒤로 한번 더 밀린 녀석은 다른 동족들의 발길질 아래에 놓여 밟히면서 뒤로 뒤로 밀려나갔다.

그와 같은 상황이 방패병들과 창병들의 합공이 벌어지고 있는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거기에 식귀들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쉬쉬쉬쉬쉬쉭-

낮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위를 화살비가 덮쳐들었다.

파바바바바바박-

방패병들을 건너뛰고 그들과 붙어있는 식귀들도 지나쳐 전체적인 진형 중에서 중간즈음에 안착한 화살들이 무차별적으로 식귀들을 향해 꽂혀들어갔다.

놈들은 고작 화살따위로 고통에 몸부림친다거나 머리에 화살 한두개가 꽂힌다고 바로 죽어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발걸음은 늦추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끼기기기- 쿠훼엑-

키이- 킷- 키기깃-!

발걸음이 늦춰진 그들은 뒤에서 달려드는 동족들에 의해서 바닥에 쓰러지고, 마찬가지로 동족의 발길아래에 온 몸을 난타당했다.

방패병의 앞에서 밀려난 이들과 마찬가지로 죽어나갔고, 그 외에도 저들끼리 알아서 밀치고 쓰러지고 죽어버리는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방패병들이 굳건히 바치고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지쳐갔다. 어느정도 휴식을 취했다지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고 원체 외부에서 힘을 많이 소모하기도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지쳐가는 방패병들은 점점 흔들렸지만, 끝내 쓰러지지는 않았다. 흔들리는 방패병들의 모습에 창병들이 더 이상 공격하기를 포기하고 모두가 그들의 뒤를 받쳐주었던 것이다.

그나마 방패를 타고 넘어오려는 식귀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창을 찔러넣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방패병들의 뒤에 붙어서 그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받쳐주었다.

그렇게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어지는 그 때 전장에 새로운 이변이 일어났다.

콰앙-!

인간측의 후방. 소수의 방패병들과 검병들이 대기하고 있는 그 장소에 갑작스러운 폭음이 울려퍼진 것이다.

...기...키...

폭음과 함께 피어난 먼지안개 속에서 아스라히 고블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오로지 후방에 있던 이들에게 간신히 들릴 정도로 작았으나, 그 특징적인 울림이 섞인 울음소리만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파악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타닷-

푹- 푹- 푹-

소리의 정체를 파악한 이들은 전면과 마찬가지로 방패병들이 통로를 가로막았다. 방패병들의 대부분이 전면에 가있던 만큼 새롭게 나타나는 적들이 나타난 것이 공터보다도 비좁은 통로라는 것이 그나마 그들에게 다행인 일이었다.

남아있는 방패병들 만으로 비교적 간격이 넓긴 했지만 어떻게든 통로를 틀어막는데는 성공했다. 궁병들을 지키고 있는 검병들은 일부 놈들이 방패를 타넘을 때를 대비해서 뒤에 소수가 대기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절반의 궁병이 정면에서 후방으로 시선을 돌렸고, 놈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화살을 쏘아낼 준비를 했다. 통로가 공터보다도 좁고 높이도 낮았지만 화살을 날리는데 불가능한 정도는 아닌 덕분이었다.

그렇게 어느정도 준비가 되었을 무렵. 확산되어 시야를 가리고 있던 먼지를 뚫고 후방에서 나타난 놈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끼이이이이-!

괴성을 질러낸 식귀들은 정면을 틀어막은 방패병들에게 달려들었고, 그에 맞추어서 궁병들은 화살을 쏘아올렸다.

노인은 양쪽 모두를 번갈아 주시하면서 상황을 살폈다.

양쪽에서 들이닥치는 식귀들의 모습은 충분히 위협적이었고, 그들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게다가 후방에 빠져있던 방패병들은 급격하게 지친 방패병들의 교체 인원들이었다. 특히나 식귀들의 맹공에 여러번 바뀌었던 만큼 현재 후방에 있는 방패병들은 한껏 지쳐있는 이들이라는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양측 모두 순조롭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 사실에 살짝 안도한 노인은 다시 한번 식귀들을 둘러보면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간다면 결국 우리측이 먼저 지친다. 우리보다 약하지도 않은 녀석들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덤벼드니... 그나마 놈들이 마구잡이로 덤벼든 덕분에 우리는 버티기만 하면 놈들이 알아서 죽어주고는 있다만은...'

노인은 눈 앞에서 흩날리는 가루와 같은 무언가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결국 어떻게든 놈들을 뚫어야만... 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노인은 공터의 반대편 입구를 바라보았다. 마치 꽉 막힌 댐에서 물이 방류하듯이 엄청난 기세로 쏟아져나오던 식귀들의 수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줄어들었다 해도 여전히 상당한 수였기 때문에 노인도 그 사실을 인식하는게 늦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줄어든 것은 줄어든 것이고 그렇다면 방패병들의 부담도 점점 덜어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노인은 곧 놈들의 수가 줄어든 원인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언가 방법을 떠올린 노인은 조용히 모두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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