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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59화 (359/374)

359화

반격

루프스는 제법 떨어진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 장면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보고를 받은 것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였고, 저들의 전투장면을 보고 그에게 다가와 보고를 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전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렇지만 최초의 보고로부터 시간이 제법 지났기 때문인지 그의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양상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리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인간들이 식귀들로부터 이긴다는 이미지를 루프스는 전혀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러나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은 그의 그런 생각을 부정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제법이군"

루프스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전투를 벌이는 인간들과 식귀들을 바라보았다. 수차례 식귀들에게 크게 유린당했던 인간들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놈들은 식귀들을 몰아치고 있었다. 한순간이 지날때마다 식귀들의 세력은 크게 깎여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명백한 인간측의 우세로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둘을 공멸시키기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루프스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굳이 그가 움직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전체적으로는 식귀들이 밀리는 양상이었다. 인간들의 공세에 무더기로 죽어나가고 있는 반면 인간들은 조직적으로 뭉쳐서 공격하니 그 피해는 그들에 비한다면 새발의 피라고 말해도 좋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두 세력간에는 그보다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확실하게 식귀들이 우세라고 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강점이 여전히 루프스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였다.

키이이이잇-

키갸갸아아아아

갸아아-!

식귀들은 인간들의 손에 죽고 죽고 또 죽었다. 그 시체는 점점 쌓여갔고 그것만으로 식귀들을 공격하던 인간들에게 방해가 되고 있었다.

"큭... 도대체 그 번식방이 얼마나 있었던 거야!"

방패병과 함께 몰려오는 놈들을 막아서고 있는 이 중 한명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식귀들의 강점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었다.

식귀들은 계속해서 죽어나갔지만 반면에 그렇게 죽어나간 수 만큼, 혹은 그보다 많은 숫자가 인간들을 향해 덤벼들고 있었다.

덕분에 인간들의 우세는 그 뒤로도 한동안 계속되었고, 성의 내부로 진입하는데도 성공했지만, 그들의 전진은 거기까지였다.

"허억... 허억..."

"으으으으..."

강철 같은 체력이라도 지닌듯이 계속해서 식귀들을 물리쳤다. 그리고 그 덕분에 실제로 어느정도 전진하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식귀들은 밀릴지언정 그들의 기세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마치 언데드와 같이 죽음도 불사하면서 덤벼들었고, 동료가 얼마나 죽든지 관심 없다는 듯 시체가 쌓이면 그 시체를 밟으면서 덤벼드니 그들을 상대하는 인간들도 점점 진이 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저울추가 온전히 식귀들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조직력이 와해되고 이전과는 달리 속수무책으로 피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본래 노인이 생각하던것은 단기결전으로 한번에 파고들어서 놈들의 왕을 헤치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식귀들은 생각 이상으로 무수했고, 그들이 뚫어내는 속도보다 식귀들이 수를 무기로 육벽을 쌓아올리는 것이 더욱 빨랐다.

빠른 후퇴를 결정해야했지만, 노인은 중상을 입은 놈들의 왕이 떠올라 그러지도 못하고 무리하계까지 전진에 전진을 거듭한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이미 후퇴하기에는 늦어지고 있었으며, 더더욱 노인이 부하들을 더더욱 식귀들을 향해 전진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인간들이 버거워하는 순간, 루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세력의 전투를 지켜보는 동안 사전에 함께 온 고블린들에게 지시를 내려둔 루프스들은 산개해서 흩어졌다.

고블린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루프스는 차치하고 나머지 고블린들도 그리 약한 녀석들은 아니었다. 하나같이 최상급에 도달한 이들로 고블린들 중에서는 간부진들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한 정예들이었다.

특히나 하나같이 암습에 특화되어 있는 이들이라 양쪽 세력의 틈으로 파고들고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쉬익-

루프스와 고블린들은 전장에 섞여들어서는 유난히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식귀들을 처리햇다.

핏-

키잇!

갑작스레 목에서부터 출혈이 일어난 식귀는 순간 당황해하더니 피가 흐르는 목을 붕잡으면서 부들부들 떨더니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다만 죽지는 않은 듯 그 몸이 사라져가지는 않았다. 목이 절반 가까이 잘리고도 살아남는데다가 지금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놈들의 모습은 혀를 내두를만 했다. 하지만 루프스는 그리고 고블린들은 놈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단번에 무력화된 식귀의 목을 완전히 베어내 확인사살한 루프스는 새로운 적을 찾아 움직였다.

식귀들 중에서도 눈에 띄도록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놈들.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식귀들이 인간들을 향해 집중해서 돌진하도록 만들고 있는 지휘개체들이었다. 게다가 그나마 다른 식귀들에 비해서 어느정도 지능도 지니고 있어서 식귀들이 몸을 던져 인간들의 전진을 막아세울 때, 그 틈으로 파고들어 위협적인 공격을 하기도 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골치아픈 놈들이라고 부를만 했다.

그리고 그런 놈들이었기에 루프스가 일부러 골라서 처리하고 있는 것이기도 헀다.

여전히 식귀들은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만큼 죽어나가고 있었다. 다만 그들의 움직임도 조금씩 변화가 왔다. 일부러 사방에서 동시에, 계속해서 달려들어 물량전을 시도하던 식귀들은 어느새인가 제각기 따로 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달려드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놈들은 제멋대로 날뛰며 오히려 같은 식귀를 상대로 본의아니게 공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야말로 점점 엉망으로 치달아가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기습을 해오던 지휘개체들도 더 이상 기습을 시도하지 못하게 되자 슬슬 인간들은 다시 전열을 정비하는데 성공했다.

전열을 가다듬은 인간들은 다시 눈 앞에 있는 식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특히나 초반에 마법을 퍼붓고 간간히 보조만을 해주던 마법사들도 어느정도 회복하는데 성공했는지, 간간히 위험한 장소를 향해 마법으로 잠시간 여유를 되찾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계속해서 전진했고, 어느새 그들은 제라임 성. 그 중에서도 영주성의 바로 앞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

루프스는 주변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성의 안으로 들어서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하명씩 안으로 들어갔고 어느새 그들의 대부분은 안으로 들어가 더 이상 그의 시야에 인간들이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루프스는 어느새 그가 숨어있는 장소까지 도착한 그의 군대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들이 등장하자 제라임 성에서도 새로운 반응이 나타났다.

푸확-

푸확-

지면을 뚫고 식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번에 나타나는 놈들은 인간들이 상대했던 이들과는 다른 동물형의 식귀들이었다.

하나하나가 최상급 몬스터와 비등한 수준의 힘을 지니고 있는 만만치 않은 놈들의 등장에 루프스는 침음을 흘렸지만, 어느정도 예상하기도 했던 일이었다.

드란의 실력은 명백하게 그보다 위에 있었고, 중상을 입었다고 하나 그가 루프스의 기척을 느끼지 못하기를 바라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실제로 드란은 그를 느꼈고, 그 증거로 그의 등장과 함께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식귀들이 바닥을 뚫고 튀어나왔다. 여태까지 인간들과 싸우면서도 나타나지 않던 놈들의 등장이었다.

그만큼 드란이 인간들보다 루프스를 더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였으며, 동시에 그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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