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화
반격
제라임 성의 인근에 도달한 인간들은 그들의 앞을 막아서는 이들을 바라보며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켜야만 했다.
"뭐가 이렇게 많아..."
노인의 인도하에 이곳에 도착한 이들은 자신들의 앞길을 막아서는 놈들을 보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 하나가 만만치 않은 식귀들이 빽뺵하다해도 좋을 만큼 이 자리를 매우고 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이정도는 예상했다는 듯이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믿고 다른 이들도 눈 앞의 식귀들을 향해 검을, 창을, 활을 겨눌 수 있었다.
노인은 점점 다가오는 식귀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심 식은땀을 흘렸다. 이미 지하에서 저들을 보았을 때, 그리고 그 무수한 수를 확인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많은 수가 그들을 막기 위해 나설것이라 짐작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짐작하는 것과 직접 마주하는 것은 달랐고, 그들의 무수한 수는 확실히 그에게 은은한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다만 그가 적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참아내는 것은 이 자리에 그만이 있는게 아니며, 그와 함께 적들을 상대해야하는 동료들 그리고 부하들이 바로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겁에 질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 불안감은 전파될 것이고, 그렇다면 승리를 향해 시도정도는 할 수 있는 전력이 단숨에 오합지졸로 변해버릴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속과는 달리 겉으로는 침착한 자세로 식귀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그들이 육안으로 명확하게 식귀들 하나 하나의 얼굴을 확인하는게 가능할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을 때 노인은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
"방패병!"
한걸음씩 마치 압박하듯이 다가오는 식귀들을 보면서 노인은 고함을 치듯이 지시를 내렸다. 그의 지시와 함께 선두를 차지하고 있던 이들이 전면에 거대한 방패를 내세우더니 그대로 지면에 박아서는 버티기 위한 진을 쳤다.
방패병들이 진을 치는것과 그리 큰 시간차 없이 식귀들은 그들의 앞에 도달했고, 자신들을 막아 선 방패병들을 향해 달려들기 쉬작했다.
카가가각-
"크윽!"
날카로운 촉수, 단단하고 거대해진 팔뚝으로 밀어붙이자 전면을 막아세운 방패병들도 초반엔 잘 버티나 싶더니 갈수록 점점 버티기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여주었다.
"공격!"
하지만 그 사이 노인을 비롯한 남은 이들은 그저 놀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식귀들의 공격을 전면에 막아세운 그 때, 후방에서 대기중이던 마법사들이 일대 폭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다수대 다수에서는 항상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공격방식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법이었다. 특히나 마법 종류를 잘 사용하지 않는 몬스터들을 상대 할 때는 특히나 효과가 좋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법에 당하는건 식귀들이라고 예외가 될수는 없었다.
그 예시로서 방패병들을 향한 열띤 공격들이 점점 기세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후방에는 여전히 많은 식귀들이 있었으나, 마법의 폭격으로 마치 강줄기가 끊어지듯이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설령 억지로 전진한다 하더라도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갔다.
그러나 마법의 폭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이전, 지금 상대하러 가는 식귀들의 왕과 비등한 수준으로 짐작되던 식귀, 쿠알론을 상대할때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라는 공격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마법사들의 수는 당시와 비슷하며 모두가 마력 고갈에 걱정하지 않도록 충분한 대비책을 들고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절반에도 못미치는 폭격의 시간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킬만한 것이었지만 인간들 중에서는 누구 하나 거기에 토를 다는 이들은 없었다.
게다가 그 이유는 금세 알 수 있었다.
마법 폭격이 끊어지자 방패병들의 후방에서 대기하던 창병들이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였다.
"흐아앗!"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내듯이 창을 찔러넣었고 공격대상이 된 식귀는 그 공격을 제대로 피해내지 못했다.
키에에에엑-
가슴에 박혀든 창대를 부여잡으면서 발버둥을 쳤지만 한번 더 손목에 스핀을 주면서 찔러넣는 공격에 그대로 가슴이 관통당해 절명했다.
방패병들은 후방에서 창을 찔러넣기 좋게 타이밍에 맞춰서 방패의 틈을 열어주었고, 창병들은 계속해서 그 틈으로 적을 찔렀다. 그 공격은 확실히 먹혀들고 있었으며 어쩌면 이것만으로 식귀들을 물리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항상 그러하듯이 사태는 그들의 막연한 희망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키이이이이잇-!
캬하아아앗
끼게게게게겍-
식귀들은 단순히 그 정도의 싸움으로 자신들을 물리 칠 수 있을줄 알았냐는 듯이 연달아서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끝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끈질기게 달려들었고 그들을 막아내는 방패병들도 그들을 찌르는 창병들도 버티기가 버거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때에 대비해서 노인은 수를 아껴두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껴두었던 수를 마음껏 내보이기 시작했다.
"방패병들은 제자리를 사수해라! 그리고 창병들은 그런 방패병들을 보조하라!"
그렇게 두 병과가 공격이 아닌 방어에 집중하자 그들이 느끼고 있던 버거움이 조금 해소되었다. 노인은 전열이 어느정도 안정되는 듯 하자 다음 지시를 내렸다.
"검병! 돌격!"
창병과 방패병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밀어오는 식귀들을 막아내고, 그 사이로 검병들이 앞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들의 돌진은 분명하게 식귀들에게 인지되어 버렸다.
키잇!
정면의 마치 벽처럼 뚫리지 않는 놈들보다는 새롭게 나타나는 놈들을 상대하겠다는 생각인지 식귀들의 대부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달려드는 검병들을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떄. 마법사들의 폭격이 비교적 일찍 끝나게 되었던 원인이 드러났다.
"ㅡㅡ!"
"ㅡㅡㅡㅡㅡ!"
낭랑한, 동시에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외침이 병사들과 식귀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만들어낸 파장은 확실하게 인간들의 우세를 만들어주었다.
달려드는 검병들의 몸에 느닷없이 빛이 머물더니 그들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반면 식귀들은 마찬가지로 빛이 머물렀지만, 오히려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리고 황무지와 같은 바닥에서 식물이 솟아나와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으며, 갑자기 땅이 파이면서 식귀들의 움직임을 늦추기도 했다.
명백하게 마법으로 만들어진 상황은 검병들의 우세를 만들어 주었다.
검병들은 가까이 위치한 식귀들을 물리쳤고, 완전히 여유를 되찾은 방패병들과 창병들이 그들의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가 한층 더 격렬하게 맞부딪쳐 갈 무렵, 루프스의 고블린들은 그런 두 세력의 모습을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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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루프스는 자신의 앞에 와서 보고를 올리는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그가 지니고 온것은 그에게 희소식이라고 부를만한 것이었고, 루프스는 그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겼던 루프스는 소수의 고블린들을 선발했다. 각각 하나같이 잠입능력, 그리고 은신능력이 뛰어난 고블린들이었다.
그와 함께 갈 인원을 뽑아낸 루프스는 그들을 이끌고 그의 뒤를 따르는 부하들 보다 앞서나갔다.
동시에 남겨진 이들에게는 다급하게 오지 말고 지속적인 정찰병들의 보고를 받으면서 천천히 그들이 확실한 우위를 점할수있는 순간에만 움직이도록 지시를 내려두었다. 루프스는 프리트가 확실히 그의 명령을 이어받는 것을 보고는 훌쩍 뛰어서 소수의 고블린들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가신 적들, 그리고 경쟁자의 숫자를 사전에 줄여두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