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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54화 (354/374)

354화

재정비

루프스가 직접 적진에 침투하는 일은 매번 큰 전투가 있기 전까지 매번 있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적들이 기본적으로 루프스의 세력보다 강대한 세력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연히 적들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만했고, 그에 대한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은 루프스 뿐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에 대해서는 그리 다를 것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그의 역할을 대신 해줄만한 이들이 있지만, 그들로서는 이전 쿠알론이 이끌던 부족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제라임 성을 침투시키기에는 불안함이 컸다.

그리고 루프스는 어떤 정보든 직접 확인하기를 원하고 있다. 한차례 걸러서 들어서는 정확한 정보를 인식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준비의 마무리를 하면서 그나마 여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 그 뿐이라거나, 프리트에게 대부분의 일을 맡겨놓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수는 없다는 생각들이 그가 직접 나서게 만드는 이유였다.

그렇기에 루프스는 일직선으로 제라임 성을 향해 달려갔다.

///

노인은 한껏 조여오는 긴장감을 느끼면서 영주성의 문을 열었다. 마치 검은 기운이 뭉게뭉게 솟아나는 듯한 느낌의 문을 열면서 그는 오싹해져 오는 등골에 꿀꺽하고 침을 들이켰다.

끼이익-

기름칠되지 않은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경첩소리를 내면서 그 속내를 보여주었다.

예상대로라고 해야될까, 문의 뒷편은 조그마한 조명도 없이 어두컴컴했다. 그나마 문으로 들어가는 일말의 빛만이 그 내부를 비춰주고 있었다.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도 빛이 비추지 않아 한걸음 내딛기도 어려워 보였다. 다행히 그들 일행에는 마법사가 남아있었고, 그녀는 앞길을 밝히기 위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ㅡㅡㅡ"

그녀의 마법은 어두운 내부를 밝혀주었고, 노인의 일행은 충분한 시야를 확보 할 수 있었다.

저벅 저벅

조심스레 앞으로 걸어가는 노인은 이곳이 정말 적진의 한가운데라는 생각 때문인지 더더욱 주변을 경계했다. 설령 이곳에 오기까지 식귀들을 못보았지만, 그것이 이곳에 식귀들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물론이고 그의 일행들 또한 주변을 경계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앞으로나아가던 그들의 앞으로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은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과 아랫층으로 향하는 계단 두가지가 그들의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에 대해서는 떠오르는게 있었던 노인은 일단 위층부터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위층에서 또 위층으로 올라가던 그들은 반파당해 천장이 뚫려 횡하니 바깥을 보여주는 꼭대기 층까지 돌아다니면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폐허와 같이 어지러지고 먼지가 쌓여있는 건물의 모습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위층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다시 1층으로 돌아왔다. 도로 재자리로 돌아온 그들은 당연스레 지하를 향해 움직였다.

저벅 저벅

고요한 공간에 오로지 그들의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마치 천둥이라도 치는 듯 크게 느껴지는 소리였지만, 그들이 지하 바닥에 내려설때까지 그 무엇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으음... 놈들은 여기를 버린건가?"

노인은 여태까지 나타나지 않는 식귀들의 모습에 의아함을 품었다. 이 근방에서 놈들을 보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식귀들이 전멸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니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 제라임 성의 모습은 전투의 여파로 제법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이곳에서 퇴각했다는 것이 가장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수확도 건지지 못했다는 사실에 입맛을 다신 노인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괜히 시간을 끌 생각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대로 일이 흘러가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퇴각하기를 결정하려던 노인의 결심은 금세 허물어지고말았다.

"어르신! 여기에 이런곳이!"

그와 함께 이곳까지 온 동료중 한명이 무언가를 발견한듯 다급하게 그를 불러들였다. 그의 어딘지 굳어있는 목소리는 무언가를 발견했음을 암시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발견한게 그저 단순한게 아닐것임은 분명했다.

노인은 자신을 부른 이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가 발견한 무언가를 확인한 노인은 마른침을 꿀꺽 삼켜야했다.

"여기겠군..."

침을 꿀꺽 삼킨 노인은 눈 앞에 있는 것을 노려보았다. 여러번 봐서 익숙한 것. 그리고 최근에는 식귀들의 침공을 막느라 보지 못했던 것. 지하로 향하는 조그마한 구덩이가 그의 앞에서 마치 들어와보라는 듯이 불길함으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노인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가 이곳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이곳을 지키는 식귀들이 없는 것이 이상사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구덩이를 바라보는 노인의 눈빛이 결연해졌다.

이곳에 들어가지 않으면 최근 일어난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만이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시달리게했던 식귀들을 물리칠 단서가 되어줄지 몰랐다.

이 안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혹은 이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그 모든 것은 눈 앞의 구덩이, 지하통로로 들어서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자리에는 그동안 그를 도와준 그의 동료들이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도 노인과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하나같이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이곳에 들어감으로서 그들 모두가 전멸 할수도 있었다. 어쩌면 이곳에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그들의 고향인 왕국은 무너져내릴수도 있었다. 어쩌면 단순한 헛고생으로 끝날지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눈 앞의 통로는 그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것이라는것 또한 이해했다.

노인은 동료들을 바라보면서 긴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도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 통로로 들어가는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날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가 해준 것은 그저 혹시 돌아갈 이들은 돌아가라고 그저 잠시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뒤로 돌아 이곳을 나가는 이들은 없었다.

"흐하하하하"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노인은 눈 앞의 구덩이를 향해 몸을 던져넣었다.

그의 뒷편을 지키던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그를 쫒아 구덩이로 몸을 던졌다.

///

노인의 일행들이 영주성 지하에 있는 통로를 향해 몸을 내던지고 있을 때. 루프스가 마침내 제라임 성으로 들어섰다.

"흐음..."

루프스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영주성을 향해 움직였다. 여기저기 파여진 흔적들이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졌음을 의미하고 있었지만, 지금 루프스에게 관심을 끄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누군가 왔었군"

바닥에 남아있는 발자국을 확인하면서 중얼거렸다. 발자국은 일직선으로 영주성으로 향해 주욱 뻗어있었다.

노인과 그 일행들의 발자국이었다. 이곳에서 나타날 놈들이라곤 식귀들 뿐이라는 생각이 그들이 남기는 흔적을 지우기를 게으르게 만들었다.

식귀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생명체를 찾아낼 뿐 남아있는 흔적을 쫒는 놈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루프스는 바닥에 남아있는 흔적을 쫒아 영주성으로 향한 것이다.

노인들이 들어섰기 때문일까,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루프스가 들어가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영주성의 안으로 들어선 루프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지하로 향했다. 계단에 남아있는 흔적이 위층은 올라가고 내려간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지하는 내려간 흔적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까지 처들어온 이들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위층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게 맞을 것이라고 루프스는 생각했고,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지하로 향한 것이다.

과연 그의 생각대로 지하에는 그가 혹시나 싶었던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름아닌 노인들이 들어선 지하통로로 향하는 구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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