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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52화 (352/374)

352화

재정비

노인은 그의 동료들과 함께 식귀들에게 빼앗긴 영토로 발을 들이밀었다. 그가 정찰을 나서면서 왕국에는 그리 깊숙이 들어가지는 않을거라 이야기를 해두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왕국도, 그와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도 누구 하나 믿지 않았다. 그리고 노인도 그들이 그런 보고를 믿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도, 그의 동료들도, 그리고 그에게 허가를 내린 왕국도 정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확실히 현재로서는 처들어오는 식귀들의 숫자는 획기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든 상태였다. 이전 식귀들을 상대하면서 일일이 무리를 해야만 했던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유리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누구 하나 이 상황이 영구적으로 지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 미지의 영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했으며, 그런 장소를 들어가서 살아돌아올수 있는 인력 중 가장 피해를 적게 볼 수 있는 집단이 노인이 이끌고 있는 이들 뿐이었다.

게다가 최근 왕국은 내환만이 아닌 외환으로도 시달리고 있었다. 점점 더 혼잡해지다보니 아무래도 보고와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다만 그 덕분에 그런 허술한 보고가 통과되는게 가능했다.

식귀들의 영역으로 첫 발을 내딛은 그들을 맞이해 준 것은 다름아닌 고요한, 숲과 다름없는 환경이었다.

인간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그야말로 울창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숲으로 변해 있었다. 특히나 그들이 발걸음을 내딛은 장소는 다름아닌 빼앗긴지 얼마 지나지 않은 장소였다. 애초에 놈들의 영역 외곽지역들이 하나같이 최근에 그들로부터 빼앗은 장소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평화롭군 그래"

지하에서의 광경을 떠올려본다면 숲이 자라나기 전에 모조리 먹어치워서 완전히 황폐해 지는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노인이 생각했던 놈들의 영역의 풍경은 그런 광경이었다.

그러나 눈 앞의 광경은 짐작과 정반대였다. 오히려 깊숙히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더욱 울창한 숲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은 그야말로 울창한 풍경에 넋을 놓아버렸다.

"지들이 뭐 엘프야 뭐야? 왜 이렇게 숲이 크게 자라나 있는거야?"

노인의 동료 중 한명은 생각지도 못하게 변해있는 풍경에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가 그처럼 어처구니 없어하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한편 풍경에 당황하던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것에 신경 쓸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스윽

손을 내뻗어 움직이지 못하게 막은 노인은 유심히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옆에는 그가 알아차리기 전에 그들의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차린 이가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적이군"

노인은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이들은 일제히 전투 태세로 들어갔다.

방금까지 넋 놓고 있던 모습이 거짓이라는 듯 일사분란한 움직임이었다.

쿠우우우-

그곳에 있는 것은 그동안 알고 있던 식귀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식귀들 특유의 비쩍 마른 몸에 식귀들의 영역을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모습만으로도 형상이 다르다 하더라도 그 정체를 알아내기란 어렵지 않았다.

킁- 킁킁

"...늑대?"

녀석은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 놈의 모습은 영락없는, 그 모습 그대로 굶주린 늑대와 같았다.

흔하디 흔하게 마주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늑대였지만, 상대의 정체를 늑대라고 알아차린 만큼 노인과 그 동료들은 녀석을 경계하는 한편 더욱더 주위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식귀들은 기본적으로 혼자다니지만, 애초에 단체생활이 몸에 베였다고 할 수 있는 늑대들이라면 몸에 베인 버릇처럼 이 주변에 그의 무리가 머물고 있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짐작은 머지않아 드러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크르르르

낮은 그르렁 거림이 그들의 귓가로 들어왔다. 이미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던 만큼 그들은 이 그르렁거림의 주인이 누구인지 금세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있는 장소에서 머지 않은 곳에서 또 다른 늑대형 식귀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칫!"

"이런"

생각지도 못하게 허무한 발각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금새 드러났다.

자박 자박

수풀이 밟히는 소리와 함께 지금까지 어디 숨어있었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다수의 늑대형 식귀들이 연달아서 모습을 드러냈다.

한 녀석에게 시선이 집중되어있는사이 그들 자신도 모르게 포위망은 구축되어 있었다.

그렇게 불리한 상황에서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후우... 후우..."

노인은 격렬한 전투로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그의 주변으로 그의 동료들이 모여들었다.

전투는 제법 길게 끌려졌다. 늑대형의 적들의 수가 생각보다도 많았다는 점과, 녀석들의 협공이 상상 이상으로 위협적이었다는것이 그 원인이었다. 특히나 이성따위는 전혀 없는걸로 알고 있는 식귀들 치고는 상당히 지능적으로 나오기도 해서 더더욱 고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들의 수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단독으로 놈을 처치하는게 가능한 이들은 단 열명 뿐이었고, 그동안의 전투로 여럿을 잃어 칠십뿐이 남지 않았지만, 그만한 동료들의 숫자는 장식이 아니다.

당연히 다수가 달라붙어서 놈들을 저지했고, 그 사이에 열명이 끼어들어서 처치하는 식으로 전투가 진행된 것이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전투는 끝이났고, 노인은 전장을 수습하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여럿 피해를 볼 뻔한 전투였지만, 누구 하나 돌아가자 이야기하는 이들은 없었다. 애초에 적진인만큼 위험은 상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늑대들은 강한 적이기는 했으나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그들이 가장 많이 싸워온 고블린 형태의 식귀보다 그리 까다로운 적도 아니었다.

그들이 주로 상대했던 식귀들은 원래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이것저것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사용했다. 몸을 전혀 다른 이형으로 변이시키는 것도 그 예시라고 할 수 있었다.

반면 늑대들과 같은놈들은 아무래도 본래의 본능이 더 깊게 남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고블린형 식귀들과 다른 것인지 기본적인 늑대의 태도와 다를바가 없었다.

숲지대가 있는 국경지대에서는 식량 확보를 위해 나설 때 가장 많이 부딪치는 것은 늑대들이었다. 아무래도 다수가 뭉쳐서 다니다보니 생존율이 꽤 높은 듯 그곳에 있는 동물들 대다수가 늑대들일 정도였다.

덕분에 그들이 늑대를 상대해본 경험은 충분했고, 그건 이번 전투에서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

개체마다 다른 특징들을 보여주는 고블린형 식귀들과는 달랐다.

어느정도 정리를 끝마친 그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가는 길목 길목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의 식귀들이 나타났지만, 모두 하나씩 이겨 낼 수 있었다. 게다가 그럴수록 그들은 더더욱 힘을 냈다.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놈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곳에 무언가가 있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이어갔을까. 십수일에 걸쳐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던 그들은 끝끝내 제라임 성까지 다다를 수 잇었다.

요새를 제외하면 고블린들의 손에 가장 먼저 빼앗긴 성. 그리고 식귀들의 발생지로 의심받고 있는 장소중 하나이기도 했다. 게다가 놈들의 발생 직후 이 근처로 정찰을 나선 이들도 있었지만 돌아온 이들은 아무 수확도 건지지 못한 상태였으며, 그나마 무언가 알아냈으리라 믿었던 이들은 단 한명도 귀환하지 못했었다.

적들의 최심부. 어찌보면 마경으로까지 여겨지는 장소에 도착하자 그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벽에 가려져서 성벽과 성문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내부에서 들끓는 듯한 불길함은 보지 못하더라도 분위기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꿀꺽-

그렇게 그들은 긴장감에 한껏 숨죽인채 제라임 성으로 침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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