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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51화 (351/374)

351화

재정비

"휴우..."

순찰을 돌면서 한차례 식귀들과 크게 전투를 벌인 노인은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끝이 없네요..."

그런 노인의 곁에는 계속해서 끝도없이 나타나는 식귀들의 행태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노인의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래도 언젠가 끝은 있을 터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 끝을 희망하면서 놈들이 나타날때마다 저지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지켜야 하는 이들이 남았을 때의 이야기 아닌가요..."

청년은 노인의 말에 힘없이 대답했다. 최근 그는 식귀들과의 전투에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물량은 사실 생각보다도 그들에게 그리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일단 식귀들이 나타나는데 어떤 제약이 있는것인지 단번에 일정 수 이상이 나타나는 일은 드물었으며, 주기적으로 정리만 한다면 충분히 그들로서도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진짜 문제는 이녀석들이 아니니까 말이죠"

청년은 눈 앞에서 가루로 화해 사라져가는 식귀의 시체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바람에 민들레씨가 날아가듯이 부스스 흩어지면서 사라지는 모습은 어찌보면 신기한 장면이기도 했다. 다만 여러번 목격한 장면이다보니 그들에게 그다지 감흥없는 장면이기도 했다.

"으음..."

노인은 청년의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그들의 왕국은 식귀 뿐만이 아닌, 외부적인 이유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식귀들을 상대하기위해서 국경지대에서 차출되었지만, 만일에 대비해서 광역 공격이 가능한 마법사들은 대부분 그대로 머물도록 되어있었다. 실제로 과거 노인이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식귀를 상대 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요행이 겹치면서 그들에게는 다행히도 인접국가에는 그들이 국경지대를 떠나있다는 정보가 들어가지 않은 듯 싶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던 마법사들의 일시적인 차출이 문제가 되었는지 그 때를 기점으로 인접 국가들의 움직임이 수상하게 바뀌었다.

그나마 일년에 가까운 시간을 끌었지만, 그것도 이제 슬슬 한계에 달했는지 국경쪽으로 군사들을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악재들이 겹치고 그런 소식을 들어야했던 노인과 그의 동료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져만 갔고,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싸우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것인가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일년이나 이 사실이 숨겨졌다는것도 기적처럼 느껴지긴 합니다만.."

청년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넓은 평야지대에 그와 동료인 이들 몇이 바닥에 쓰러져서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가루로 변해가는 식귀들의 모습이 그 틈 사이로 듬성듬성 끼어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좀 더 멀리 던진 그는 시선의 끝에 간신히 걸리듯 들어오는 거대한 도시를 바라보았다. 거대하고 웅장한 모습의 도시였지만, 그 외곽은 매우 어지러운 상태였다.

얼마나 많은지 식별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수를 이루는 인원들이 간이 천막을 세우거나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게다가 도시의 주변을 어지럽힐 뿐만이 아닌, 혼잡한 상황을 유도하듯이 도시의 주변은 온갖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기껏 시간을 끌면 뭐하겠는가... 그 시간이 결국 쓸모가 없어지고 있는데..."

노인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청년에게 동조했다. 그는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지만 상당한 시간을 온갖 전투 속에서 함께했던 노인은 알 수 있었다. 그에게는 지금 사태도 한없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있으며 거대한 도시, 수도의 성벽 주변을 둘러싸듯이 간이 천막을 치면서 머무는 이들은 그 결정체와도 같은 이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청년과 담소를 나누면서 잠시 지친몸을 쉬이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움직여야했다.

아직 모든 일이 끝난것은 아니며 지금도 어디서 식귀들이 그들의 영역에서 활개를 치고 잇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그들은 정기적인 교대로 인한 휴식을 제외하고는 조금도 쉬지 않고 움직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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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식귀들과 싸워오고 지금도 비슷한 숫자를 상대로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인간측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평소와 다른 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어째 요즘 놈들이 나타나는 빈도가 줄어들지 않았나요?"

전에 노인과 담소를 나누던 청년은 또 다시 한 무리의 식귀들을 물리치고는 노인에게 물었다. 전투의 마무리를 짓고 전장을 정리하고 있던 노인이 그의 물음에 반응했다.

"음? 흠... 그러고보니 그런것 같구만. 녀석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보군"

최근 식귀들의 출현이 줄어들면서 이전에 비해서 생기가 감도는 둘은 잘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예전과 같았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의아해 하면서 조사를 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 것도 있고, 동시에 식귀들 외에도 외부에서 나타나는 적들의 도발 때문에 신경쓸것이 많은 그들은 그에 대해서 특별하게 알고 있는건 없었다.

오죽하면 식귀들의 출현 빈도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지금 이야기를 듣고서야 떠올렸을 정도였다.

"최근에 어째 이전에 비해서 피로가 좀 덜하다했더니 그게 원인이었군"

붕- 붕-

메이스를 휘두르면서 힘을 점검한 노인은 자신의 추리에 감탄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청년은 어처구니 없다는듯 바라보았지만, 그도 내심 안심이 되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가 할일은 바뀌지 않는다"

노인은 메이스를 놓고 팔을 휘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의 말에 청년은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의 이야기에 수긍했다.

"그 정도 사실쯤은 이미 알고 있어요"

청년은 그가 마치 자신을 애취급 한다고 느끼고는 퉁명스런 어조로 대답했다.

"그렇지만 가까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도는 알아봐도 좋지 않겠나?"

그런 청년의 반응에도 노인은 허허로이 웃으면서 그를 이끌고 걸어나갔다. 그가 이야기하는 곳은 다름아닌 지금보다 외곽쪽으로 향해보자는 뜻이었다. 이미 그들이 활동하는 영역에서 최외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였지만, 놈들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외곽의 경계선을 넘어야만 했다. 그리고 노인이 이야기하는 곳은 바로 그 경계선의 너머였다.

청년도 그의 말에 솔깃한 반응을 보였다. 둘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숨어서 쑥덕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다가 혹시나 놈들이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노인은 이전, 놈들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해매면서 보았던 것을 잊지 않았다.

그 광경은 정말이지 잊는게 오히려 더 힘들정도의 광경이었다.

그런 광경을 연출했던 놈들이 이렇게 맥아리가 없다는게 그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놈들의 영역으로 바뀌어버린 장소를 조사하고자 생각했다.

다행히 그와 동조하고있는 이들은 옆에 있는 청년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지하통로를 다녀온 이들은 모두 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곳에는 그들이 상상하기도 어려울정도로 많은 수의 식귀들이 있었다. 특히나 그곳은 놈들의 상당한 양의 전력들이 모여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보았던 피가 차게 식을듯한 공포는 몰론이고 이기기 버겁다고 느꼈던 놈들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일년쯤 전에 조우한 식귀가 그들의 예상을 훨씬 웃돌았지만 그것도 이제 과거의 일이었다. 간혹 그 놈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그들 왕국에서는 누구도 본 적이 없었다.

전력의 차가 상당히 크고 놈들이 원한다면 단번에 밀어버릴 수 있음에도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그는 알 수 없었기에 동료들을 이끌고 직접 놈들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뭔가 하나라도 알아낼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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