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350화 (350/374)

350화

재정비

고블린들의 강화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루프스 뿐만이 아니었다. 라둔은 갓 성장한 고블린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시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두 장소를 돌아다니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었으며, 시에란은 고블린들이 사용할 무구의 생산을 주도하고 있었다.

프리트는 성장을 위해서 사냥에 나서는 고블린들과 그로 인해 생기는 요새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서 조정을 하고 있었다. 파인피는 루프스와 마찬가지로 한 무리의 고블린들을 이끌고 나서서 고블린들의 성장을 돕고 있었다.

엘라는 루프스가 없는 사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었으며, 엘프들과 함께 식귀들에 대한 대비로 요새를 한층 두껍게 방어선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대비가 어느정도 되어있었기에 루프스는 안심하고 고블린들을 이끌고 나설 수 있었다.

꾸드드드득

루프스는 눈 앞에서 신체구조가 재조립 되고 있는 고블린의 모습을 감흥없이 바라보았다. 이미 여러번 목격한 광경이었던 만큼 기괴한 광경이기는 하나 그에게는 이미 익숙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있는 고블린들에게 그 광경은 별것 아닌 상황은 아니었다. 자신들에게도 언젠가 일어날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단번에 여럿에게 변화가 일어나는 광경은 그 기괴함 만큼이나 경이적으로 느껴졌다.

오크 부족과의 전투, 그리고 리저드맨과의 전투에서 고블린 여럿이 희생되었다. 다만 그들 중 누구도 그 사실에 신경쓰는 이들은 없으며, 루프스도 그에 대해선 덤덤한 상태였다. 오히려 그들의 희생과 맞바꾸어 여럿의 상급 고블린들을 얻었으니 이득이라는 생각을 떠올릴정도였다.

소정의 성과를 얻었다 할 수 있었고, 루프스의 본의는 아니었지만, 이정도에서 만족하고 귀환하기로 결정했다.

자잘한 전투를 제외하고 고블린들이 겪은 전투라고는 오크 부족과의 전투 그리고 리저드맨과의 전투 두 가지 뿐이었다. 그렇지만 한번의 전투로 소모하는 체력은 상당했으며 연달은 두번의 전투는 그들을 기진맥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이미 다음 단계에 가까운 이들이 받은 축복이었지만, 축복을 받은 직후인 지금은 전력으로서 제대로 이용해먹기 어려운 상태였으니 무리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고블린들은 상당한 시간을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

가을무렵부터 시작된 루프스와 파인피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전력 강화 계획은 계절이 한바퀴 돌고도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이 되고 나서야 어느정도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흠..."

루프스는 그 동안 성장한 고블린들을 기록해놓은 양피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한단계 성장하는데 성공한 고블린들의 수가 기록되어 있었으며, 현재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관해서 쓰여있었다.

여차할때는 다시 불러들일 수 있도록 해놓은 기록이었다.

기록을 보면서 루프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상당한 수의 중급 고블린들이 그만큼 많은 희생이 있긴 했으나 그에 상응하는 숫자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정도라면..."

루프스는 현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전력과 예상되는 드란의 전력을 비교해보았다.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만큼 그가 생각 할 수 있는 최대치를 기준으로 두고 있었지만, 기준치가 어느정도이든 눈 앞의 고블린들 만으로도 상대하는데 여유가 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루프스의 흡족함도 여기까지였다. 새롭게 정찰병들이 보내온 결과를 바라보는 루프스는 그 잠시 사이의 보람이 단번에 가라앉아버리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버텨준것 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칫'

그의 보고서에 적혀 있는 것은 다름아닌 식귀들과 인간들의 전투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창 고블린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들었던 쿠알론의 패퇴소식은 그를 놀라게 만들었지만, 사실 그 정보는 고블린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호재였다.

고블린들의 성장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엘프들의 도움으로 어느정도 대책을 세워두기도 했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거의 대부분의 대처는 완벽하지 못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처들어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상상 이상의 전력으로 밀고들어오는 것도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말의 불안감을 지니고 있었던 만큼 인간들의 예상 외의 선전은 그만큼 식귀를 부리고 있는 드란의 시선을 그쪽으로 집중시켜 주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만에 하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행히도 일년이 좀 넘는 시간동안 식귀들의 움직임은 자잘했다. 어렵지 않게 모두 물리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 루프스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게다가 성장한 것은 루프스와 파인피의 주도로 성장 작업을 이어가던 중급 고블린들 만이 아니었다. 소수긴 하나 상급 고블린들 중에서도 성장하는 이들이 나타났으며, 최상급 중에서도 일부가 최상급을 뛰어넘어 유일의 고지에 도달했다.

게다가 루프스의 세 심복들도 상당히 성장해 이제 얼마 않있으면 그들 마저도 축복의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루프스로서는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든든하기도 했다. 일부 불안한 기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그들 모두가 그의 부하들이었으며 그의 전력이었다.

그리고 식귀들과의 전투를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전력이 강한 것이 그에게는 안심이 되고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부하들의 성장을 다시 한차례 떠올린 루프스는 이번에는 사고의 방향을 달리했다. 어찌되었든 인간들의 분투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더 이상 인간들의 분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정찰병들의 보고를 본 루프스는 아쉬움에 혀를 찼다. 이제 더 이상 인간들에게는 병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은 극히 드물어질 정도로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들의 영토도 상당수가 식귀들에 의해서 점령당한 뒤였다.

그나마 일부가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도 그리 긴 시간을 끌지는 못 할 것이다.

즉 루프스가 느긋하게 힘을 키울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루프스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드란과의 전투를 준비했다.

///

루프스, 그리고 인간들과 전투를 겪으면서 큰 부상을 계기로 의식을 되찾은 쿠알론은 약 1년 동안 거의 온전히 신체의 통제권을 되찾아왔다.

이전까지는 마치 실로 몸의 부분 부분을 조종하는 감각으로 몸을 다뤘었다. 게다가 그마저도 잠깐 방심했다가는 제멋대로 움직이기까지 했다.

그 때문에 그는 몸의 통제권을, 온전히 되찾기 전까지는 이전에 하던대로 드란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였다.

다행히 드란은 그의 수상한 움직임을 부상 때문이라 판단한듯, 여전히 그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인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시간을 끌어 이제는 그의 몸을 온전히 그 스스로가 통제 할 수 있게 되었다.

몸의 통제권을 되찾은 그는 주먹을 쥐었다 피면서 감각을 다시한번 점검했다.

만족스럽게 움직인다 판단한 쿠알론은 그대로 발걸음을 되돌렸다. 이제 그를 이렇게 만든 놈을 향해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풀어낼 때가 되었다.

쿠알론의 발걸음은 제라임 성. 거기서도 드란이 머물고 있는 성주의 방을 향해서 움직였다.

걸어가는 그의 앞길을 다른 식귀들은 딱히 막아서지 않았다. 그가 일부러 몸 속언 머물고 있는 침입자를 굳이 쫒아내지 않은 효과가 지금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는 무사히 드란이 있는 방의 바로 앞까지 무사히 당도했다.

안에 목표인 드란이 있음을 인기척으로 확인한 쿠알론은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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