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화
재정비
쿠알론이 날리는 주먹질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노인의 일행에게는 하나의 재앙과도 같았다. 당장 얻어맞은 것은 오로지 노인 뿐이었지만, 노구면서도 일행중에서도 튼튼하기로는 순위권에 드는 그가 쿠알론이 날려온 일격으로 그대로 뻗어버리고 말았다.
당연히 그와 함께 쿠알론을 공격했던 그의 일행들은 더욱 경각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경각심을 가져도 혹은 가지지 않아도 사실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후웅- 쿠과과과-
어느새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정도로 회복했는지 쿠알론은 직접 앞으로 나서서 자신을 공격해온 일행들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그리고 그 사이 다시 그를 향해 덤벼오는 이들을 향해서는 흙의 송곳으로 그대로 꿰뚫어 버리려하기도 했다.
"크읏...! 접근 할 수가 없다니!"
양옆에서 단번에 꿰뚫어 버릴듯이 솟구치는 흙의 송곳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벌린 창병은 이를 갈았다. 접근 할 때 마다 솟구쳐오르는 흙의 송곳은 도저히 놈의 지근거리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아서고 있었다.
정면으로 달려들었다가는 그의 주먹에 노출되어버리며, 후방 혹은 측면으로 치고 들어갈라 치면 흙의 송곳이 솟아오르니 그야말로 성가시기 그지 없었다. 그나마 제한이 없는건 아니었는지 처음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단번에 많은 수의 흙의 송곳을 뿌려대는 일은 없었다. 단지 그들을 향한 견제의 의미로만 사용되고 있다는것이 그나마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쿠구구구구구
갑작스럽게 땅이 크게 흔들리면서 절로 쿠알론을 공격하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특히나 이제껏 겪었던 것보다 큰 진동은 더더욱 그들의 경계심을 곧추세우게 만들었다.
키야아아아아아앗-!!
쿠알론에게 접근하지도 않고 그저 무기로 겨누면서 상황을 파악하던 그 떄 갑작스럽게 쿠알론이 크게 고함을 쳤다. 그의 고함에 그들 일행은 일순간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놈의 존재 자체에 은은한 공포감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고함과 함께 덮쳐오는 막대한 공포감에 마치 뱀 앞의 개구리처럼 옴짝달싹 못하게 굳어버렸다.
콰과과과과과-!!
단 일순간이었다. 시간으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0.1초에 가까운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쿠알론의 공격은 그들에게 치명타를 날릴 수 있었다.
지면에서 솟구쳐 오른 흙의 송곳은 단번에 그들을 덮쳤고, 송곳이 솟구칠 무렵에서야 간신히 몸을 움직일수 있게 된 그들로서는 도저히 피할수 없어 보였다.
"ㅡㅡㅡ"
텅-
그러나 아직 그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하듯이 그들의 몸 주변으로 일제히 방어막이 펼쳐졌다. 어느새 마법 폭격으로 지쳐있던 마법사들이 노인 일행과 쿠알론이 전투를 벌이는 사이에 어느정도 회복하고는 그들을 지원해준 것이다.
반면에 쿠알론은 오로지 홀로 전투를 치러야만했다.
마법사들의 마법 폭격의 위력은 상당했고, 간신히 쿠알론만이 버텼을 뿐이었다. 나머지 식귀들은 마법 폭격에 쓸려나갔고,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이 있어도 목숨은 간당간당 했으며, 그들 대부분은 이미 부상을 치료하지 못해 점차 이 자리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도와줄수 있는 부하들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생존자들 중 여력이 남아있는 이들은 간신히 마법사들의 도움으로 쿠알론의 공격을 넘어서서는 다시 그를 공격해 들어갔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쿠알론을 향해 덤벼들고 있었지만,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마법사들의 존재가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더 이상 놈에게 덤벼들었을 때 허무하게 패배하지는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그런 그들에게서 은연중에 뿜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대로 흘러갈 수 있었다면, 노인이 최대의 만전을 기하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애초에 식귀들을 상대로 위험하다 판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살아남은 것이 하필이면 쿠알론이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크나큰 불행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크으으으'
본능에 따라. 몸이 이끄는 그대로 주먹을 내지르고 능력을 발휘하던 쿠알론이 루프스와의 전투, 그리고 마법사들의 마법 폭격이라는 두가지 크나큰 충격을 받으면서 슬금슬금 미몽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나는...'
의식을 되찾아가는 그가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전혀 의식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몸이었다.
'크으... 모...몸이...'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그의 몸에 대한 그의 통제력이 거의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갓 깨어난 그는 아직 상황에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화이었다.
'머리도... 으으으으'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는 간신히 깨어난 의식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려웠다. 겨우겨우 의식을 되찾은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그의 몸은 그의 통제를 벗어나 있으며, 그 몸을 지배하고 장악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식귀의 본체였다.
일종의 기생체와 같은 것이지만, 쿠알론으로서도 현재로선 그 기생체로부터 통제권을 빼앗아오기란 요원한 상태였다.
그러나 의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한계에 달할것 같은 그였지만, 그의 의식과 식귀의 본체가 그의 육체에 내린 뿌리가 서로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여파가 쿠알론을 공격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좋지못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리 달라진것이 없었다. 그의 몸을 움직이는건 여전히 식귀로서의 본능이었다. 다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의식이 또렷해지면서 움직임에 그의 의사가 첨부되고 있었다.
또렷해지는 의식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자각시겨주었고 엄습하는 위기감은 그를 무의식적으로 대응책을 떠올렸고 몸은 순간적으로 그가 떠올린대로 움직였다.
이전까지 그저 상대를 멀찍이 떨어트려 놓으며 가장 위협적이라 판단되는 적에게 무작정 정면으로 돌진할 뿐이었다.
반면 지금은 더욱 성가신 적을 향해 혹은 단숨에 죽일 수 있을정도로 큰 틈을 내비치는 이들을 공격했다.
그의 뒤바뀐 움직임은 그들에게 본격적으로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이 바뀌기 전에는 강하긴하지만 행동 패턴 자체가 단순하기에 상대하면서 쌓이는 적은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을 점칠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태도는 그의 움직임이 뒤바뀌면서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갑작스럽게 몸을 반전시켜서 뒤를 노리는 적을 치더니, 흙의 송곳을 멀찍이 불러내서 자신을 방해하는 마법사들의 집중을 방해하기도 했다.
근접해서 공격해오는 이들을 상대하다가도 갑자기 경로를 틀어 원거리에서 공격해오는 이들을 노리거나 일부러 거리가 떨어져있는 부상자들을 노리는듯 움직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난잡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앞선 저돌적인 움직임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그들이 쿠알론을 상대하기란 어려웠다.
그렇게 얼마나 그들을 상대했는지 알 수 없을 무렵. 그제서야 신체의 통제권을 어느정도 가져오는데 성공한 쿠알론은 더 이상 자신을 공격해오는 이들과 싸우려들지 않았다.
앞선 전투도 후퇴를 모르는듯 돌진만 하려는 식귀의 의식 때문에 후퇴를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그러나 신체의 통제권을 어느정도 찾아온 지금은 그의 자의로 후퇴를 결정 할 수 있었다.
여전히 그의 몸에 존재하는 식귀의 의식이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방해했지만 다행히도 본래 그의 몸이었던 덕분에 식귀의 의식 보다는 그의 의식이 점점 우위를 찾아갈수 있었고 그 덕분에 간신히 후퇴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