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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47화 (347/374)

347화

재정비

공격대원들은 자욱한 폭연 속을 들여다보면서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하니 저런 공격을 받고도 살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지만, 워낙 끈질긴 놈들이다보니 만에 하나를 의식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폭연은 겉에서부터 차츰차츰 가라앉았고, 곧 폭연 속 풍경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으음...!"

연기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풍경은 그야말로 끔찍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아직까지 살아있어 사라지지 않은 식귀들의 시체나 다름없는 신체나, 이미 죽어서 점점 가루로 변하고 있음에도 드러나는 그 잔혹하게도 보이는 모습은 식귀들을 여러번 상대하고 무수히 죽여온 공격대에게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놈들을 동정하는 것 만큼 허무하고 허탈은 일도 없는 만큼 그들의 관심사는 점점 사라져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안개는 점차 가라앉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 속이 대부분 노출되어갔다. 여전히 긴장감을 가진채로 공격대는 그 속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걷어져서 적들의 전멸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완전히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놈들의 대장으로 보였던 개체. 명령을 내리는 지휘개체 둘과 그보다 몇은 윗단계로 보이던 녀석이 그들의 뇌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비록 부상을 입은 모습을 확인했었고, 거기에다가 이만한 화력이 퍼부어졌다면 죽었을 확률이 높았지만 계속해서 놈의 모습울 뇌리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점점 옅어져가는 폭연 속에서 슬슬 유난히 거대한 검은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루엣은 서 바닥에 쓰러진듯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원체 크기가 컸기 때문인지 엎어진 상태에서도 엎어져있는 다른 식귀들과 비교했을 때 족히 배는 커 보였다.

놈이 죽었다 생각한 대원들은 무기를 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몇몇은 아직 미심쩍다 생각했는지 놈을 향해 겨눈 무기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을 살리게 되었다.

그르르르아아아-!!

쿵-!

거칠은 탁음이 울려퍼지면서 바닥에서부터 솟구치듯이 나타난 흙으로 이루어진 송곳들이 갑작스럽게 공격대원들을 덮쳤다.

"흡!"

여전히 적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던 노인은 자신의 발 밑에서 솟구치는 송곳에 놀랐지만 침착하게 뒤로 한걸음 뛰면서 공격을 피해냈다. 그러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듯이 그가 피하는 자리마다 새로운 송곳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흣! 엇...차!"

휙 휙 뛰어내면서 공격들을 피해내지만, 공격은 그야말로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리고 적의 공격에 당하고 있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푸욱-!

"꺽..."

"아아아아악!"

바닥에서 솟구친 송곳은 안도하느라 미처 공격에 대비하지 못했던 대원들을 공격했다. 몇몇은 단번에 회음부터 정수리까지 관통당하는가 하면, 또 몇몇은 한걸음 간신히 물러서면서 죽음은 면했지만 다리가 완전히 관통당해버렸다.

만약에 대비해서 놈이 있던 자리를 향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강력하고 예상외의 공격을 해오리라고는 이 자리의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정도로 강대한 공격을 날렸지만, 상대도 그리 멀쩡한 상태는 아니다. 애초에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쓰러진 상태에서 날려진 일격이 이정도니 눈 앞에 있는 식귀가 멀쩡한 상태였다면 어땠을지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하지만, 다행히도 지금 녀석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식귀는 간신히 비틀거리면서 일어서려 하고 있었고, 동시에 노인을 비롯한 그의 일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노인의 메이스가 식귀, 쿠알론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그에 맞추듯이 그의 동료들이 날리는 대검과 창 권격이 쿠알론의 퇴로를 차단하는 공격을 날렸다.

언뜻 보아도 쿠알론의 위기로 보였지만, 적들의 공격에 노출된 쿠알론은 침착했다. 그저 부상당한 몸을 일으키는데만 신경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금세 드러났다.

쿠구구구

지면이 빠르게 흔들리면서 지면을 달려서 오는 이들의 발걸음을 순간 흐트러트렸다.

푸화악-!

그리고 쿠알론을 향해서 날듯이 공격해오는 이들은 지면에서 쏘아올린 화살이 새를 쏘아 맞추듯이 흙으로 이루어진 송곳이 그들을 공격해 가로막았다.

"크으... 이놈이!"

노인은 물론 그와 함께 쿠알론을 공격하는 이들 모두 방금전의 합공으로 조금도 피해를 주지 못한데서 이를 갈았다. 설마하니 정상적이지 못한 어쩌면 죽음에 가까워보이기도 하는 놈을 상대로 이렇게 고전한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스스스스

놈이 식귀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래부터 강력한 재생력을 지니고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빠른 속도로 신체의 상처가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처음 일어서는 것도 불가능해보이던 녀석이 그들이 달려들 때는 간신히나마 일어서더니 지금은 두발이 몸을 굳건히 받쳐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측이 불리해지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다행히 아직 온전히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가는지 쿠알론은 그저 서서 그 능력을 이용해서 공격과 방어를 할 뿐이었다.

쿠과과-

지면이 흔들리고 흙으로 이루어진 송곳들이 무수히 솟아올라온다. 노인을 비롯한 그의 동료들은 그의 공격을 회피하고 흔들리는 지면에도 균형을 잡으면서 쿠알론을 향해 접근해갔다.

첫 공격의 실패와 위협으로 멀찍이 떨어진 거리가 지금에 와서는 하나의 장애물이 되어버렸다는게 그들로서는 이가 악물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꾸준한 전진은 끝내 그들이 원하던 쿠알론의 지척까지 접근하게 만들었고, 다시 그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쿠알론은 이번에도 앞전과 마찬가지로 막아내려 했지만, 이미 한차례 겪은 상황에 대한 대책도 없이 노인들이 그에게 달려들리가 없었다.

지면의 흔들림은 순간적으로 균형을 상실하도록 만드는게 그 목적이다. 그러나 상당한 단련을 쌓아온 그들에게 여러번 겪은 상황에서 균형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흔들리는 지면은 그들에게 장애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면에서 솟아나는 흙의 송곳은 그 전조현상이 있다. 매우 짧으나 순간적으로 흙이 쏠리면서 생겨나는 불균형이다. 어쩌면 지면의 흔들림조차 이 전조현상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하여튼 그 덕분에 송곳이 솟아나는 위치를 앞서 알 수 있고 그걸 피하는것도 그들에게 무리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제일 처음 받았던 공격처럼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받는다면 모를까 전투를 통해 어느정도 정보가 쌓인 지금은 여유롭진 않더라도 충분히 상대하는게 가능한 정도다.

그러나 그들이 알면서도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변수가 남아있었다.

스스스스-

쿠알론의 공격을 피해낸 그들은 쿠알론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단번에 그가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 먼저 그 목을 쳐버리겠다는것이 그들의 의도였다.

그러나 그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정확히는 염두에두지 않았던 점이 그들의 앞길을 막아섰다.

콰직-

노인의 메이스가 단번에 무언가를 부숴버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쿠알론의 머리를 다시 한번 노렸던 그로서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울림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기뻐 할 수 없었다.

뻐억-!

그가 파괴한 것은 단단히 뭉쳐 바위처럼 변질된 흙이었고, 그의 공격을 막아낸 쿠알론이 날리는 주먹에 정통으로 얼굴을 얻어맞았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의 공격에 뒤로 튕겨졌고, 쿠알론을 공격하려던 노인의 동료들도 연달아서 휘둘러지는 그의 주먹질에 뒤로 물러날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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