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화
재정비
세명이 식귀들을 이끄는 대장을 상대하는 사이. 다른 동료들은 대장 식귀가 이끌고 있는 다른 식귀들이 그들의 싸움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셋과 하나의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넷이 모두 서로 비슷한 수준의 실력이었는데 셋이 한편이니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반대쪽에서 벌어지는 전투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아주 일방적으로 몰아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간의 전투는 빠르게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전투가 끝나기까지 예측대로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후우"
노인을 비롯한 이들은 전투가 끝나고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전투 자체는 손쉽게 끝을 맺었지만, 이들의 존재는 노인의 추측을 확신으로 바꿔주기에 충분한 이들이었다.
"처음 하셨던 추측이 제대로 들어맞아 버린것 같네요"
장년인이 노인에게 이야기했다.
"그래... 별로 맞지 않았으면 했던 추측이 들어맞아 버렸군"
"놈들을 지휘하는 개체가 있다는건 우리가 찾는 놈들이 제대로 통제되고 있는 놈들이라는 이야기겠지요. 그리고 이 놈들과 발견했던 흔적들로 추측하건데 이놈들이 전부인 것도 아닐테고요"
"그 말대로다. 어쩌면... 이 녀석보다도 강한 놈도 나타났는지도 모르지"
노인은 경계심을 가지면서도 짜증난다는듯 발치에 놓여져있는, 이제 슬슬 사라져가는 식귀의 시체를 발로 툭툭 차버렸다.
"이 놈들은 죽을때마다 희안하게도 사라지는군. 게다가 사라지는 방식도 이야기로 들은대로야"
흑백이 뒤섞인 듯한 안개에 입이 달려있는 듯 기괴한 형상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하게 변하며 사라져갔다. 사라져가는 마치 영혼과도 같은 알 수 없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노인은 팔위로 우수수 돋아나는 소름을 쓸어내렸다.
"정말 소름끼치게 기분나쁜 놈들이로군. 놈들을 통제하는 개체들은 모두 이런방식으로 죽는건가?"
이제는 완전히 시체 한조각 남기지 않고 사라진 식귀를 보면서 그는 팔을 쓸어내렸다. 그의 이야기에 다른 동료들도 공감한다는듯 그에게 다가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에 따르면, 놈들은 신체가 죽으면 이렇게 사라진다고 합니다. 다만 그게 놈들의 진짜 죽음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더군요. 단순히 몸이 죽었을 뿐 그 그릇을 채우고 있는 내용물은 단순히 그들이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아갈 뿐이라고"
"그럼 이놈들을 무한히 상대해야한다는것 아닌가. 어후, 상상만해도 두렵고 끔찍하고 짜증나는 이야기로군"
그렇게 말한 노인은 주변에서 더 이상 얻어낼게 없는듯 하자 동료들에게 움직이기를 재촉했다.
"이곳에서 얻을건 더 없는 모양이니 어서 움직이도록 하지"
노인의 재촉에 공격대는 연이어진 이동과 전투의 반복에 은근히 불만이 좀 있지만, 군말없이 그의 지시를 따랐다. 어찌되었든 왕국에 닥친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지금으로서는 놈들보다 더 강력한 놈의 존재도 의심되는 판국이니 한 자리에 붇들려 있을 때가 아니라는걸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격대는 더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주민을 살려내고, 왕국에 들이닥친 위기를 걷어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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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락지로 훈련을 위해 떠났던 루프스가 되돌아온 것은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난 뒤였다. 몇달씩이나 지나고 나서야 그는 요새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가 돌아온 요새는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양새를 지니고 있었다. 단 그 과거가 이곳이 멀쩡할때의 일이었으며, 바로 얼마전에 처들어온 시귀들에 의해서 이곳은 완전히 폐허 그 자체였다. 그런데 몇달만에 이루어낸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요새는 제대로 정비되어 있었다.
"호오... 상당히 고생을 했나보군"
곳곳에서 마치 요새를 다시 재건하느라 고생했던 그의 측근 세 고블린의 노력의 결정체가 보이는 듯 할 정도였다. 요새를 둘러보았지만 어디하나 흠잡을만한 장소 하나 없이 그야말로 과거 이상으로 정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말끔한 모습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루프스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렇게 움직이길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오랜만에 재회하는 부하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오오, 이런곳에 있었군"
그가 움직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한 그들은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나마나 요새의 발전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 주를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대화를 나누길 얼마, 루프스가 딱히 자신의 움직임을 숨길 의도가 없었던 덕분에 셋 모두 금세 그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족장!"
"훈련은 다 끝나신 겁니까!"
"어서오십시오"
파인피는 그의 존재자체가 반가운지 그에게 한걸음에 달려갔고, 프리트도 때맞춰 그가 나타났다는 듯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면서 그에게 물었다. 오로지 스콘드만이 그를 보고 그저 고개를 가볍게 꾸벅 숙일 뿐이었다.
루프스는 자신을 반가워하는 셋에게 다가가면서 그들 옆에서 묵묵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이에게 시선이 향했다.
"...!"
"오셨군요"
엘라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그에게 인사했다. 이전에 가졌던 앙금이 어느정도 풀린듯 그녀가 머금고 있는 미소에서 슬픔과 분노가 미세하게 남아있을 뿐, 대부분의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그 날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 그녀에게 충분했던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그녀는 순풍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루프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넷을 보았다. 셋은 일이 바빴는지 얼굴이 수척해져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반면 엘라는 감정적으로 고생했었던듯 하다. 이제는 어느정도 떨쳐낸듯 침착한 모습이었지만, 동시에 요새 재건으로 고생한 셋과 비교해서 그리 차이가 없을 정도로 수척해 보였다.
"모두 고생한듯 싶군. 내가 없는 사이 별 일은 없었나?"
루프스의 물음에 넷 모두 요새에서는 별다른일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식귀들의 코빼기도 보지 못할정도로 바쁘지만 평화로운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대답에 루프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의 방침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그치지 않았다.
셋중 대표로 나선 프리트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의 부족은 평화로운 반면 인간들의 영역인 바깥은 소란의 연속이었다고한다.
무엇보다도 구덩이로 들어갔었던 이들이 약간의 피해를 입었지만 비교적 멀쩡하게 돌아왔다고 한다.
다만 그렇게 나오고도 급작스럽게 처들어온 식귀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식귀들이 구덩이로 침투했던 놈들이 없을때 역으로 처들어왔다는 이야기는 그의 예상과 달랐지만 대략적인 양상은 그의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는 이어지는 프리트의 말에 놀라는 한편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수 있었다.
"그렇군... 그때의 전투가 끝나고 벌써 회복된건가"
인간들을 향해 처들어간 식귀들의 무리와 그들을 이끌고 있는것이 쿠알론이라는 이야기는 루프스언게 여러모로 감상을 남기게 만들었다.
"완전히 회복된것은 아니라 합니다. 그의 몸 여기저기 온전한곳 하나 없이 상처 투성이에 움직임마저도 부자연스럽다더군요"
식귀들을 이끌고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다길레 당시의 부상을 모두 회복한건가 하고 루프스는 놀랐었지만 프리트는 그의 생각을 간단히 부정했다.
다만 그런 부상을 지니고도 인간들을 상대하는데 쿠알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한다. 당시 그의 전력을 생각하면 부상을 입었더라도 그만한 힘을 낼 수 있다는것은 납득할만했다.
그렇기에 루프스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수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