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화
재정비
얼마만에 구덩이를 빠져나오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쐰다는 생각에 들뜰법도 했지만, 공격대는 입구가 있는 햇빛이 보이는 장소에 다가가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는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모두가 인정치는 않고 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모여있는 이들은 왕국의 최정예들을 모아놓았다. 여기서 의미는 적더라도 수를 늘릴수는 있지만 전력 증가로는 그리 획기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저 그들을 향한 화살을 대신 받아주는 화살받이의 역할정도나 가능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감당키 어려운 적들의 전력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가까워지는 지상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기뻐하지 못했다. 게다가 지상으로 나선뒤 목격한 것들은 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어버렸다.
"뭐... 뭐야? 여기 우리가 들어갔던 곳 아니야?"
바로 구덩이로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장소에 멀쩡히 있던 건물들이 보이지 않자 가장 선두에서 걸어가던 이들 중 하나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떠들었다. 바로 출발하기 전까지 멀쩡하던 감시초소가 사라져있으니 그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 그리 긴 시간은 지나지 않았군"
전혀 생각해본적도 없는 무너진 감시초소의 모습에 표정을 굳히면서도 노인은 그 주변을 헤집으면서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를 조사했다.
그리고 바닥에 흩뿌려진 모래를 비롯한 돌이나 풀따위를 치워내니 나타난 흥건한 핏자국은 이곳에서 변이 일어난지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설마 놈들이 처들어왔던 걸까요?"
흩뿌려진 핏자국이 있는 반면 부상자도 혹은 습격자로부터 죽었을 시체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흔적을 남기는 놈들을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전투가 벌어졌음이 분명하지만, 남아있는 흔적이라고는 오로지 바닥에 스며든 핏자국과 여기저기 파해쳐진 전투의 흔적 뿐. 그 어디에도 보초를 서던 이들의 혹은 습격자들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시체란 시체는 모조리 입에 담아버리는 식귀놈들이 아니라면 이 광경이 말이 되지 않겠지"
그렇기 때문에 그들 모두가 이곳에 처들어온 것이 식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서두르지 여기가 이렇게되었다면 이 주변의 마을이란 마을 모두 위험한 상황일거다"
노인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빨리 움직이기를 재촉했다. 무너져버린 감시초소 주변을 둘러보던 이들은 그의 지시를 따라 빠르게 이 곳에서 가까운 마을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을 은연중에 구덩이 속에 숨어서 감시하던 서늘한 눈동자는 그대로 다시 구덩이 안쪽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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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드득-!
강렬하게 온 몸으로 돌진하는 한 식귀에 의해서 마을의 주민 중 한명의 몸이 폭죽이 터지듯이 터져버렸다.
"으아악!"
"왜... 왜 이놈들이 여기에?!"
최근 들어서 그나마 안전해진 상황에서 살아오던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습격에 패닉에 빠져버렸다. 주변에 식귀들이 나타난다는 구덩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 지어져있는 감시초소를 믿고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다가올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쉬리릭- 푸욱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어떤 식귀는 단단하게 변이한 몸을 그대로 온 힘에 속도까지 실어서 주민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어떤 식귀는 몸에 돋아난 촉수를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주민들의 심장과 목을 꿰뚫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야말로 주민들의 더 이상 위험이 없으리라는 판단이 지금 이 순간 무참히 깨져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을 하나의 주민들이 무참히 목숨을 잃고 있는 그 때였다.
"크하압!"
서걱
이리저리 도주하는 주민들을 쫓던 한 식귀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리는 이가 있었다. 주민들의 사이로 파고들면서 온 힘을 다해서 날뛰는 놈들을 하나씩 척살하는 이들이 있었다.
"지...지원군이다!"
그들의 등장은 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이렇다 할 전투인원들이 없었기에 더욱 놈들에게 당하고 있었던 만큼, 구원을 와준 그들의 존재는 주민들에게 그야말로 힘이 된다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주민들은 그들을 구원해주러 도착한 한 무리의 지원군을 보면서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격대다! 공격대가 돌아왔어!"
게다가 주민들은 자신들을 구원해주러 다가온 이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저들이 떠나기 전 살던 고향을 떠나와 괴로워하던 이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주변 일대의 마을 대부분을 돌아다니면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덕분이었다.
"놈들이 없는곳으로 피해있으시오! 싸우는건 우리가 하겠으니 당신들은 살아남는것만 생각하시오!"
마을로 들어선 그들은 자신들을 보면서 환호하는 주민들에게 호통쳤다. 그들의 등장에 기뻐하는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때문에 자신감을 얻어 그들을 도와주겠다 나서는 이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더.
"얼른 피하라고! 너희들이 있어봤자 방해만 될거란 생각이 안들어?!"
그들의 호통에 무기를 쥐려돈 주민들은 몸을 움찔했다. 그의 말대로 별 도움이 되지 않을것은 분명했다.
그들을 돕겠다고 나섰다가 그나마 고기방패라도 되어 줄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말 할 수 있을정도다.
그제서야 주민들은 각자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각자의 집으로 쏘옥 들어가버리거나 집이 무너져버린 이들은 뭉쳐서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에서 떨어졌다.
주민들이 무사히 피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을로 들어선 공격대들은 본격적으로 식귀들을 상대했다.
그들은 피난하는 주민들을 보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식귀들이 그런 모습을 보일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피난하는동안 그들의 앞을 막고 있을 뿐이었다.
주민들 대부분이 피난하는데 성공하자 그동안 식귀들의 공격을 막아내기만 하던 수비적인 태도에서 공세로 뒤집어 버렸다.
강철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단단한 신체, 일반적인 생명체의 몸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기괴한 특징들 식귀들은 자신들의 그런 특징들을 이용해서 공격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것은 이제는 식귀들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경험을 쌓아오며 전문가라고 말해도 무방한 이들이었다.
식귀들의 공격은 그들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더 까다로운 상황도 겪어보았던 그들에게 이정도는 그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서로 뭉치지 못하는 식귀들은 공격대에게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도 수가 제법 되었기 때문에 부상자가 발생하고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누구 하나 죽는이없이 전투는 마무리 되었다.
전투가 끝나고 공격대를 이끌고 있는 노인이 마을의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전조도 없이 나타났단 말이오?"
"예, 예 놈들이 나타날때까지 아무런 경고도 듣지 못했습니다"
분명히 파괴된 감시초소를 보았을때 놈들은 그곳에서 부터 나타난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이들이 놈들이 나타날때까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은 감시초소에 있는 이들이 제대로된 경고도 하지 못하고 전멸했음을 의미했다.
'분명히 이정도 수라면 그들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지만... 그렇다고 경고도 뭣도 못하고 전멸했을정도는 아닐터...'
조금 더 주민들과 대화한 노인은 동료들이 모여있는곳으로 다가갔다.
그들에게 다가가는 그의 표정은 단단히 굳어있었고 노인의 표정을 본 그의 동료들은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