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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41화 (341/374)

341화

재정비

인간들의 구역에 있는 식귀들의 침투로인 구덩이. 그곳에서는 항상 벌어지는 일이라는 듯 익숙하게 구덩이에서부터 튀어나오는 식귀들을 해치우는 이들이 있었다.

퍼억

한 발의 화살이 막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식귀의 이마를 꿰뚫었다. 정확하게 이마 한 가운데를 꿰뚫렸지만, 식귀는 아직 죽지 않았는지 이전보다 굼뜨긴 하지만 계속해서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길지 못했다. 놈이 움직일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화살에 맞아 움직임이 굼떠진 순간을 노리고 날아든 검이 식귀의 목을 몸에서 떼어버렸다.

그렇게 또 하나의 식귀를 막아낸 이들은 살짝 긴장을 풀었다. 식귀들의 출몰이 주기적이라 일단 하나를 해치우면 새로운 적이 나타날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덕분이다.

"이 징글징글한 놈들"

구덩이를 맡고 있는 이들 중 하나가 목이 베여 죽은 식귀의 시체를 보면서 혀를 찼다. 공격대가 들어가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부터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놈들은 도저히 끝이라고는 없는듯 일정 시간마다 계속해서 찾아오고 있었다.

"공격대는 어떻게 된거야? 좀 뭔가 소식이라도 있으면 싶은데"

그는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 하나 없는 공격대에 대해서 떠올렸다. 이미 진입한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걱정이 안될래야 안될수가 없었다.

식귀들이 나타나는 것 쯤은 어느지점 부터 갈래길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공격대가 구덩이에 들어간지 하루만에 곧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던 놈들을 대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그들이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지 한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식량을 넉넉히 가지고 가고 그곳에서 어떤 방식으로라도 자급자족 한다고 하더라도, 적진에서 한달이 넘게 생존해오는 일이 쉬울리가 없었다.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의 생존확률은 떨어진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혹시나 잘못되지는 않았나 하는 걱정을 끊지를 못하는 그를 보면서 다른 동료들은 그에게 괜한 걱정이라면서 타이르기 일쑤였다.

"에이, 설마 그 사람들이 죽었을려고? 어떻게 해도 죽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구만"

"그래, 어련히 위험하다 싶으면 알아서 돌아왔겠지. 아직 그 안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고 판단했으니까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거 아니겠어?"

주변에서 자꾸만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기실 그들도 불안감을 품고 있음은 분명했다.

특히나 최근들어서 주민들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하니 더더욱 그런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왕국은 현재 본래의 영토에서 비교하자면 십분지 일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다. 많은 영토를 식귀들에 의해서 잃고 많은 인원들을 좁은 구역으로 몰아넣기까지 했다.

본래에 비해서 대폭 줄어든 활동 영역은 자연스럽게 주민들에게 불안감 조성은 물론 크나큰 불편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들도 살기 위해서 영역을 줄인 것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정도로 호전되지 못하는 상황에 점점 불만을 품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니 만큼 더욱 이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줄 수 있는 공격대가 가져올 정보 혹은 전황이 더더욱 간절한 상황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공격대를 떠올리면서 한숨을 내뱉고 있는 그 때였다.

키이- 키이잇-

구덩이 안쪽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문제는 바로 조금 전에 이번 타이밍에 나타나는 식귀를 해치운것 때문에 또 다른 놈들이 나타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그 와중에도 놈들이 접근하는 소리를 듣는 이들은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저 기분탓으로 넘어가려 했다.

"무슨 소리가 들리긴, 이번에 나타나는 놈은 이미 해치웠으니까 한동안은 조용하겠구만"

"아닌데...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기분탓으로 넘기려고 하는 중에도 왠지 모를 불안감에 소리를 들은 이가 직접 일어나서 구덩이를 살피기 위해서 움직였다.

"아니,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워낙 위험한 장소니 외부에서 이곳으로 올 일도 없으며, 이곳에 있는 것도 구덩이에서 튀어나오는 놈들을 방어하기 위해서 있는 그들이 머무는 인원의 전부였다. 즉 이곳에서 무언가 변화가 생긴다면 그건 오로지 구덩이에서만 생겼을 때 뿐이다.

그렇기에 그의 이야기를 헛소리로 치부하면서도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렇기에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어?"

그렇게 슬슬 무언가 이상하다는 감각이 그들에게 퍼지고 있는 그 때. 마치 때에 맞추듯이 최초 소리를 들었던 이가 소리의 원인을 파악하려고 구덩이에 도착했다.

다른 동료들의 말대로 이곳에서 소리가 날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느껴지는 불길함에 그는 더욱 조심스럽게 안쪽에 무언가 있는건 아닌지 경계하면서 구덩이를 살펴보려했다.

스윽-

쉬익-!

슬며시 고개를 구덩이에 접근시켰을 때 날아오는 물체를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경계심 덕분이었다.

"윽?!"

"뭐...뭐야?!"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슬쩍 긴장하고 있던 이들도 황급히 몸을 피하는 그의 모습에 절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동시에 공격받은 동료를 향해서 달려가는 한편 구덩이의 주변을 포위했다.

키이이이-

그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은 금새 드러났다. 구덩이에서 튀어나와 그들의 동료를 공격한 것은 다름아닌 식귀였으며, 동시에 구덩이를 포위하고 있던 이들은 지금 나타난 놈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놈들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놈들은 기습과 같은 공격을 실패했음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애초에 처음 구덩이를 살피던 자에게 날리던 공격 자체도 가볍게 날린 공격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도 했다.

구덩이에서 튀어나온 이들은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인간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공격해올 때에 대비한 경계심 정도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키이이잇

구덩이에서 나타나는 놈들. 식귀들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으며, 한편 그들을 바라보는 인간측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하나 둘 정도라면 단번에 달려들어 끝을 냈겠지만, 나타나는 식귀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족히 백에 가까운 수가 나타나고 있었으며, 그 중 다섯은 지금까지 마주쳤던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인간측은 전의를 불태우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명백한 열세는 함부로 눈 앞의 적들을 향해 달려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꿀꺽

누군가가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대항하기도 어려운 적을 눈 앞에 두고 있으려니 절로 침이 넘어가고 심장이 조여드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 느낌은 식귀 무리의 뒤로 나타나는 한 식귀에 의해서 더욱 팽배해졌다.

다른 놈들과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덩치, 유일하다시피 온몸에 상처를 달고 있는 놈의 위압감은 그들이 느껴본적이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가 이 자리에 있는 식귀들의 우두머리라는건 분명했다. 그 이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던 놈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길을 비켜주었다.

구덩이에서 마지막으로 걸어나온 그는 가장 선두로 걸어나갔다.

인간들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선두에 선 그는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까닥 하고는 고개짓을 했다.

그의 고개짓과 동시에 팽팽하던 대치는 허물어지고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기까지 채 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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