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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34화 (334/374)

334화

공세

공혈에 다가간 공격대는 그곳에 펼쳐져있는 광경에 일순간 넋을 잃어야했다.

"어... 어떻게 이런...!"

넋을 잃은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었다.

바깥의 시체들을 둘러보면서 짐작했던 대로 이곳은 분명 놈들의 번식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였다. 다만 그들의 예상과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이 자리에서 제대로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라고는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한쪽에는 나체의 인간 여자와 고블린 암컷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바깥에 있던 시체와는 달리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모습만이 그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살아있다지만 반쯤 시체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틈 사이로 미미하게 움직이는 그림자를 포착했다. 그림자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시체와 같은 고블린 수컷들이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수컷들은 본능도 이성도 없이 오로지 허리만 움직이는 기계인것처럼 입가에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그저 허리를 움직여 그녀들을 잉태시킨다는 행동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들이 움직일때는 오로지 아이를 잉태시키기 위한 사정을 위해서 허리를 흔들어대는것, 또는 사정을 끝마치고 다른 이를 새롭게 잉태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두가지 뿐이었다.

공격대는 어차피 밖에서 일이 벌어진 전투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 있는 이들이 모르고 있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적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고 판단하고 몸을 숨길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상도 못했던, 기껏해야 고블린들에 의해서 벌어지는 난교의 장까지만 생각 했을 뿐 이정도로 기계적이고 아무런 열기도 느껴지지 않는 냉랭하면서 끔찍한 장소일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그들 중 한명은 얼결에 쓰러져있는 이들과 시선을 마주치게 되었다.

오싹-

"흡?!"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이었다. 지금까지 겪어온 고통을 겪고 겪고 또 겪다보니 결국 정신적으로 사망한 듯 죽어있는 눈이었다. 그 몸은 분명히 살아있지만, 그저 움직일수 있고 공장처럼 아이를 낳고 있었지만, 그 눈은 조금도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눈이었다.

그녀와 눈을 마주친 이는 그런 눈을 직접 마주하면서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소름에 흠칫하면서 뒷걸음질을 치기까지 했다.

한편 이곳과는 반대쪽 구획에는 어린 고블린들, 갓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고블린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앞선 곳과는 또 다른 끔찍함을 품고 있었다.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동족상잔 아닌 동족상잔이었다.

아직 많이 어려보이는 갓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고블린이 그보다 조금 더 자란 고블린의 손에 붇들려 그대로 잡아먹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피해가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그들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모습이 토악질이 나올정도로 끔찍하고 역겹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리하지"

더 이상 보고있기도 질리는지 노인은 앞서서 이 장소를 정리하고자 했다. 그렇게 쓰러져있는 이들에게 다가가던 그 때였다.

쉬익-!

챙-!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물체가 그를 덮쳤다. 재빠른 움직임으로 튕겨냈기에 별다른 상처는 없었지만, 방금 위험한건 없는듯 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그들에게는 어안이 벙벙한 사태였다.

그러나 어두운 동굴 속. 끔찍한 현장을 눈 앞에 두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자세히 살피기보다는 피해가자는 생각이 전투를 위해서 최소화했던 불빛을 밝히지 않은 상태를 유지시켰고, 그 때문에 그들은 살아있는 시체들 사이에 숨죽여서 숨어있던 식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는것도 당연했다.

그렇지만 적의 존재를 안 지금, 그들에게 방심은 없었다. 부분적으로 보아도 끔찍한 광경을 한눈에 보게 되겠지만, 그들이 가장 먼저 행한 것은 불빛을 더욱 환히 밝히는 것이었다.

파앗-

공격대 내부에서 단 둘뿐인 마법사들중 하나가 머리 위쪽에서 희미하게 밝여주던 구체의 밝기를 단번에 높였다.

그나마 마법사가 있었기에 각자가 횃불을 들지 않고 앞을 밝힐 수 있었다.

드러난 광경은 예상대로 혹은 예상 이상으로 참혹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광경 여기저기에 그 끔찍함에 한 팔 보태고 있는 식귀들의 모습이 있었다.

"우욱-!"

밝혀진 불빛 아래에서 그들을 공격했던 식귀와 그 주변에 있는 몇몇은 확실히 그들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후방에 위치한 식귀들은 그들과 같은 전투태세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지금까지 여러번 본 촉수들이 특히나 비대해진 상태로 꿈틀거리는 모습은 지금까지 그들이 보아온 광경에 어울리는 기괴함과 무언가가 있다는 듯 한껏 수상함을 보이고 있었지만, 공격대는 곧 더 이상 그곳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아무리 저곳에 무언가 있는 것 같더라도 지금 당장 급한것은 정면에서 덤벼오는 다른 식귀들이었다.

그렇지만 기껏해야 소수가 모여있을 뿐. 대량으로 뭉쳐서 덤벼들던 식귀들을 한차례 물리친 그들에게, 그것도 온전한 시야를 확보한 상태에서 물리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덤벼드는 이들을 물리치자 한발 후방에 있던 식귀들도 하던 작업을 멈추고 움직였다. 부풀어올라있는 촉수에서부터 사람이나 고블린들을 뱉어내고는 다시 그들을 향해 덤벼들기를 반복한 것이다. 다만 그들의 최후도 바로 앞선 이들과 그리 다르지 않을 뿐이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이 곳에 있던 식귀들 모두를 전멸시킨 그들은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하나씩 친절히 목숨을 끊어주었다.

더 이상 자의라고는 보이지 않는 이들 뿐이고, 그들을 치료할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이 위험한 곳에서 혹을달고 움직이거나 전력을 분산하는것도 불가능하니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목숨을 끊어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목숨을 끊어주면서 공격대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식귀의 촉수에서 배출되면서 온몸에 점액질로 미끈거리고 있는 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흠... 흠..."

이 자리에 모여있는 이들 중에서 가장 인체에 해박한 이가 그들을 살펴보았다.

"으음... 신체적으로는 매우 건강한데요?"

식귀들의 촉수로부터 해방된 이들을 살피던 그녀는 그들에게서 특출나지 않지만 특출난 무언가를 발견했다.

"'매우' 건강하다고?"

노인은 그녀가 하는 말에 의아함을 느끼고 물었다.

"네, 어디하나 다친곳도 없고, 딱히 병에도 걸리지 않은데다가 신체도 활발한 것이 건강한 사람 그 자체예요"

"으음..."

그녀의 대답에 노인은 가만히 진중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갔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노인이 생각에 잠긴 사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신체 멀쩡한게 어때서 그런거예요?"

소년의 모습을하고 있는 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그녀도 심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멀쩡해서 문제야. 이렇게 식량도 뭣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먹을걸 찾을 의지도 생각도 본능도 거세당한듯한 사람이 멀쩡하다니, 이상하다는 생각 들지 않니?"

"어...?"

그녀의 말에서 그는 그제서야 그녀와 노인이 뭐가 이상하다고 주장한 것인지 눈치챌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쓰러져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시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과거 마을 주민이었던 듯한 여성을 바라보면서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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