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화
공세
루프스가 쿠알론을 향해 공격을 시도하는 그 때. 파인피는 그를 보조하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쿠알론을 향해 들려들었고, 프리트는 그 사이에 간신히 대지에서 솟아난 가시의 틈에 끼어서 살아남은 고블린들을 수습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다행히도 쿠알론에게 그런 고블린들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그는 오로지 루프스를 목표로삼고 덤벼들 뿐이었다.
그건 여태껏 파인피가 옆에서 루프스를 보조할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오로지 루프스만을 노린다는걸 몸소 보여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쿠알론과 직접 맞서고 있는 루프스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가 자신의 아들이었던것도 사실이고, 이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굳이 그만을 노리고 있는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거란것쯤은 짐작 할 수 있다.
그러나 루프스에게는 어찌되었든 그는 그저 적이었다. 그가 지금껏 이루어낸 부족을 노리고 있는 적들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루프스는 아무런 잡념도 없이 그를 향해 덤벼들 수 있었다.
루프스는 없던 힘까지 쥐어짜내며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고, 도끼를 들고 있는 손아귀에 더더욱 힘을 실었다. 그리고 쿠알론을 가두고 있는 권역의 힘도 더더욱 강화시켰다. 이번에는 정말로 작정한듯 옆에서 보조하던 파인피도 그 사이로 끼어들기 힘들 정도로 루프스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 루프스 때문에 파인피는 어쩔 수 없이 안개처럼 퍼지는 권역의 주변을 맴돌면서 기회가 생기기를 기다렸다.
한편 전력을 다해서 권역을 펼쳐낸 루프스는 혼란에 빠져있는 쿠알론을 상대로 전력을 다한 공격을 펼쳐냈다.
카앙-
쿠알론의 주먹은 자신의 목을 향해 내리쳐지는 도끼를 손쉽게 튕겨내 버렸다. 그리고 다시 루프스를 향해 공격하려 했지만 또 다시 아무도 없던 후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에 황급히 몸을 굴렸다. 파인피의 공격을 막듯이 촉수를 이용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거라는 본능의 경고가 그의 몸을 움직인 것이다.
후웅-
그리고 확실히 쿠알론이 피하면서 비어버린 허공을 스치고 지나가는 물체가 있었다. 다름아닌 루프스가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형상을 띄고 있는 도끼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미 앞서 여러번 겪은 쿠알론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혼란스러운지 잠시의 방심도 하지 못하고 루프스를 향해 덤벼들면서도 계속해서 주변을 경계해야만 했다.
그리고 쿠알론의 그런 모습이야 말로 루프스가 가장 원하는 것이었다.
당장 루프스가 쏟아붇고 있는 힘만해도 있는힘 없는힘 모두다 끌어다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만큼 지금 당장 쿠알론을 상대로 펼쳐진 권역도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로서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질 뿐이었다. 그가 쿠알론에게 승리를 얻어낼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단시간 내에 쿠알론과 승부를 보는 것 뿐이다.
반면 쿠알론은 시간이 지나도 조금도 기력이 쇠하는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루프스에게 달려들던 기세와 지금의 기세를 비교했을 때, 별 차이 나지 않으니 마치 전혀 지치지 않는듯 보였다.
그렇기에 쿠알론은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루프스에게 달려들 수 있었다.
카가가가가강-
루프스의 도끼와 쿠알론의 주먹이 서로를 맞부딪치자 강철과 강철이 부딪치는듯한 소리가 울렸고, 그 요란스런 소리의 틈바구니에 소리를 묻은채로 휘둘러지는 것이 있었다.
후웅-
소리에 묻혀있다하더라도 지금까지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까, 쿠알론은 휘둘러지는 도끼의 타점에 맞춰서 몸을 단단하게 변형시켰다.
까앙-! 퍼억-
강하게 울려퍼지는 도끼가 막히는 소리와 동시에 도끼가 틀어박히는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휘청- 쿠당탕
도끼에 공격받은 그는 순간적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지면으로 엎어졌다. 엎어져 쓰러진 그의 발목에는 크게 베여 출혈이 일어나고 있었다. 방금전 루프스의 공격에 의해서 기동성을 크게 상실한 것이다.
다만 그가 고블린이 아닌 식귀인 만큼 이 상황은 일시적인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가 다시 몸을 회복하고 루프스를 향해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정도 사실은 루프스도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허공중으로 날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쓰러져있는 그를 향해 달려들면서 동시에 허공중에서 불러낸 도끼가 이번에도 그의 의지에 따라서 쿠알론의 발목을 찍어내렸다.
콰직-
제법 깊게 패였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사이에 슬금슬금 아물어가고 있던 쿠알론의 발목이 이번 일격으로 방금전보다 큰 상처를 남겼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쿠알론이 한번 더 파인 발목 때문에 고통스러워 할 무렵에서야 루프스는 직접 쿠알론에게 닿을 수 있었다.
"흐아아압!!"
그를 향해 접근한 루프스는 곧바로 도끼를 높게 쳐들고는 쿠알론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
콰앙-!
도끼가 목을 베어낸다기 보다는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쿠알론이 있던 자리는 피어오르는 먼지 안개에 의해서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루프스는 그가 보이든 보이지않든 아무 상관 없이 다시 도끼를 치켜들더니 다시 한번 그가 있던 장소를 향해 내리쳤다. 이 장소는 현재 다름아닌 그의 권역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의 영역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영역에서 시야가 안보인다 하더라도, 바로 코 앞에 있는 쿠알론의 생사를 못알아볼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감각은 바로 지금도 여전히 쿠알론이 멀쩡히 살아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렇기에 도끼를 내리치는 그의 손길에는 망설임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콰앙- 콰앙- 콰앙-!
연달아 내리쳐지는 공격은 쿠알론이 있던 자리를 계속해서 내리쳤다. 그리고 루프스는 자신의 도끼가 쿠알론을 향해 내리쳐지고 있음을 그 손아귀의 감촉으로 명명백백히 느끼고 있었다.
문제는 내리치고 내리쳐도 쿠알론의 숨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딱히 루프스가 아버지로서의 정 때문에 차마 죽이지 못하는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쿠알론의 모습을 보았을때는 그를 단번에 보내주는것이 쿠알론을 위하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쿠알론을 향한 손속을 늦출리가 없었다.
쉬익-!
시야한점 보이지 않는 먼지속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루프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텅-
날아드는 물체를 도끼의 면으로 막아냈지만 루프스는 더 이상 쿠알론을 범위에서 놓치고 말았다.
루프스가 잠시 밀린사이 쿠알론은 지치고 다친 몸을 뒤로 내뺐다.
먼지속에서 빠져나온 쿠알론은 확실히 루프스에 의해서 연달아 도끼에 내리 찍혔기 때문인지 최초의 형상을 떠올리기 어려울정도로 몸이 망가져 있었다.
루프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루프스와 파인피를 향해 으르렁 거리더니, 너덜너덜한 발을 다시 한번 굴렸다.
힘없는 발길질이었지만 능력의 트리거로서는 충분했기에 지면이 우르르 떨렸다.
또 무슨일이 벌어질지 루프스와 파인피는 한껏 긴장했다. 앞서 벌어졌던 솟구치는 가시와 같은 일이 벌어질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본능만이 남아있다지만 가시를 뽑아내는 것만으로 둘에게 충분한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사실쯤은 인식하고있었다.
게다가 현재 몸상태로 둘을 상대하기란 어렵다는 사실또한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선택할 방법은 한가지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긴장한채로 그를 주시하던 둘에게 허탈함만을 심어주었다.
지면이 크게 솟아나면서 루프스와 파인피를 향해 덮쳐갔고, 둘이 흙과 돌로 이루어진 파도를 피하는 사이 쿠알론이 그대로 지면으로 쏙 빠져서는 자리를 벗어난 것이다.
그 허탈한 결과에 루프스와 파인피는 순간 넋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