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화
공세
쐐액-!
문을 연 루프스를 가장 먼저 맞이해 준 것은 뭉툭하고 단단해보이는 녹색에 살짝 황토색이 섞여있는 주먹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어느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던 루프스는 한발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손쉽게 공격을 피해냈다.
"네...네가 어째서 여기에?!"
루프스는 문 안에서 공격을 가해온 자를 보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있는지도 알 수 없었던 쿠알론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에 있으리라 짐작했던 트레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으니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다만 쿠알론은 그가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을 그저 두고보고 있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쿠우우-
묵직한 주먹이 허공을 긁어내는듯한 소리를 내면서 루프스를 향해 쇄도했다. 순간적으로 당황에 빠져있던 그는 쿠알론의 공격을 한박자 뒤늦게 알아차리는 바람에 피하지 못할듯 싶었다.
"흐읍!"
태앵-
그렇지만 이곳에 있는 것은 루프스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뒤를 쫓아온 고블린들과 파인피가 함께하고 있었다. 루프스를 쿠알론의 주먹질로부터 구해준 것은 파인피였다. 한순간에 루프스의 옆으로 돌아가 찔러들어오는 주먹에 창을 이용해 옆으로 튕겨버렸다.
"크으... 생각보다 무겁구만"
파인피는 단 한번의 공격을 막았을 뿐에다 그것도 맨손이 아닌 창을 이용해서 튕겨낸 것이지만,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이 상당하다는데 놀랐다. 그 사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굳어있던 루프스도 제정신을 차리고 뒤로 물러서서 파인피와 합류했다. 그러는 한편 다른 고블린들이 이번 전투에서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리란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 자체가 다수가 모여있기에는 좋지 못했다. 좁은 장소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트레이와 싸운다고 생각했을 때도, 그리고 지금 쿠알론과 마주쳐서도 루프스는 온 전력을 기울여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다른 식귀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부하 고블린들을 이곳까지 끌고 온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도착하고 보니, 주변에 느껴지는 기척이라고는 조금도 없었으며 비좁은 공간 때문에 끌고 온 고블린들이 오히려 걸리적거린 것이다.
그 때문에 루프스는 고블린들에게 이곳에서 물러나라고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루프스의 지시에 고블린들은 뒤로 물러서더니 그대로 올라올때처럼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루프스와 파인피는 그들이 밑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을 여유는 조금도 없었다.
카가각-
"으그극"
루프스의 도끼와 쿠알론의 주먹이 마주쳤지만 재질적으로 우위에 있으면서도 루프스의 도끼가 오히려 조금씩 밀리는 듯 보였다. 그렇게 루프스가 쿠알론의 발을 잡고 있는 사이 파인피는 그의 뒤를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흡!"
화르륵-
창 끝에서부터 불타오르는 그의 창은 그대로 쿠알론의 등을 노리고 들어갔다. 게다가 정면에서는 그보다 더 위협적인 루프스가 쿠알론이 파인피의 창을 막으려는 순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어느 한쪽에 집중했다가는 반대쪽에서 공격해올게 분명하니 보통이라면 외통수라고 불러도 문제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쿠알론의 강함이 루프스마저 넘고 있으며, 지금의 그는 고블린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꾸물꾸물
휘리릭-
놈은 자신이 이제 고블린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듯이 파인피의 공격을 식귀로서의 특성을 이용해서 막아냈다.
쿠알론의 등 부근에서부터 뻗어나간 촉수는 자신을 향해 찔러들어오는 창을 감싸서 막아냈다. 그러는 한편 정면에서 다시 달려드는 루프스를 향해서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카강-
"크윽... 무슨 힘이!"
루프스는 그 공격을 막아내면서 이를 악물었다. 한번 한번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루프스는 쿠알론이 단순 근력만으로 마인과 비슷하거나 넘어섰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근력자체도 강력한 마인이 근력강화의 능력까지 이용한다면 루프스로서도 살짝 버거운 느낌이 든다.
그런데 지금 쿠알론의 주먹질 한번 한번에서 그런 마인을 상회하는 힘이 느껴지니 이를 악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후면의 촉수에도 마치 눈이 달린것과 같이 파인피가 달려들려하면 날아드는 촉수가 그의 움직임을 막아섰다.
명백하게 둘이 합친 힘보다 우위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쿠알론이었다. 그러나 그 우위가 절대적인것은 아니었다. 둘이 힘을 합쳐서 공격하니 서로가 치명상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오히려 백중지세라는게 더 알맞을 것이다.
루푸스와 파인피가 앞뒤로 압박을 주고 쿠알론은 그런 둘의 합공에 틈을 찾아서 공격을 찔러넣는다.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방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특히나 쿠알론은 루프스와 쿠알론을 보고도 그저 무표정으로 일관한체 공격만을 퍼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에는 데면데면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얼굴을 마주하고 말 한마디 하지 않을정도로 사이가 안좋은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의 그런 태도는 둘에게 그가 더 이상 이전의 그가 아닌, 다른 식귀들과 마찬가지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렇기에 루프스와 파인피는 그를 상대하기 위한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까득-
허리춤에 매여진 주머니에서 둘은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대로 입에 넣고 씹어먹었다. 그 사이에도 쿠알론은 둘을 노리고 공격해왔지만 둘은 그의 공격을 차분히 피하면서 작업을 이어나갔다.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다 씹어먹은 둘은 각자의 역할을 위해서 움직였다. 루프스는 보다 적극적으로 쿠알론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싸웠던 것은 그저 탐색전이었다는 듯 방금전과는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무차별적으로 공격해댔다.
루프스가 쿠알론을 맡아주는 사이 파인피는 다시 허리춤의 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한첩의 마른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이루어진 물건을 끄집어내더니 그곳에 여전히 불이 붙어있는 창을 가져다 댔다.
화르르륵-
창에서 주머니의 물체로 옮겨간 불은 그대로 활활 타오르면서 연기를 뿜어냈다. 건강에는 조금도 좋아보이지 않는 검은색과 초록색이 기분나쁘게 섞여있는 연기였다.
뿜어져나오는 연기는 그대로 조금씩 그들이 있는 공간을 매워나갔다.
한편 연기가 퍼져나가는 동안 루프스도 쿠알론의 발목을 잡으면서 지금까지 자제하고있던 권역을 사용했다.
권역을 발동시키자 루프스를 기점으로 뭉클거리는 검은 연기와 같은것이 주변을 점령해나갔다.
독이 섞여들어간 대기에 시야를 가려주는 검은 안개까지 나타났지만 그 속에서 손해를 보고있는건 쿠알론 뿐이었다.
시야 한점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다가 독까지 퍼져있는 안개 속에서 루프스와 파인피는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으면서 쿠알론을 공격했더.
둘의 공격을 받는 쿠알론은 둘과 달리 안개의 영향을 제대로 받고 있었다.
독에 중독되어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었으며, 루프스의 권역의 영향을 받아 헛손질을 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경우에 따라서는 둘중 하나가 아닌 장소로 뛰어들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번 허탕을 치자 쿠알론도 슬슬 짜증이 올라왔는지 강하게 발을 굴렸다.
쿵-
발로 바닥을 내리치면서 미약한 충돌음이 생겼지만 그 결과는 초라한 충돌음과는 상반되었다.
콰직- 콰직-
바닥에서 솟아나는 가시들이 루프스와 파인피를 덮쳤다. 둘은 자연스레 가시가 돋아나지 않는 장소로 피했지만 그곳에는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퍼석-
갑작스럽게 루프스의 발밑이 허전 해지면서 그대로 한층 아래로 떨어져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