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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27화 (327/374)

327화

공세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근처로 다가온 루프스는 그나마 온전한 담벼락에 숨어서 입구 부근을 지키는 놈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는 한편 그를 따르는 고블린들은 주변에 흩어져있는 돌더미나 무너져내린 집의 폐허를 이용해서 몸을 숨겼다.

루프스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마리의 식귀들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알려진건가..."

지금까지 놈들이 보초를 선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은바도 겪은바도 없었던 루프스는 보초를서고 있는 식귀들을 노려보면서 중얼거렸다.

이지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놈들이었지만, 그 정도로 난리를 쳤으니 일단 경계를 하는게 당연했다.

게다가 입구의 주변을 지키고 있는 것은 두 식귀 뿐만이 아니었다. 비쩍마른 늑대의 형상을 하고 있는 놈이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는 흙을 퍼먹고 있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식귀로 보이는 동물들 몇이 늑대와 같은 행동을 하고있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충분히 부담이라고 할 수 있는 숫자의 적들이었다. 그러나 루프스와 고블린들의 입장에서는 돌파하는데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번 주위를 꼼꼼하게 살펴본 그는 별달리 다른 인기척도 적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문 앞의 식귀들만이 이 자리에 있는 적들의 전부로 짐작되었다. 게다가 지하에 있던 놈들의 규모를 떠올려본다면 이 자리에 있는 식귀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굳이 이곳에 숨어서 기회를 노릴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판단내린 루프스는 성주가 사는 내성으로 들어가는 가장 첫번째 문. 현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루프스가 달리기 시작하자 그의 뒤에서 지시를 기다리던 고블린들도 따라서 뛰쳐나갔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혹은 입구 부근에서 그 이름처럼 먹어대기만 하던 식귀들은 갑작스럽게 루프스가 튀어나오자 그를 저지하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갑작스레 고블린들이 입구를 향해 달려오자 입구 근처의 본래 정원이었던 장소에 흩어져있던 식귀들이 일제히 반응을 보였다. 입구를 지키던 두 식귀는 몸을 변이시키기 시작했고,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던 동물형 식귀들은 온 힘을 다해서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고블린들을 막아선 것은 그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슴형 식귀였다. 눈 전체를 붉게 번들거리는 놈은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면서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루프스를 덮쳐갔다.

마치 루프스, 그를 모조리 씹어먹어 버리겠다는 의지까지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시도가 성공적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달려가면서도 덤벼드는 이들을 쳐내기 위해서 미리 대비하고 있던 루프스에게 그런 공격쯤은 별로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캉!

이빨을 노린 공격이었지만, 빠르게 달리던 중에 하는 공격이었기 때문인지 루프스의 공격은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이빨이 아닌 머리 위에 달린 뿔을 쳐냈다. 그것도 점프로 위쪽에서 덮쳐왔기 때문인지 그의 밀치기는 사슴이 살짝 밀리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지만 애초부터 루프스의 목적은 사슴을 죽이는게 아니었다. 놈의 공격이 일순간 주춤해진 틈을 타서 그는 그대로 사슴을 지나쳤다.

점점 거리가 벌려지기 시작하는 루프스를 보면서 사슴은 그를 쫓으려 했지만 결론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어느새 루프스의 뒤를 바짝 쫓아오던 다른 고블린들의 손에 의해서 저지당하는 것은 물론이요, 여럿이서 동시에 하는 공격은 사슴을 절명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놈의 주의가 루프스에게 꽂혀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상대하기는 수월했다.

이후에는 비슷한 광경의 연속이었다.

사슴 형태의 식귀 다음은 토끼, 뱀, 맷돼지, 마지막으로 늑대의 순으로 달리는 루프스를 향해 덤벼들었다. 모두 하나같이 정상적이지 못한, 혐오스럽다고 부르기에 충분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힘마저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루프스는 마찬가지로 덤벼드는 그들을 쳐냈고, 한차례 밀려난 식귀들은 그대로 뒤이어 달려오는 고블린들의 손에 의해서 명을 달리했다.

그리고 가장 선두에서 달리던 루프스는 입구 부근을 지키고 있던 식귀들을 향해 공격했다.

"흐읍!"

쿠르륵-

루프스의 공격을 때마침 변이를 마친 식귀들이 손쉽다고 할 정도로 가볍게 쳐냈다. 그러는 한편 공격받지 않은 쪽의 식귀가 루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허엉- 컥!

후웅-

그러나 식귀의 공격은 루프스에게 닿지 못했다. 한쪽을 노리면 자유로운 반대쪽에서 마찬가지로 그를 노릴 것이라는 점은 이미 자명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루프스도 잘 알고 있었다.

한쪽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반대쪽으로 그는 분신을 불러냈었다. 그가 공격하는 식귀의 반대편에 있는 식귀가 등을 보이는 루프스를 향해 공격하는 순간 드러나는 빈틈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그가 본래 공격하던 쪽에 실리는 힘이 약해졌지만, 분신으로 저지한 쪽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루프스가 한쪽은 막고 다른 한쪽은 빈사상태로 몰아넣고 있을 때 어느새 그의 뒤로 다가온 고블린들에 의해서 입구를 지키고 섰던 식귀들은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흠..."

그렇게 입구로 들어서는데 성공한 루프스는 방금까지 상대하던 놈들에 대해서 떠올렸다. 손쉽게 헤치웠지만 그의 손이 기억하고 있는 손맛이 놈들이 보통 식귀들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흠... 그때 그 지휘개체들과 같은 놈들인가 보군"

루프스는 이전 목격한 바 있던, 그리고 직접 싸워 본 적 있던 놈들을 떠올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놈들의 등장으로 이곳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프리트, 너랑 네 직속 부하들은 이곳을 지키고 있어라. 이곳에 나타나는 놈들이야 얼마든지 상대할 자신은 있다만은, 굳이 바깥에서 들어오려는 놈들까지 상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루프스는 바닥에 깔려있는 융단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그의 뒤에 있던 프리트를 향해 이야기했다.

그의 지시를 들은 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물러서서 요새의 입구를 지키기 위해서 움직였다.

"파인피 너도 프리트에게 일부 병력을 붙여두어라. 만에 하나라는 일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지"

"옙"

폐허가 된 성을 둘러보데 정신 팔려있는 파인피는 루프스의 말에 그의 옆을 걷고 있는 수하들에게 손짓해서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프리트를 따르도록 지시를 내렸다.

프리트가 입구를 지키는 사이 루프스들은 꼭대기에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트레이를 향해가기 위해서 계단으로 향했다.

타다다닷

여럿이서 계단을 올라가니 요란스러운 소리가 울렸다.

입구의 안쪽에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심하고 긴장했지만 백이 넘는 수가 계단을 올라가려니 자연스럽게 소리가 울린 것이다.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언 성 곳곳에 숨어있던 식귀들을 끌어내기도 했다.

한층의 계단을 올라가니 그들의 앞으로 식귀들이 나타났다. 여태 눈에 띄지도 않게 숨어있던 놈들이 길을 막아섰지만 선두에서 달리는 루프스를 막을 수는 없었다.

루프스가 밀치고, 밀쳐진 식귀를 뒤에서 루프스를 따라가고 있는 파인피와 고블린들이 정리했다.

계단의 폭이 기껏해야 고블린 셋이 지나갈수 있는 정도라서 아무리 루프스들을 향해 덮쳐들어도 별다른 피해도 주지 못했다.

결국 루프스들을 향해 달려들던 고블린들은 솜쉽게 고꾸라졌고 그들은 끝내 정찰병들이 트레이를 보았다 이야기 한 곳까지 도착 할 수 있었다.

루프스는 문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강하게도 느껴지는 기척은 그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루프스는 한껏 긴장한채로 조심스럽게 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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