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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25화 (325/374)

325화

공세

스콘드의 몸에서 흘러나온 안개는 그의 주변 전체를 뒤덮었다. 검은 안개는 갓 지하에서 튀어나오는 식귀들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안개를 흡입한 식귀들은 온 몸이 마치 녹슨 물건처럼 삐걱거리는 것을 느꼈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호흡을 멈추는 놈들도 있었지만, 그것도 그리 소용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호흡을 통해서 들이마시는 공기중에 섞여있는게 스콘드의 안개였지만, 그의 안개는 적들의 몸에 끈끈하게 들러붙어서는 움직임을 방해했다.

거기에 어째서인지 지하의 독이 해독 한 놈들만 올라왔을거라는 스콘드의 생각과는 다르게 여전히 독에 중독되어 있는 놈들이 태반이었다.

각자 무기를 한두번 내리치는 것 만으로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놈들은 약해져 있었다.

스콘드는 순조롭게 놈들을 제거하는가 싶었지만, 그가 긴장을 풀기도 전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놈들이 튀어나왔다.

스아아앗-!

오로지 그 두상만이 고블린의 모습을 띄고 있을 뿐, 그 이외에 어디를 보더라도 고블린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생명체가 바닥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여기저기 짜집기되어있는 누더기가 연상되는 괴물이었다. 놈은 구덩이에서 나타나자마자 가까이에 있는 스콘드를 향해 온 몸을 날려왔다.

"크흡!"

온몸이 흙더미와 돌덩이 그리고 살덩이로 뭉쳐있었으며, 여기저기 자라나있는 무수한 촉수들이 혐오스러운 생물이 맞긴 한지 의심스러운 존재였다. 다만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혐오스러웠지만 놈이 지니고 있는 힘은 그리 우습게 볼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놈이 단일개체라는 것이 행운이었으며, 그가 노리는것이 오로지 스콘드라는 사실이 두번째 행운이었다. 그 사실은 놈과 직접 맞붙은 스콘드가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애초에 근접전에서 그리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그였지만, 그렇다해도 나름 유일급에 올라선 고블린이다. 특기가 아니라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육체능력은 그리 얕볼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가 작접 손으로 느낀 놈은 오히려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생각보다 강력한 놈의 모습에 스콘드는 조금도 방심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근접전은 더더욱이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놈과의 접근전 자체를 꺼렸다.

놈의 돌진을 가까스로 피해 없이 막아낸 스콘드는 뒤로 뛰어서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거리를 벌리면서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을 듯 하니 주변의 상황을 살피고 놈과 싸울지 아니면 그대로 후퇴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슬슬 지면으로 올라오는 식귀들의 모습은 이전까지 나타나던 놈들과는 달리 독을 해소한듯 보였지만, 다행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고블린들도 놈들에게 뒤지지 않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둘러본 그가 내린 결론은 충분히 놈들이 얼마나 올라오더라도 놈들이 올라오는 곳이 좁은 구덩이라는걸 감안한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판단을 내린 그는 오로지 눈 앞의 기괴한 형상의 적을 향해 온 정신을 집중했다.

턱- 터텁-

놈은 다시 스콘드를 향해 달려들려고 했지만, 그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지면에서 솟아나온 손이 놈의 발목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스콘드는 놈을 향해서 가죽주머니에서 꺼내든 둥근 환약형태의 무언가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식귀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구체를 처내버렸다.

푸확-

촉수가 구체를 멀리 쳐내기 위해서 때리는 순간, 구체가 터지면서 그 가루가 놈의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돌과 흙으로 이루어진 표면에 가루가 닿았을 때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가루가 살로 이루어진 피부에 닿자 순식간에 검은 반점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스으으으으읏?!

갑작스럽게 온 몸에 퍼져가는 반점과 함께 무력감이 몰려오자 스콘드를 향해 덤벼들던 식귀도 당황했는지 몸부림을 쳤지만 그런다고 이상이 고쳐지지는 않았다.

스콘드는 그의 독에 맞은 식귀가 힘이 빠져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놈의 발목을 잡고만 있었던 시체들이 바닥을 뚫고 지상으로 올라오더니 그대로 몸부림치는 식귀를 향해 몸을 던졌다.

당황하는 한편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시체들의 모습에 식귀는 본능적으로 촉수를 이용해서 그들을 쳐냈다. 그러나 놈을 향해 달려드는 시체가 한둘이 아니었다.

하나를 쳐내면 둘이 놈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 둘을 쳐내면 새롭게 넷이 달려들기가 반복되었다.

스콘드는 주기적으로 주변을 돌면서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놈들의 시체들을 능력으로 이용해왔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고 그 동안 쌓인 시체들의 수는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지상으로 올라오는 식귀들에 의해서 많은 시체들이 사용하지도 못할 정도로 파괴되었지만, 여전히 그가 이용 할 수 있는 시체는 무수했다.

비실거리고 있는 놈을 온통 시체로 덮어 무게로 짓누를 수 있을 정도쯤은 가뿐했다.

식귀도 계속해서 쳐내고는 있었지만 놈들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놈들을 조종하는 스콘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는 촉수가 연신 지면을 밟아대면서 그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놈이 도착하기 보다 스콘드의 시체들이 놈을 짓누르는게 빨랐다.

시체들에 의해서 온몸이 짓눌린 놈은 버둥거리면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연신 늘어나는 시체들 때문에 연신 일어나는데 실패했다.

이대로는 절대 빠져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 놈은 자신을 눌러오는 시체들을 향해 몸통을 크게 벌렸다.

한편, 놈과 떨어진 자리에서 놈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스콘드는 시체들이 들썩거리지 않자 일단 가만히 지켜보았다. 고작 위에서 무게로 짓눌리는 압박만으로 놈이 죽었다고는 생각할수 없었기에 굳이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고 그저 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피기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켜보고 있었을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잠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던 놈은 방금 전 보다 더욱 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와그작- 와그작- 까드득- 콰득

그리고 뭔가를 씹어먹는 소리가 들리면서 조금씩 놈을 짓누르고 있던 시체들의 산이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잡아먹고 있는건가"

스콘드는 들려오는 소리와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지 점점 낮아지는 시체들의 산을 보면서 짐작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그가 바라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놈이 자신이 부리는 시체들을 잡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지만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사이에 혹시나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지 살펴보았지만 그것도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다만 점점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식귀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놈들을 지휘하는 개체들이 나타나는지 최상급 고블린들이 하나씩 발목이 붙잡히고 있었다.

아직은 괜찮지만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에 스콘드는 빠르게 놈을 끝장내고자 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자신의 몸 위를 짓누르고 있던 시체의 산을 어느새 다 먹어치운 식귀가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식귀는 다시 스콘드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놈의 몸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단순한 과식 때문은 아니었다.애초에 먹을 수 있는 것 없는 것 가리지 않는데다가 쉬지 않고 먹어대는 놈들이 과식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한다는건 말도안돼는 일이었다.

그건 스콘드가 미리 시체들을 세공해두었기 때문이었다. 시체가 추가될때마다 그는 시체의 속을 그가 만든 독으로 꽉꽉 채워넣었다. 그리고 그 모든 독들이 지금 놈의 뱃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놈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것이다.

스...스으이이이이...

비틀 거리면서도 스콘드를 향해 다가오는 놈을 보면서 스콘드는 여전히 남아있는 시체들을 불러냈다.

새롭게 바닥에서부터 몸을 일으킨 시체들은 이제껏 자살특공만 하던 다른 시체들과는 그 모습이 달랐다. 대부분이 오우거나 미노타우로스의 시체들로 이루어진 그것들은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스콘드를 향해 다가가는 식귀를 향해 각자가 들고 있는 무기를 찔러넣었다.

온몸에 무기가 파고든 식귀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지만, 몸을 감싸고 있던 흙더미도 단단하게 보호하고 있던 돌로 이루어진 피부도 시체들이 들고 있는 무기를 막지 못했다.

온몸을 찔리고 베인 식귀는 몸부림을 쳤지만 끝내 버티지 못하고 절명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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