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화
공세
코 앞에 있는 식귀들을 어떻게 공격해야할지 논의하던 넷은 이틀에 걸쳐서 계속해서 회의가 진행되었다. 후반부에서는 엘라도 어느정도 결심이 섰는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으며,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고는 끝을 냈다.
그들이 행동하기 시작한 것은 회의가 끝나고 바로 다음날이었다.
루프스가 이끌 소수의 고블린들과 프리트와 파인피 각각 휘하의 고블린들을 이끌기로 했다. 그리고 임시로 스콘드를 불러서 요새를 지키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와 함께 엘라도 요새에 남기기로 했다. 어느정도 결심이 서긴 했지만, 직접 트레이나 드란 혹은 쿠알론과 직접 마주하고도 싸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요새의 숲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그녀가 있는 편이 더 효율이 좋다.
각자의 역할이 정해진 뒤, 고블린들의 장비를 수선하고 필요한 소모품들을 챙기는 사이 시간이 지나갔다. 모든 준비가 끝마쳐질 무렵 때에 맞춘듯이 스콘드가 요새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즉시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은 미리 짜둔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식귀들이 있는 르윅 성으로 향할 루프스와 고블린들은 먼저 숲으로 향했다. 목적지를 향하면서 숲을 가로지르는 식귀를 둘 마주쳤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처치 할 수 있었다.
목적지까지 다가간 루프스들은 그곳에 미리 마련된 땅굴로 들어갔다. 식귀들이 만들어놓은 통로를 이용한 땅굴이었다. 식귀들이 만들어놓은 지하통로를 고블린들은 그대로 내버려두었었다. 여러가지 작업으로 수작을 부려놓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통로 자체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 중에서 루프스와 그 일행들은 숲을 지나는 부분에서부터 역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숲에서도 나타나는 놈들이 이 지하에서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기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럼... 먼저 갑니다!"
가장 먼저 구덩이를 향해 뛰어든 이는 파인피였다. 이어서 그의 휘하 고블린들이 내려섰고, 차례로 프리트와 루프스가 각각 이끄는 이들을 이끌고 들어갔다.
루프스의 예상대로 지하에는 식귀들이 있었는지 지하로 내려서자마자 그는 파인피와 고블린들이 싸우는 소리와 살이 푹푹 파이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흐읍!"
푸북- 푹-
기기끼기기기...
털썩
마침 파인피가 찌른 식귀가 마지막이었는지 놈이 쓰러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이거 너무 예상대로라 기분이 이상합니다만"
창에 묻은 피를 탈탈 털어내면서 파인피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미 앞서 루프스가 들어가자마자 식귀를 마주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의례적인 이야기로 생각했었지 그게 설마 실제로 일어날줄은 생각도 못했던 파인피가 루프스에게 투덜거렸다.
그가 투덜거리는 모습에 루프스는 피식 웃더니 선두로 나서서 움직이길 재촉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다른 곳도 아닌 적들이 파놓은 구덩이의 속이었다. 이대로 꾸물거릴 시간동안 빠르게 앞으로 치고나가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애초에 놈들의 지능을 생각하면 함정을 만들기는 어려울거다. 그나마 드란이 본래의 지능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만은... 녀석이 감당 할 수 있는것도 한계가 있겠지. 그리고 놈이 지금 우리를 생각하고 있을 틈이 없을거다"
루프스는 풀발하기 바로 전날 들어온 보고를 떠올리면서 말했다.
"확실히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여태 얌전했던 우리쪽을 신경 쓸 이유는 없겠지요"
보고서에 적혀 있던 것은 인간들이 대대적으로 반격에 나섰다는 이야기였다. 식귀와 대항 할 수 있는 병력의 수는 수백정도였지만,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식귀들도 그 수가 그리 많다고 볼 수 없으니 반격에 나서기에 충분한 수라고 할 수 있었다.
인간측은 총 세개의 구덩이를 기점으로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식귀들을 사냥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나타나는 식귀들의 무서운 점은 소수지만 끊임없이 계속해서 상급 몬스터 정도의 힘을 지닌 놈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병사들의 경우 대다수가 최하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정도의 수준이고 정예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이 하급 몬스터를 상대하는게 가능한 이들이었다. 기사들의 경우도 조금 특출난 하급이나 중급 몬스터를 상대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당연히 그들보다 월등한 강함을 지니고 있는 식귀들은 그들에게 정말 두려운 존재라고 부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번에 나타나는 수와 비등한 강자들을 모아놓으니 놈들은 그리 무서운 적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놈들에게 제대로된 지능이 없다는것이 치명적이었다.
그들이 들어간 구덩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거기까지 확인하지는 않았기에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들락거리는 인간들의 모습이나 반응으로 추측컨데 식귀들에게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식귀들을 통솔하는 것으로 짐작되는 드란이라면, 언제 움직일지 알 수 없는 고블린측 보다는 당장 처들어오는 인간측이 더 신경이 쓰일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이쪽의 관심이 줄어든다는 것이 루프스와 고블린들의 판단이었다.
모두가 안전하게 지하 통로에 들어선 것을 확인한 루프스는 이동을 개시했다.
"그런데 꼭 지하로 가야하는 겁니까?"
루프스를 향해 어두운 지하가 마음에 안드는 듯 찡그린 표정을 짓고있던 파인피가 물었다. 아무래도 과거 동굴에서 랫맨들과 싸우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인지 평소보다 더 주위에 주의를 쏟는 모습이었다.
프리트도 그보다는 덜하지만 힐끗 힐끗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내심은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그나마 둘보다는 당시의 경험이 적었던 루프스만이 아무렇지 않게 그저 걸어가고 있었다.
"흠... 지상으로 가는것도 별로 상관은 없지. 사방에서 쏟아져오는 놈들을 감당 할 수 있다면의 이야기겠지만 말이야"
"으응? 놈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다고요?"
파인피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은 것 처럼 눈을 크게 떳다. 그의 물음에 이번에는 프리트가 입을 열었다.
"처들어오는데는 어째서인지 많아야 열에서 스물정도지만, 놈들의 본거지는 상황이 많이 다르더군. 뭣보다 그 때 르윅 성을 확인하고 온 정찰병들의 보고는 너도 같이 받았을 텐데"
프리트가 이상하다는 듯 파인피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의 반응에 파인피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웃어넘기려 했다.
"케헤헤헤"
"또 제대로 안들었나 보구만"
파인피가 웃어 넘기려하자 그가 왜 저러는지를 이해한 프리트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루프스는 헛웃음을 터트리면서도 계속해서 통로를 걸어갔다.
통로에서는 계속해서 식귀들이 나타났다.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걸으면서 마주친 이들을 전부 합한다면 족히 서른은 될 것이다.
그렇게 고블린들이 나아가던 중, 이제껏 만난 식귀들과는 전혀 다른 놈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저건..."
"으음...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나였나"
그들이 본 것은 새롭게 구덩이를 뚫을려는 듯이 벽을 파내고 있는 한 이질적인 두더지의 모습이었다. 파인피와 프리트는 과거 한차례 본 적 있으며, 루프스는 바로 얼마전에도 마주친 적이 있는 놈이었다.
타다닷
"흐읍!"
빠르게 달려간 파인피가 자신의 창을 놈의 목덜미를 향해 찔러넣었다.
푸욱-
퀴에에에게게겍
괴로운 듯 온몸을 비틀던 놈은 연달아 이어지는 파인피의 공격 아래에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증발해 버렸다.
"이 놈들을 이용해서 땅을 파내고 있었던게 분명하군"
이미 지하통로를 이용 할 때부터 혹시나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이전이라면 관련된 능력을 지닌 고블린들의 힘이겠거니 하겠지만, 식귀가 나타난 뒤로는 이 두더쥐와 같은 놈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제 슬슬 이런 놈들도 나타나겠군. 슬슬 성에 가까워진것 같으니 모두 정신 차리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