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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16화 (316/374)

316화

대비

루프스는 축복을 받는 결과에 만족스러워 하면서 그날 하루는 끝을 맺었다.

이번에 새로 얻은 능력을 실전에서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러기에는 당장 그와 맞설만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군락지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혹시나 식귀들이 이곳으로 처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다.

기왕 이렇게 된거 루프스는 한가한 지금 전체적인 전력의 점검을 하기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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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스가 가장 처음 도착한 곳은 군락지에서 개발한 독이나, 채집한 독초들을 모아 필요한 독들을 제조하고 있는 장소였다.

군락지 안쪽에서 전달되는 독들 만으로는 항상 상비하고 다니는 양에 비해서 부족하기 때문에 지어진 장소였다.

제조소라고 해도 소소한 개발정도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부글부글

뭔가가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그곳으로 루프스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서늘하게 만들어진 장소에서는 갖가지 독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창 바쁜와중에 들어온 것인지 그 안에서는 복면을 쓰고 있는 고블린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흠..."

루프스가 들어온 사실은 알고 있는지 흘끔흘끔 처다보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은 하지 않았다. 독들을 다루는 만큼 위험한 장소였던 만큼 미리 루프스는 그가 찾아와도 신경쓰지 말라고 해두었었기 때문이다.

다른 경우라면 모를까 고블린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만큼, 그가 들어온 것을 흘끔 확인만 할 뿐이었다.

누구 하나 안내하는 고블린은 없었지만 루프스는 익숙한 걸음으로 내부를 살펴보았다.

요새에 있을 때 본인용 독을 수급하기 위해서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익숙해진 상태였다. 전투에서는 독을 그리 자주 쓰지 않는 그였지만, 잠입에는 알게모르게 상대의 신경을 둔하게 만드는 종류의 독을 자주 쓰다보니 수시로 소모되곤 했었다.

최근에 함정용 독을 많이 만들다보니 제조소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루프스는 미묘한 감정에 빠졌다. 특히나 이렇게 많은 고블린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다보면, 간혹 동굴에서 살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동굴에서 살던 시절, 그 좁은 곳에서 다수의 고블린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모습이 연상되는 것이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서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곤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루프스는 더더욱 안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그리고 한 문 앞에서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드르르륵-

문을 옆으로 밀자 문은 땅을 긁는듯한 소리를 내면서 옆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리고 안으로 두개의 문을 더 열고 닫으면서 한 방으로 들어갔다.

"오래간만이군"

항아리 여럿과 철제 용기, 그리고 흙을 구워서 만들어진 조잡한 그릇 여럿이 그 곳에 있었다.

루프스가 독의 조합을 통해서 새로운 독을 만들거나 자신이 사용할 독을 제조하는 방이 이곳이었다.

고블린들이 독을 사용하는 경우는 상당했다. 이전 오크들과의 전투에서부터 그가 권했던대로 독의 효용성을 보고 나서는 여러곳에서 이용하고는 했다.

식용으로 쓰기 위해서 비교적 약한 독을 이용해서 사냥감을 잡는다거나, 함정에 이용해서 살상력을 높인는데 이용하거나, 강한 적을 마주칠때를 대비해서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독을 상비하고는 한다.

어쩔때는 독을 쓰는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고블린들이 개발한 해독제를 이용해서 살아나는 경우도 있었다.

루프스의 경우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상대의 신경을 둔감하게 만드는 독을 이용해서 그의 능력에 더 잘 걸리도록 만들거나,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주로 독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최근 지하통로와 바르무어 성을 다녀오면서 제법 많은 양을 소모했기 때문에 이번에 보충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다.

루프스는 먼저 항아리에 들어있는 가루들을 퍼냈다. 그릇에 가루를 담아낸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가루를 독으로 바꾸어냈다.

다섯 종류의 독 가루를 그만의 방식으로 섞고는, 소량의 증류수를 섞어서 걸쭉하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몇가지의 공정을 거쳐서는 색이 바뀌어 새로운 독으로 완성되었다.

만들어진 독을 얇은 가죽으로 감싸서는 그가 들고다니는 독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작업을 끝낸 그는 바깥으로 나와서는 독 제조 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고블린을 찾아갔다. 혹시나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찾아간 그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그에게 이야기했다. 무엇보다도 독 제조소 자체가 요새에서도 외딴 지역에 있는만큼 외부적으로 문제가 생길일은 없었다. 그리고 내부에서도 서로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조심하고있는 만큼 어지간해서는 문제가 생길일이 없었다.

그걸 확인한 그는 이곳에서의 볼일을 끝내고는 바깥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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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으로 나선 루프스는 이번에는 프리트를 찾아갔다.

요새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나, 사고들을 정리하고 있는 그는 한참 바쁜 와중에도 그를 찾아온 루프스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왠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프리트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루프스는 그의 물음에 떨떠름해하면서 대답했다.

"무슨 문제는 없는가 싶어서"

프리트는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잠시 식귀들도 처들어오지 않고, 그들을 상대하느라 바쁜 인간들이 처들어오지도 않으니 그 사이에 이리저리 찾아가보는 거란걸 알 수 있었다.

지금은 한가하게 이리저리 다니고 있는 루프스지만, 그런 적들이 나타났을 때 그가 얼마나 바빠지는지 프리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루프스에게 요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요새에는 현재 인간들과 고블린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종족이기 때문에 자주 문제가 생기고는 했다.

그렇지만 바로 얼마전까지 처들어오는 적들에 의해서 희생된 이들이 많기 때문인지 고블린들과 인간들간의 갈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본래는 이전 코볼트들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종족의 차이로 일어나는 갈등이 자주 있었지만, 한차례 위기를 겪은 뒤로는 갈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성을 버리면서 이곳이 최전선이 되었다는 사실쯤은 요새에 살고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언제 놈들이 다시 처들어올지 모르는 만큼 서로 사소한 일로 물어뜯고 싸울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루프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가 처리하고 있는 일의 양이 이전에 비하면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같은편끼리 싸우면 그보다 우스운 일은 없겠지"

지금 상황을 전해들은 루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프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프리트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정찰은 평소보다 더욱 촘촘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시해 놓았습니다"

"음..."

루프스도 그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하는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식귀들이 처들어오기 힘들게 막아놓은 상황이었다. 그런만큼 그들이 처들어오고자 한다면 십중팔구 육로로 처들어 올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그러는 한편 만일에 대비해서 지하쪽에도 함정 말고도 따로 방안을 마련해놓은 상황이었다. 만일 지하로 처들어오면 따로 반응이 올 것이다. 이전처럼 눈뜨고 코베이듯이 당할 생각은 없었다.

지상도 지하도 어느정도 대비가 되어있다는 이야기였기에 루프스는 그저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대비가 되어있다면 충분하겠군"

루프스는 다시 한번 프리트의 입을 통해서 식귀들이 처들어 올 때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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