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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11화 (311/374)

311화

괴변

베오룬 성주와 그의 가신들과 병사들 모두가 중상을 입은 상태에도 고통을 무릅쓰고 루프스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렇지만 이미 부상을 입은 이들이 멀쩡한 상태에다가 실력도 월등한 루프스를 상대로 이긴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루프스에게 덤볐던 이들 대부분이 다시는 몸을 못 일으키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끝끝내 서있는 이는 성주 단 한명이었지만, 수차례 루프스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한계에 도달한지 오래였다.

"헉... 헉... 끄윽"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 했지만, 그는 루프스를 공격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힘이 완전히 빠져버린 상태에서도 검을 계속해서 루프스를 향해서 휘둘렀다.

후우웅-

맥아리가 없는 공격이었고, 그런 공격에 루프스가 피해를 입을리는 만무했다. 더 이상 검을 휘두를 힘도 빠진 듯 보이는 그에게 루프스는 어느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그의 목숨을 거둘 수 있었지만, 굳이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베오룬도 그런 사실 쯤은 잘 알고 있었다. 단순하게 검을 휘두르는것도 버거워진 그에게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그에게 단순한 조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크흐흐흐흐흐..."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루프스를 보면서 큭큭대면서 웃어댔다. 마치 실성한듯이 웃어재꼈지만 그의 코 앞까지 다가온 루프스는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저 묵묵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흐흐흐흐, 뭐냐? 그 눈빛은"

계속 웃기만 하던 그도 루프스가 가까이 오자 무시 할수도 없었던 듯 그를 향해 물었다. 입가는 웃는 와중에도 눈은 여전히 루프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

루프스가 계속해서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지만 베오룬은 본능적으로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베오룬을 그걸 느끼자 입가를 비릿하게 올리고는 비웃음을 지었다.

"왜? 어째서 내가 얌전히 있던 너희들을 공격했는지 알고 싶다는거냐?"

여전히 루프스는 그를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고, 아무 반응 없는 그의 모습에 식어버린 것인지 루프스를 비웃던 그의 입꼬리가 내려와 무뚝뚝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흥... 알아서 생각해라. 내가 그런것까지 너한테 일일이 알려줄 이유는 없지. 흐흐흐"

베오룬은 마치 루프스를 약올리려는 듯 다시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마치 조울증에라도 걸린듯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루프스는 그에게서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도끼를 들어올려서는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퍼걱-

끝까지 저항하던 것 치고는 상당히 허무한 결말이었다.

목이 달아난 베오룬의 시체를 잠시 바라보던 루프스는 몸을 돌려서 그의 부하들과 다른 인간들의 전투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러 이동했다.

///

전투 현장에 돌아온 루프스가 본 것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양쪽의 전투 상황이었다. 딱 보기에도 고블린들이 압도하고 있었던 듯, 그가 떠나기 전과 비슷한 숫자의 고블린들이 서 있는 것에 비해서, 인간 측은 극소수를 남기고는 모두 쓰러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몇몇 고블린은 구덩이쪽까지 가서 병사들을 몰살시켜 버리고 있었다.

그가 잠깐 성주를 상대하기 위해서 다녀온 사이에 루프스의 생각보다도 빠르게 전투가 끝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고블린들에게 반항하는게 가능했던 여섯은 셋은 이미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셋은 고블린들의 손에 포로로 잡혀 있었다. 아마 저들은 루프스가 원하는 정보 몇가지를 뱉어내면 곧바로 죽게 될 것이다.

예상보다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일이 끝나고 루프스는 곧장 성을 빠져나갔다. 굳이 이곳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 성을 점령할 생각은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성가신데 여기에 지켜야 할 장소를 하나 더 늘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루프스는 몇가지 작업만 추가로 더한 다음, 고블린들을 이끌고 성에서 빠져나가 떨어진 장소에 마련되어 있는 거점으로 되돌아갔다.

///

루프스가 성에서 빠져나가고, 성주와 그의 병사들 다수가 몰살당한 것은 순식간에 성의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성의 주민들 대부분이 자주 시찰을 나왔던 성주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루프스는 떠나면서 딱히 그들의 시체를 감춰두지 않고 그저 구덩이가 있는 부근에 몰아놓았을 뿐이었다.

성주를 가장 처음 발견한 것은 본래 구덩이 근처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 한 가족이었다. 급하게 집에서 떠나가야했다보니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 있었고, 그 때문에 병사들에게 이야기해서 잠깐이라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참 동안 병사들을 찾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발걸음은 본래의 집 쪽으로 향했었다.

그들의 집은 다름 아닌 구덩이의 근처에 있었고, 자연스레 그곳에 있는 시체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속에 성주가 섞여있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지만, 그들의 신고로 불려온 병사들이 성주의 시체가 그들 속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들이 시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우연히 그 속에 성주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이 퍼져나가면서 성의 주민들 모두가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성에 생긴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쓰러지기 시작하는 주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 둘 씩 쓰러지면서 움직이지 못하고 온 몸이 펄펄 끓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어떤 병에라도 걸린듯한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환자들의 모습에서 전염병을 떠올리는 이들은 많았고, 그들을 따로 격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타났다.

많은 병력들은 물론 그들을 통제하는 최고 상급자인 성주가 죽었지만, 성의 치안을 위해 움직이는 병사들은 아직 존재했다. 무엇보다도 성주의 자식들 중 아직 장성한 인물들은 없었던 만큼, 그의 보좌를 담당했던 오르셰가 성주 대리로서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아직 주민들에게 제대로된 신뢰를 쌓지 못했다. 성주의 보좌라고 해도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제대로 아는 것은 그와 함께한적이 있는 이들이거나 성주 뿐이었다.

오르셰는 주민들의 이야기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에 따라 쓰러진 주민들을 따로 격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주민들이 쓰러진 원인이 고블린들의 짓이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고블린들이 처들어왔었다는 이야기 자체를 알고 있는 이들 자체가 적었다.

당연히 원인을 헛짚은 성의 주민들은, 중동된 주민들을 아무리 한곳에 격리시키더라도 새롭게 쓰러지는 인물들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속도는 가파르게 올라갔다.

주민들이 계속해서 쓰러지자,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들도 숫자가 뜸해졌다. 무엇보다도 성 안에서 이상한 낌새가 드는 동료를 버리고 가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간혹 일행을 어떻게든 살린답시고 급하게 떠나는 일도 있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채 이틀이 지나지 않아서 성의 주민들 대부분이 앓아누워야만 했다.

그리고 수일이 지나고 부터는 결국 쓰러진 이들 중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나마 뒤늦게 주민들이 쓰러진 원인이 성 안에 있는 우물들이라는 사실은 밝혀졌었지만, 그 때는 이미 대부분의 인물들이 고블린들이 뿌린 독에 중독된 상태였다.

결국 살아남은 이들은 언제 죽게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면서 때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을 치료해야 하는 의원들도 마찬가지로 중독된 상태였던 만큼, 그들에게는 일말의 희망도 남아있지 못했고 자연스레 주민들의 공포심은 늘어만 갔다.

다만 누구 하나 온전히 힘을 낼 수 있는 이들이 없었던 만큼, 성에서 살아가던 주민들은 비명지를 기력도 없이 조용히 점차적으로 그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결국 다시 수일이 지나고서는 그 성에 남아있는 인물들 중 살아남은 이들은 단 하나도 없었다.

소문이 퍼져서 그들을 돕기위해서 출발했던 이들이 도착하는 것은 그로부터 다시 몇일이 지나고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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