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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10화 (310/374)

310화

괴변

루프스는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겨누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간신히 일어나서 그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는 있지만, 역시나 멀쩡한 상태는 아닌지 몸을 비틀거리면서 불안정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특히나 가장 선두에서부터 벽에 부딪혔던, 그 때문에 후열에서 들이닥치는 기병들까지 감당해야했던 베오룬 성주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말할것도 없이 그들이 뜬금없이 벽에 부딪힌 것은 루프스의 공작이었다.

루프스가 그의 부하들과 성주의 가신으로 보이는 이들이 전투를 벌이는 동안 주변을 경계했다. 구덩이에서 식귀들이 나온 시점에서 이미 그에 대한 보고가 성주에게 들어갔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프스가 보았을 때 구덩이에서 나타났던 식귀들은 이미 한차례 격전을 치른 듯 보였다. 놈들의 재생력이라면 잠시 이동하는 동안 어지간한 상처라면 치유되었을 테니, 전투가 벌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상당히 고전을 했을거란 추측이 가능했다.

그런 식귀들을 상대하기 위한 병력들을 구덩이로 보냈던 성주라면 그 사실 정도는 알아차릴거라 생각했고, 그가 지원을 보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었다.

거기에 루프스는 그와 부하들이 습격을 진행하는 중에 한 병사가 간신히 자신들의 포위망을 풀고 도주하는 것을 목격했었다. 굳이 쫓아가서 죽일 필요도 없었으며, 그들이 오더라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그대로 놓아주었었다.

다만 그의 계획에서 착오가 있었다면, 전투가 생각보다 길어진데서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한창 구덩이 쪽 병사들과 전투를 치르는 중에 뒤통수를 맞을 판이었다.

거기에 루프스는 이제 다음단계까지 머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1%뿐이 남지 않은 조건이 그를 직접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미 부하들의 성장 동력으로 제법 만만치않아보이는 이들을 붙여두었으니 그의 내심으로는 이들은 그의 몫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원군으로 온 성주와 그의 가신들과 기병들을 농락한 것이다.

이 성이 아무리 성주의 소유물과 같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어디에 무엇이 있고 길이 어떻게 형성되어있는지까지 모든걸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목적지가 이미 몇차례 방문했었던 구덩이였던 만큼 거침없이 움직였던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와 그와 함께 달리는 이들의 감각을 혼동시켜서 길을 어긋나도록 만드는 것 정도는 루프스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루프스의 수작으로 대부분의 인물들이 낙마를 했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정예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운이 좋았던 것인지 그로 인해 죽은 인물은 없었다. 다만 심각하게 다친 중상자들은 제법 있었는데 그나마 병사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있는 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만 루프스와 가까운 쪽에 있는 이들은 그의 손에 의해서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손쉽게 적들을 죽이던 루프스는 자리를 딛고 일어서서 불안정하게 그를 향해 무기를 겨누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중상을 입은 자들이 있는가 하면, 겉으로 얼마나 부상을 입었는지 분간이가지 않는 이들도 그 자리에는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명 멀쩡한 이는 없을 것이다. 그저 뛰다가 벽에 부딪혀도 다치는 판에 말에타고 전력을 다해서 질주하던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수가 벽에 부딪혔는데 어디 하나 다치지 않는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루프스가 자신을 향해서 무기를 겨누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도 태연했고, 실제로도 그의 상대를 할 수 있는이는 이 자리에 그 누구도 없었다.

퍼걱-

가장 가까이서 그를 향해 무기를 겨누던 이가 루프스의 도끼에 의해서 목이 달아났다. 예리한 절삭음이 아닌 투박한 타격음과 함께 거칠게 뜯겨진 목이 허공을 날더니 바닥을 굴렀다.

방금까지 살아있던 동료가 단숨에 그리고 허무하게 단순한 시체가 되는 모습은 그를 적대하고 있는 이들에게 여러가지 감상을 안겨주었다.

그를 상대한다는 사실에 그저 두려움에 떠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저 공격을 어떻게 막아야하는가 하며 고민에 빠지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단숨에 그와의 격차를 실감하고는 절망에 빠져 그대로 무기를 손에서 놓는 이들도 있었다.

기껏해야 단 한명인 루프스에 비하면 월등한 이백에서 삼백정도의 인원수였지만, 그들 중 단 하나를 제외한 모두가 그와 싸워야만 한다는 사실에 평정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나 운없이 중상을 입은 이들도 다수가 있었다. 든든한 동료가 단순한 짐덩이가 되니 사기가 절로 뚝 떨어졌다.

단 한명. 오로지 베오룬 성주만이 그런 루프스를 보면서 두 눈을 이글이글 불태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분노를 불태우면서 곱씹고 있기 때문일까, 오로지 그만이 루프스에게 접근해서 무기를 휘두를 수 있었다.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난 이가 분노에 휩싸여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이었지만, 그 무기가 루프스에게 통하는 일은 없었다.

스륵-

살짝 옆으로 비켜가니 그의 검은 그저 허공을 내리그으면서 땅과 마주 만나야만 했다.

퍼억-

허무한 일격이었고 그가 온전하지 못한 상태라는걸 증명하는 일격이었다.

"어째서..."

자신의 공격이 허무하게 비켜간걸 알고있는건지 모르는건지 그는 루프스를 눈 앞에 두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다시 나타난거냐...!"

무엇이 그리 원통한지 그는 다시 검을 들어올리면서 고함을 질렀다.

"너희들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피눈물을 흘리는 듯한 그는 눈앞의 루프스를 향해 악다구니를 쳤다.

"너희들에 대해서 듣는순간, 보는순간, 그리고 느끼는 순간순간이 정말 고통스럽다! 이렇게 눈앞에 두고 이성을 잃어가는 이 몸이 정말 원통하다!"

그는 계속해서 눈 앞에 있는 루프스를 향해서 고함을 첬다. 그의 모습은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루프스도, 오낸시간 그를 모셔온 가신들과 병사들도 꺼림칙하게 늑낄 정도였다.

한참을 성토하는 그의 모습에 무언갈 느낀건지 아니면 질린건지 루프스는 그에게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을 향해 성토하듯 온갖 욕설과 분노가 섞여있는 말을 그저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가 반응을 하지 않자 베오룬도 더 말할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갑작스럽게 뚝 말이 끊겼다.

갑자기 조용해진 모습은 어색했지만 이내 어색함을 지우려는듯 베오룬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이번에는 고함치는듯 하던 방금과는 달리 조곤한 말투였다.

"내가 무슨말을 하던지 소용이 없겠지. 그리고 지금 보니 딱히 널 이길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군. 처음 보고를 들었던 당시의 초라함은 전혀 보이지도 않아.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내 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네놈에게 쏟아부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루프스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다시 공격태세를 잡은 그는 루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모두! 놈을 죽여라!"

달려들면서 그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의 지시를 들은 그의 가신들 그리고 기병으로서 그들을 따라온 병사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오룬이 한참 루프스를 향해 성토하는 동안 몸을 어느정도 회복한 그들은 그의 성토를 듣는동안 굳었던 몸이 풀렸다.

무엇보다도 대다수가 부상을 당하면서 덤벼봐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그들을 속박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그런 감정은 눈녹듯이 사라진 뒤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성주의 지시에 따라 루프스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이미 선두에서는 베오룬이 사납게 루프스를 향해 달러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부하들도 그를 쫒듯이 마찬가지로 루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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