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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06화 (306/374)

306화

괴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식귀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이들이 여섯이나 있었지만, 식귀와 병사들의 싸움은 대등하게 흘러갔다.

사실 실력자 셋에 그들을 보조할 다수의 병사들을 뚫고 나온 시점에서 절대 눈 앞의 식귀들이 보통 놈들과 다르다는걸 알 수 있어야 했다.

변이를 일으킨 식귀의 덩치는 개체마다 천차만별이라 덩치의 차이로 힘의 크기를 알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놈들을 상대하는 이들이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한차례 부딪힌 뒤였다.

카가가각

"크윽..."

여섯명 중 한명이 포위망을 벗어나려 병사들을 공격하는 놈들 중 하나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검은 곧 식귀의 어꺠라고 할 수 있는 부근을 베려했다. 그렇지만 검과 살갗이 만나는 찰나의 순간, 검에 베일듯이 연해보이던 살갗이 단숨에 변색되면서 식귀의 몸에 닿은 검은 돌더미를 갈아내는 듯한 소리를 냈다.

예상치 못한 반탄력에 그는 손아귀가 저릿거리는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아릿한 손아귀에 신경이 쏠린 틈을 타 식귀가 그를 공격하려 했지만, 그의 동료가 그런 식귀의 움직임을 그저 두고 보기만 하지 않았다.

"죽어!"

카가각-

식귀의 머리보다도 배는 거대한 쌍날 도끼가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빠르게 식귀를 향해 내리쳐졌다. 도끼에 담겨 있는 거력은 식귀의 갑옷이라고 할 수 있는 단단한 돌로 이루어진 피부를 깨부술 듯 했다.

카득- 까드득

실제로 도끼와 부딪힌 부분에서는 돌가루가 튀어오르며 균열이 갈 듯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도끼를 휘두르는 이. 여섯명 중 한명인 쿠드라스는 그런 식귀의 어깨를 보면서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연달아서 놈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쾅-

"크흐하하하하!"

휘둘러지는 도끼는 식귀가 미처 피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도끼를 다루는 인물과 도끼 양쪽의 육중한 거체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정도의 빠르기였다. 게다가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쿠드라스도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있으며, 온 몸의 핏줄이 겉으로 도드라지게 올라와 있는 모습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언뜻 미친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구잡이로 쿠드라스는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는 여전히 그 거체에 알맞지 않게 빠른 속도로 식귀를 내리쳤다.

다만 그것만으로 식귀의 목숨을 끊기란 지난한 일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온몸을 웅크린 식귀는 발이 잡혀 쿠드라스의 공격을 온전히 받아내고 있었다. 언뜻 돌가루가 흩날리는 것이 식귀에게 치명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식귀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설령 그의 몸을 뒤덮고 있는 것이 진짜 돌덩이들이라고 하더라도 이상할 정도로 아무런 피해도 입고있지 않았다.

부서지거나 깨질 기미도, 하다못해 금이라도 갈 기미도 보이지 않는 몸이었다. 돌가루가 흩날리고 충격에 흔들렸지만 그리 유효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나마 상처를 입은 부위를 내리칠 수 있었다면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었겠지만, 식귀도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건지 상처만큼은 최대한 타격받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쿠드라스는 눈 앞의 식귀가 피해를 입던지 입지 않던지 아랑곳하지 않고 놈을 향해서 도끼를 쉬지않고 휘둘렀다. 그것만으로 식귀의 발을 붙잡고 있는데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식귀가 쿠드라스에 의해서 붇들린 그 순간 그를 원호하기 위해서 동료 두명이 다가왔다.

피잉-

키이이이이-!!

발이 붙잡힌 식귀를 향해서 한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화살은 식귀의 배후로, 미처 가리지 못하고 있는 조그마한 틈 사이로 있는 상처를 정확하게 공격했다.

불시의 일격으로 생겨난 갑작스러운 고통에 식귀는 비명을 질렀으며, 그 틈을 노린 쿠드라스가 다시 도끼를 휘둘렀고, 도끼에 실린 힘에 의해서 머리를 방어하던 팔을 걷어내버렸다.

쉬익-!

그리고 그 틈을 노려서 식귀의 머리를 향해 한자루 검이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

키엣

식귀는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으로부터 회피하는데 성공했다. 일시적으로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물러섰던 식귀는 곧장 다시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식귀와 세 인물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도 마찬가지로 전투가 벌어졌다.

앞선 이들과 마찬가지로 달려드는 식귀를 셋이서 견제하고 있었다. 검사로 보이는 여성, 시더가 앞으로 나서더니 화려해보이는 검을 더욱 화려하게 휘둘렀다. 그녀가 휘두른 검에는 언뜻 보아도 의미없이 나가는 검이 있는가 하면, 눈치채기 어렵게 그 틈 사이로 식귀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일격을 위한 검이 숨겨져 있었다.

푸욱-

식귀의 가슴께를 찌르는데는 성공했지만, 어떻게 이루어진 가죽인지 질기고 질긴 가죽을 뚫고 유효타를 넣지는 못했다. 게다가 이미 제법 크게 검을 휘둘러서 경직된 상태인 그녀에게는 큰 틈이 생긴 뒤였다.

그렇지만 그 틈을 식귀가 공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앗!"

촉수를 휘둘러 경직되어있는 시더를 향해 공격하려했지만, 그가 촉수를 휘두르는것과 동시에 방해가 들어왔다. 휘둘러지는 촉수에 단검을 휘감듯이 휘두르더니 그대로 촉수를 흘려버렸다. 동시에 그 촉수를 타고 올라오는 단검이 초수의 주인, 식귀를 위협했다.

식귀는 단검으로는 본래의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제법 많은 부상을 입고 있는 지금, 그 공격을 피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달려드는 단검을 회피하기 위해 몸을 돌리는 그였지만, 단검은 그를 계속해서 쫓아오더니 끝내 그 피부를 치고 지나갔다. 그에겐 다행히도 상처가 있는 부분은 아니었던 덕분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또 다시 회피하면서 잠깐 드러난 틈을 노리는 공격은 또 있었다.

"...!"

속으로 기합성을 삼킨 그, 총지휘관을 맡고 있는 칼라인은 고블린을 향해, 빠르진 않지만 우직하고 강력하게 검을 휘둘렀다. 단검을 다루는 마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몸을 피했던 식귀는 아직 온전히 균형을 잡은 상태가 아니었다.

강하게 내리쳐지는 검은 동시에 그 주변에 강력한 풍압을 휘감고 있었다. 풍압은 아직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지 못한 식귀의 몸을 흔들었고 다시 한번 그를 위한 공격의 타이밍이 생겨났다.

검은 강하게 휘둘러지고 고블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식귀는 그 공격들을 피해낸다. 그리고 이어서 눈을 현혹시키는 화려한 검이 그를 향해 공격해들어갔고, 쌍단검을 들고 있는 마리는 그 틈에 식귀의 배후를 잡아 공격했다.

그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다른 한곳 보다는 비교적 손쉽게 식귀를 상대하고 있던 그 때. 전혀 상정하지 않은 돌발상황이 일어났다.

///

인간 병사들이 식귀들을 상대로 분전을 펼치는 모습을 루프스는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게다가 이 자리에 모여있는 병사들의 실력이 상당한지 느껴지기만으로 최상급 몬스터에 버금가고 있는 본격적인 식귀로 느껴지는 둘을 제법 잘 막고 있었다.

아마 놈들이 부상을 당한 상태라는 것도 그 이유일테지만 그만큼 그들을 막고 있는 여섯의 실력이 출중한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루프스는 두 세력의 상황이 비등한 순간에는 그저 틈을 지켜보기만했다. 무작정 놈들을 공격해보았자 조금의 이득도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니, 두 세력의 균형이 깨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무엇보다도 제법 상처받은 상태인 식귀들과 멀쩡하게 놈들이 처들어올때를 대비하고 있던 인간들의 전력이라면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루프스와 고블린들이 직접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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