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304화 (304/374)

304화

괴변

순찰을 도는 병사들을 확인한 루프스는 곧 그들에게서 관심을 끊었다. 곧 적으로서 마주치게 될 이들이었지만, 그들이 훈련이 제법 잘 되어있고,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 뿐이다. 그 이외에 그가 관심을 가져야 할 요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서 떨어진 루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수상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 잠입..."

"식... 조..."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있었지만, 너무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별달리 들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가 확인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다수의 병사들과 그들을 이끄는 지휘관들이 이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아무리 보아도 수상해 보이는 구덩이 하나 뿐이었다.

외딴 장소. 특히나 루프스가 느끼기에 이 주변에는 인간들도 딱히 살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슬쩍 보이는 창문의 너머로 보면 살았던 흔적은 보이나, 집주인이 어디로 나간 듯이 텅 비어있는 집들 뿐이었다. 그런 집들의 사이에 부자연스럽게 나타나 있는 구덩이가 아무래도 이 일대에 살던 이들을 바깥으로 내쫓은 이유가 된 듯 싶었다.

뒷골목에 형성되어있는 빈집 투성이에 덩그러니 구덩이만이 남아있는 장소는, 루프스가 보기에도 수상함으로 넘쳐났다. 무엇보다도 멀리서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일반 병사들과는 달리 능히 상급 고블린, 혹은 최근 흔하게 나타났던 식귀들을 상대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다.

저 정도되는 전력을 그냥 방치해둘리도 없으니, 그들을 본 루프스가 이곳에 무언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병사들은 경계를 하고 있는 와중에, 저들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루프스는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서 조금 더 다가갔다.

"... 새로 발견된거?"

"아직까지는 식귀들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가까이 가니 그들이 나누는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식귀?'

대화소리가 들리자마자 그의 관심을 끄는 단어가 있었다. 이들을 제외한다면 가장 신경쓰이는 놈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기야, 놈들이 침입하려고 뚫어놓은 길에 그 놈들이 나타나지 않을리가 없지"

지휘관으로 보이는 그는 부관으로 보이는 이의 말에 수긍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관은 주위를 휘휘 둘러보면서,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는 않는지 확인하더니, 지휘관의 귀쪽으로 바짝 붙더니 입을 열었다.

"주변에 우리처럼 갑자기 나타난 놈들에게 피해를 본 성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솔직히 여기를 조사해도 뭔가 유의미한 결과는 내기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음..."

그도 알고 있는 사실인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침음을 흘렸다. 아마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어느정도 지위가 있는 이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인듯 했다.

'하긴, 처들어오는데 굳이 여기만 처들어올리도 없지. 특히나 그 이성을 잃어버린 놈들이 전력을 집중시켜서 공격할리가 없지'

슬쩍 숨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던 루프스는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둘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그들의 대화 보다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이 생기니 루프스는 자연스럽게 그들에게서 떨어졌다.

구덩이의 앞으로 다가간 그는 빛이 스며들지 못해,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지 못하는 구덩이의 앞에 섰다.

'이 구덩이...'

구덩이에서 익숙한 느낌이 그의 감각을 자극했다.

'그 지하통로와 느낌이 비슷하군'

한차례 지하통로를 통해 과거 식귀들이 아직 고블린이던 시절 차지하던 영역을 발견한 전적이 있는 루프스였다. 비록 진짜 본거지는 찾지 못했지만, 지금 이곳이라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그보다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여긴, 나중에. 지금은 이 놈들 보다 저 놈들을 상대하는게 더 중요해'

구덩이의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금 그에겐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남아있었다.

구덩이에서 몸을 돌린 그는, 더 이상 얻을만한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성의 바깥에서 부하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점을 향해 몸을 날렸다.

///

루프스가 거점에 돌아오니, 이미 다른 고블린들은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부하들이 휴식을 취하는 못브을 보면서, 제법 그럴듯하게 숨겨져 만들어진 거점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의 예상대로라고 할까, 고블린들이 가지고 온 정보들을 취합해서 필요한 정보를 가려내고 있는 프리트가 그곳에 있었다.

정보를 다루고 있는 프리트는 기록을 위해서 임시로 만든듯한 나무 판 위에 정보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간 루프스는 그의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오셨습니까"

털썩 주저앉으면서 난 소리에 그가 온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는지 프리트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프리트를 보면서 루프스는 자신이 보고 알아온 것들에 대해서 그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의 이야기에 프리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이었다. 식귀들이 나타났다는 대목에서는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크게 놀라지는 않은듯 보였다.

그런 프리트의 모습은 루프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놈들이 처들어 온 것을 알고 있었나?"

루프스의 물음에 프리트는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었다.

"놈들이 나타난지는 몰랐습니다. 다만 성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것 만은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흐음..."

"정보를 모아보니, 일반 주민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생활하고 있다더군요. 그런 일이 일어난 것도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만, 병사들의 움직임이 어수선합니다. 주민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온 이들의 말에 의하면 최근 들어서 병사들이 순찰을 돌고 있는 빈도가 확연히 늘어났다고 합니다. 아마 주민들은 모르고 병사들이나 그 위에 있는 이들이나 알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죠"

병사들은 알고 주민들은 모른다는 점에서 프리트는 군사적인 무언가가 벌어졌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고블린은 주민들의 대화 중에 한가지 소문을 들은바가 있다는 것을 그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고블린이 그에게 해준 이야기는 최근에 뒷골목 쪽. 빈민가에 가까운 곳에서 소란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제법 많은 인원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았다는 이들이 퍼트린 소문으로, 그 소문이 퍼지면서 동시에 병사들의 활동량도 많아졌다고하니 아마 사실로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일을 벌인 놈들이 누구인가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었지만, 그 정체는 루프스에 의해서 밝혀졌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프리트는 밝은 표정으로 루프스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그 범인이 식귀들이라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죠. 놈들이 우리를 노리긴 했지만, 그게 인간들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그렇군"

"게다가 놈들이 나타난 것은 우리에게는 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루프스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렇지만 아예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걱정하는 바를 그에게 물었다.

"호재라고만 볼 수 없지 않겠나? 인간 놈들을 상대하는 중에 식귀들이 끼어들면 여간 귀찮은게 아닐텐데?"

루프스의 걱정에 프리트는 걱정 말라는 듯 씩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저희는 둘 사이에 낄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우리의 영역이 아닌 인간들의 영역이니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