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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01화 (301/374)

301화

괴변

전투를 벌이고 있는 병사들은 성 내부의 치안을 위해서 순찰을 돌고 있던 이들이었다. 평소처럼 간혹 일어나는 다툼을 중재하고, 어쩌다 범죄가 일어나면 그 범인들을 이송하는 평소와 같은 일상을 구가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순찰병들은 성 밖으로 나가지도 않는다. 훈련자체는 비슷하게 받지만 치안을 책임지는 순찰병으로 꼽히는 경우는 대체로 부모의 후광이나, 지인을 통한 낙하산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도 기본적으로 민간인들을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풍토가 만연해 있었다.

다만 훈련만큼은 모두가 동일하게 받고 있기 때문에 딱히 그들이라고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성 내부로 들어선 식귀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놈들이 빠져나가게 만들어선 안된다!"

키이이이익

병사들이 식귀의 공격을 수월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훈련이 잘 되어있다는 점도 있으나, 식귀들이 그리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병사들이 발견했던 구덩이에서 나타났던 식귀들은 총 세마리가 있었으며, 그들이 나타났던 구덩이 주변에 있던 소수의 민간인들이 으깨지고 절단되어 죽어있었다.

그에 분개했던 병사들이 놈들을 향해 달려든 것이 전투의 시작이었다. 식귀들은 병사들을 얕보고 있는 것인지 그들의 공격에 대응하던 것은 단 한마리 뿐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병사들이 그 한마리에게 달라붙어서 그들의 전진을 막아설 수 있었다.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순찰조장은 식귀들이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장소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전력을 다해서 막아내고 있었다.

그런 병사들의 태도에 호응하듯이 식귀들은 그들을 공격하면서 슬쩍 슬쩍 바깥으로 빠져나갈 기회를 계속해서 노렸다.

그러나 병사들의 합공이 상당히 매서웠고 덕분에 식귀들은 여전히 한 자리에서 붙들려 있었다.

키야아아아아악!!

고착화된 전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한 식귀가 괴성을 내지르면서 촉수로 이루어진 팔을 휘둘렀다.

짜악-

채찍과 같은 촉수의 공격 범위 내에 있던 병사들은 재빨리 분산하면서 공격을 피해냈다. 식귀의 촉수는 애꿎은 바닥만을 내리쳤고, 병사들에게는 어떤 피해도 주지 못했다.

그러나 마치 연계를 하듯이 병사들이 분산되는 순간,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두 식귀가 움직였다.

뻐억-!

전투가 벌어지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 때문에 둘에 대한 방심이 있었던 병사들은 공격을 회피하지 못했다.

"끄윽"

갑작스럽게 달려든 식귀의 공격은 한 병사의 머리를 허공으로 띄워버렸다.

한 식귀만을 상대하면서도 버거움을 느끼던 순찰조장과 조원들에게 두 식귀의 추가 참전은 절망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때에 맞추어서 지원이 도착했다.

"3조를 도와라!"

앞서 식귀들을 상대하고 있던 순찰조원 중 한명의 목이 추가로 허공으로 떠오를 무렵. 식귀들과 대치하면서 날렸던 지원요청이 순찰조 모두가 전멸하기 전에 지원이 도착하게 해주었다.

식귀와의 전투가 진행되는 장소에 도착한 순찰조는 한개조였지만, 단순히 전투가 벌어진 지역과 가장 가까이 있던 지역에서 달려왔기에 가장 먼저 왔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한 조의 지원이라도 먼저 도착한 것은 한참 식귀들에게 밀리기 시작하던 3조의 인원들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지원군이 도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제 다음 지원이 오기까지 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생각은 3조는 물론이고 지원하기 위해 도착한 4조의 사기 또한 올려주었다.

그렇게 고블린들을 상대로 조금씩 부상자가 늘어가고, 전력이 깎여갔지만 버티고 버티자 다시 가까이 있던 또 다른 순찰조가 다가왔다.

두개 조로는 빠듯하게 식귀들을 막아내던 병사들이 하나의 조가 추가되어, 세개 조가 덤비자 기세가 병사들 쪽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큰 우세는 아니었기에 식귀들에게 일말의 피해를 줄 뿐 결정타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다른 한개조가 추가로 지원오면서 완전히 기세가 병사들 쪽으로 기울어졌다. 식귀들은 최후의 발악이라는 듯 날카로운 손톱과 단단하면서 질기고 부드러운 촉수를 휘둘러 병사들에게 일말의 피해를 남기고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몸이 가루가되어 허공으로 흩날렸다.

전투는 병사들의 승리로 끝을 맺었고, 고블린들이 나타났던 구덩이는 다행히 사라지지 않아 그들의 조사대상이 되었다.

///

루프스와 고블린들을 노리고 있는 오르셰의 가문이 한참 다투고 있을 무렵, 식귀들이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새롭게 나타나는 수는 그렇게 늘어난 편은 아니었으나, 꾸준히 비슷한 양의 전력이 어디선가 자꾸만 튀어나왔다.

제라임 성 인근의 성들이 함락된지 제법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많은 수의 병사들을 동원해서 나타나는 식귀들을 다수 물리치기도 했으며, 아끼고 또 아껴놓았던 왕국의 강자들을 동원해서 또 다수의 식귀들을 물리쳤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놈들은 계속해서 어디서 만들어지는 것 마냥 계속해서 일정한 수의 식귀들이 나타났다.

한번은 계속해서 숫자가 보충되는 식귀들 때문에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보기 위한 정찰이 이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전 여러번 행해졌지만, 하는 족족 아무런 수확도 건지지 못하거나 정찰을 나갔던 부대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두가지 중 하나의 결과만이 나왔었다.

그 때문에 제대로된 강자들로만 구성된 정찰대를 꾸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국경의 수비와, 계속해서 나타나는 식귀들을 막아내는 것 만으로 버겁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그러자 왕국은 현재로서는 놈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하다못해 골렘에 의해서 소모되었던 수 만큼의 정예병이라도 회복되었다면, 도박으로라도 덤벼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력의 복구는 현재로서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며, 계속해서 나타나는 식귀들을 방어하는 것 만으로 힘에 부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이 루프스들. 가장 가까이 있던 위협인 고블린들의 움직임을 전혀 알지 못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

적들을 상대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한 루프스는 다음날부터 회의로 결정해두었던 게획을 행동으로 옮겼다.

이미 앞선 정찰조의 활동으로 적의 본거지가 어디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루프스는 그곳으로 처들어갈 병력을 꾸리면서, 동시에 성에 주거중인 인간들과, 전투에 나서지 않는 고블린들에게는 최소한 요새까지 후퇴하기를 종용했다.

이미 성은 만에하나 잃어버릴 경우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었다. 성 곳곳에 비활성되어있는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제법 손이 많이가는 작업이긴 하지만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성 전체를 성 주변 지역과 똑같이 거의 대부분을 함정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다.

성 전체를 거대한 함정으로 만들어둔 루프스는 그와 함께 움직일 부하들을 선정했다.

프리트는 만일에 대비해서 그와 함께가게 되었다. 반면 엘라는 더 이상 자리를 비우긴 곤란했기에 후퇴하는 이들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엘라와 귀환팀은 먼저 요새를 향해서 움직였다. 그러면서 루프스는 그녀에게 요새에서 최대한 대비를 해두라 일러두었다.

부족 최대전력인 그와 프리트 둘이 빠진다는점 때문에 미리 대비하도록 한 것이다.

엘라들이 떠나는 것을 본 루프스도 움직였다.

프리트와 함께 움직이기로 한 그는 그와 함께 프리트의 직속 부하 고블린들과 비교적 날랜 고블린들을 선정해서 프리트와 루프스 포함, 총 102의 고블린들이 정찰조들이 찾은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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