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화
괴변
간만에 처들어온 인간들과의 전투가 루프스에게는 흡족한 결과로 돌아왔다. 전력이 늘어난것도 그렇지만, 그 외에도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최근 고블린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노동력의 부족을 느끼고 있었던 차였기에 더욱 흡족함을 느꼈다.
평소에도 성체 고블린들보다 갓 태어난 고블린들의 수가 더 많았다. 기본적으로 인간들에 비해서 신체적으로 튼튼하기 때문인지, 혹은 열악한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인지 고블린들은 태어나서 성체가 될 때까지 순조롭게 자라나는 편이다.
애초에 고블린들에게 죽음은 전투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루프스가 최초 눈을 떳던 동굴에서도 전투에 자주 참가했던 수컷 고블린들보다, 아이들을 돌보던 암컷 고블린들의 수가 훨씬 많은 편이었다.
그들 모두가 족장이 깊숙히 숨겨놓고 있는 편이었기에 루프스가 자주 마주치지 못했을 뿐이었다.
어쨌든 늘어나는 어린 고블린들은 점점 루프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식량이나 그 외 물자들은 대다수가 사냥꾼에 채집꾼도 겸하고 있는 고블린들이기 때문에 제법 풍족한 편이다. 그러나 생필품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수가 늘어나는 만큼 생필품들의 필요성은 늘어났고, 최근들어서는 그 수량을 맞추기 위해서 일부 인간들을 병사들로 만드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생산쪽으로 돌린 상태다.
이번에 잡은 포로들도 그쪽으로 돌린다면 제법 살림이 넉넉해질듯 싶다.
다음으로는 무엇보다 함정 전문가들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장이들이 그의 부족에 합류하면서, 간소한 기계장치 종류를 이용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기계장치는 모두 단순한 것 뿐이다. 좀 더 큰 도시에 가까운 마을이었다면 모를까, 조그마한 마을의 대장장이나 그 도제들이 루프스의 부족에 속한 대장장이들이다.
그들이 했던 일들은 대부분 농기구를 만들고 손질하거나, 부어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을 만드는 정도일 뿐이다. 몬스터들의 습격도 그다지 많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냥을 통해 구할 수 있는 고기들도 대부분 어쩌다 한번씩 잡히는 동물들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캐러밴들에게서 구입했기에 함정과 관련된 장치나 도구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 구조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발상자체를 떠올리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함정 전문가들의 머릿속에 그와 관련된 정보들이 잘 축적되어 있었다. 게다가 다수가 한번에 잡혔으니, 한명이 기억 못하는 것을 다른 이가 기억하는 경우도 있어 함정의 구조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특히나 함정에 대해서 어느정도 아는 이들이라면 손쉽게 해체하거나 피해 갈 수 있었던 단순한 함정들도 전체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단순한 구조였던 함정들은 이중 삼중으로 해체에 관련된 보안이 생겨났다. 지금까지의 함정구조를 떠올리면서 해체를 시도했다가는 역으로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성능 자체도 강화되었기 때문에, 다음에 처들어오는 이들은 업그레이드된 함정들을 돌파하거나, 숨겨진 길을 찾아내야만 할 것이다.
똑 똑
이번 전투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 두가지에 대해서 생각을 떠올리던 루프스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반응했다.
"들어와라"
그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고 한 고블린이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온 고블린은 정찰병 고블린들 중 한 조를 맡고 있는 조장이었다. 그것도 이번에 루프스의 지시로 몰래 도망치던 인간들의 지휘관을 쫓아갔던 정찰병들의 조장이었다.
"본거지는 알아냈나?"
오르셰는 저 나름대로 조용히, 그리고 몰래 전장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당시 그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아군인 병사들이었다.
고블린들은 성벽 위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으며, 병사들을 공격하기 위해서 나섰던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 또한 그들의 움직임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성벽에서도 늪지에서 뛰쳐나와 다른 병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던 고블린들도 놈들을 공격하려 했지만, 그걸 막은 것은 루프스였다.
이번에 처들어온 병사들이 지금까지 그의 부족으로 처들어왔던 이들과는 다른 놈들이라는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루프스가 그간 겪었던 병사들과 행동자체는 비슷했지만 복식이 지금까지 나타났던 이들과 달라 알수있었다.
이전에 처들어왔던 이들이 여러개의 복식으로 나뉘어져 있었다면, 당시 그의 앞에있는 이들은 하나의 복장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적들이 지금까지 그들이 상대했던 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에 그는 고블린들에게 도주하는 이들을 막지말라고 지시 한 것이다.
그렇게 병사들의 최고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들을 도주하게 내버려둔 그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병사들과 고블린들 간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여전히 성벽 밖언 남아있던 정찰병들에게 쫓아가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지금 그의 귓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예, 놈들은 이곳과는 제법 떨어져있던 곳에서 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미 한차례 병사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들은바가 있는 만큼 루프스는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의 전력은 어땠지?"
루프스는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제법 버거운 이야기였다.
적들의 대부분의 전력들은 그와 고블린들만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한 정도였다.
다만 두가지의 문제가 루프스에게 버겁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첫번째는 감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적들의 성체를 크게 훑어본바에 의하면 개개인의 전력은 명백한 고블린들의 우위였다.
다만 그 수가 보통이 아니어서 제대로 감당하고자 한다면 그들 부족 전체가 몰려와야만 가능하다는게 문제였다.
즉 만에 하나 적들이 대다수의 인원을 끌고 총력전을 펼친다면 성은 다시 저들에게 내어주어야 한다.
어떻게든 부족에 있는 전투원까지 끌어온다 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생긴다.
두번째는 루프스의 고블린 부족도 그렇지만, 저들 또한 개체 하나가 지닌 전력의 폭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정찰조장이 확인한바에 의하면, 대다수의 인간들은 기껏해야 최하급 고블린들과 호각을 이루는 허약한 이들이 병사들을 제외한 인간들의 전력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소수였지만 정찰조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인되는 이들이 있다 한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늠 할 수 없는 이들도 있다 하는 이들은 최상급 고블린에 버금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전력을 어째서 이번에 보내지 않은거지?"
지금도 그만하 전력이 처들어온다면 그의 부족 모두가 뭉쳐도 감당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렇지만 이미 모습을 드러냈으니 루프스들이 그들에 대해서 경계심을 가질거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을텐데도 어째서 처음부터 전력을 내지 않았는지가 루프스로서는 의문이었다.
어찌되었든 젹들이 상당히 강하다는 사실은 확인되었다.
지금 당장 처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루프스였지만, 그보다도 전력을 정비하는게 우선임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정면으로 처들어가는 것은 자살이나 다를바가 없음을 그도 이해하고 있었다.
루프스는 적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현재 상황을 새롭게 타파하기 위한 행동을 보이기로 했다.
결심이 선 그는 정찰조장을 밖으로 내보냈고 그의 집무실로 여전히 성에서 머무는 중인 프리트와 엘라를 불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