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화
괴변
"이 머저리 같은 놈!"
쿠당탕-!
중년 남성이 불같이 화를 내면서 이곳까지 귀환해 온 오르셰를 향해 주변 집기들을 집어던졌다.
한편 오르셰는 그가 자신에게 어떤 행동을 하든 일단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그는 고블린들을 향해 출발하기 전 부터, 만일 실패했을 경우 이렇게 되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오르셰에게 부당하게 화를 폭발시켰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전체적인 정보를 통괄하고 중요하다고 분류되는 것들을 그에게 전달하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었다. 그가 역대 고블린들과의 전투 기록들과 그 외 고블린들에 관한 기록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덕분이 컸다.
변종 고블린, 식귀들의 정체가 뒤늦게 밝혀진 것은 딱히 그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와 관련된 책임자가 그였던 만큼 그의 질책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보를 담당 할 뿐, 일신을 지키기 위한 힘을 위해서 마법사의 직업을 지니고 있는 그가 제대로된 지휘를 할 수 있을리도 없었다.
그리고 중년 남성도 이와 같은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고블린 토벌을 그에게 맡긴 시점에서 이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실제로 그가 알고 있었다는 증거로 오르셰를 따라갔던 병사들은 제법 훈련을 잘 받은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 가문의 모든 힘을 동원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제대로된 강자는 오르셰의 직속인 둘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속해있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그를 향해 집기를 던지고 온갖 모욕을 주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남성은 어느정도 열기가 가라앉았는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졌지?"
전력적으로 상당히 열세였지만, 오르셰는 그의 생각 이상으로 대패를 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적인 고블린들이 단 한마리도 죽지 않았다는 것은 그에게 경각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더욱 질책해야만 하고, 그럴 생각이었던 그가 생각했던 것 보다 빨리 침착함을 내보여야만 했다.
"적의 전력이 상상 이상이었던게 가장 큽니다만... 놈들의 함정지대가 예상 이상으로 저희들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강하다고...? 그리고 함정이라"
남성은 눈을 감고는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을 보였다.
오르셰는 조금의 가감도 없이 그에게 사실대로 고했다. 실제로 함정들은 그의 발목을 잡았으며, 얕보았던 고블린들은 생각보다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좀 더 침착하게 대응했다면, 하다못해 함정들의 목적이 그들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는 사실을 당시에 깨달았다면 이 정도로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도주해서 이곳에 도착할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 때는 이미 그와 함께 도망쳐온 그의 두 부하들만이 있을 뿐, 다른 병사들은 단 하나도 그의 뒤를 쫓아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분하고 속에서 격하게 올라오는 울화에 이가 상할듯이 양 턱을 으드득 악 다물었다.
"함정을 우회할수는 없었나?"
생각에서 깨어난듯 남성은 오르셰에게 물었다. 그가 함정 전문가들을 데리고 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물음이었다.
"애석하게도, 너무 난잡하게 만들어져있는 바람에 하나하나 함정들을 해체하면서 다가가야 했습니다"
"그래도 규칙성 정도는 있을텐데?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고블린 놈들이 성에 갇혀있는 꼴일 테니까"
그의 말은 올바랐고, 오르셰도 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규칙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칫 한걸음 잘못 내디디면 함정에 걸리는 만큼, 무작정 내딛을 수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시간도 그리 넉넉치 못했다는게 더욱 큰 이유였다. 함정을 해체하기 전에 전체적으로 한번 둘러보면서, 길을 찾아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몇 곳 의심스러운 장소를 찾긴 했으나, 본격적으로 수색했다간 저쪽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불규칙적으로 함정이 설치되어있는 만큼 제대로된 길을 찾아도 함정을 해체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길인척 지독한 함정이 도사리는 곳으로 유인될수도 있기 때문에 그는 성까지 정면으로 함정을 해체하면서 밀고가기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바보같은 짓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제대로된 길을 알아내던지, 아니면 성 안의 고블린들을 바깥으로 나오도록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어두운 안색을 한 오르셰는 그간 했던 행동들을 곱씹으면서 이를 잘근잘근 씹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남성은 그에게 다른 것에 대해서 물었다.
"그럼 적의 전력이 강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지?"
"그건..."
오르셰는 그에게 고블린들의 대장 혹은 족장으로 보이는 한 고블린과, 그를 따르던 또 다른 한 고블린과 그보다 좀 작지만 제법 큰 몸을 지니고 있는 고블린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기록에도 없다고..."
그가 본 기록이 그들 가문이 모은 모든 고블린들에 대한 기록들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와 가문이 고블린들을 노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같은 것은 그와 그가 허락한 이들이 아니면 열람 할 수 없는 기록이었다. 이번에 그가 오르셰에게 그런 기록을 복 수 있도록 허가하지 않았으니, 그가 모든 기록을 보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가 본 기록에 있는 고블린들의 전력보다 강한 고블린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적 고블린들이 생각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놈들이라는 사실을 알자 그는 절로 침음성이 입밖으로 나오는 듯 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정보들을 접했기 때문인지 머리를 싸매면서 괴로워했다.
"알았다. 물러나라"
꾸벅
그래도 알아야 할 건 대부분 알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오르셰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오르셰는 그의 말에 고개를 한번 숙여보이고는 그의 집무실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둘은 먼 곳에서 빛나는 두개의 구체에 대해서는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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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에 매달고 있었다. 이번에 치룬 전투가 대 성공이었다는 것은 물론이요, 그 외에도 다양한 수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잡은 인간들은 좋은 노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그를 비롯한 고블린들에게 굴복한 것인 만큼 이후에는 어떻지 몰라도 현재로서는 그와 고블린들의 명령에 고분고분 따르고 있었다.
게다가 함정 전문가들은 더더욱 고블린들의 함정들을 보완해주고 있었다.
특히나 고블린들의 함정들은 기본적으로 숨겨져있기만 할 뿐이라 해체에 관한 전문가들이라면 얼마든지 함정들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함정 전문가들이 그의 손에 들어오면서, 이제는 그처럼 손쉽게 무용지물로 만들기 어려워졌다.
최근들어서 함정이 적들의 발목을 잡는 역할만 할 뿐이어서 불만이 있던 루프스로서는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게다가 이번 전투의 결과로 프리트는 아직 멀었지만 대다수가 상급 고블린들로 구성되어있던 그의 부하들은 물론이고, 성벽 위에서 화살을 쏘아대던 대다수가 중급 고블린들로 구성되어있던 궁수들 중에서 많은 수가 축복을 받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거나, 받을 수 있게 된 이들이 다수가 나타났다.
전력적인 증가는 루프스는 물론이고, 프리트도 상당히 흡족하게 여기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루프스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다른 이들의 성장보다도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멈춰서있던 성장이 코 앞까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전장의 축복까지: 99%]
눈 앞에 떠올라있는 오랜만에 보는 창을 보면서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