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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92화 (292/374)

292화

괴변

드란이 멀쩡한 모습으로 루프스의 눈 앞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둘에게 충격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엘라는 자신이 배아파 낳은 자식인 드란이 식귀들을 주도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크게 놀란듯 보였다.

반면 프리트는 이미 부족을 나선 이들에 대해서 족장인 루프스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그저 같은 동족인 고블린이 식귀들을 조종하는 주체로 보인다는 소식에 놀라고 있었다.

"그럼, 드란이...?"

엘라는 걱정이 담겨있는 목소리로 루프스에게 물었다. 어쩌면 자식인 드란과 싸워야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그녀를 몰아세우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 그리고 이상한 점은 또 있더군"

"이상한 점... 입니까?"

루프스의 말에 프리트는 잠시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다가, 짐작가는게 있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음, 쿠알론이 보이지 않더군"

쿠알론이 부족에서 떠나던 그 때. 그는 별로 자신의 자식들에게 애착도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그저 다른 동족들에 비해서 강력한 또 다른 부하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 인식을 고치고자 자식들을 만나러 다니고는 했지만, 쿠알론과 트레이의 경우에는 그렇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보통 둘이서 다니는데다가 부족 내부에 있기 보다는 바깥을 나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루프스도 마찬가지로 밖을 자주 나돌아다녔지만, 둘을 만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주친다하더라도 별관심도 두지 않고 스윽 지나가는게 보통이었다.

당연히 둘 사이에는 이렇다할 부자지간의 유대감이랄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루프스의 자식이다. 관심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으며 주기적으로 그들의 동태를 살피는 정도는 하고 있었다.

특히나 그들이 부족을 나갔던 시기는 루프스가 자식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려 하고 있던 때였다. 좀 더 빨리 관심을 가져야 했다는 후회를 할 정도였으니 루프스가 둘에대한 정보를 지니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쿠알론이 없었다니... 그 애들이 이끄는 부족에 어떻게 본인들이 없을 수 있죠? 혹시 트레이도 보지 못했나요?"

그의 이야기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엘라가 루프스를 추궁하듯이 물었다.

그와는 달리 그녀는 아이들에 대해서 어느정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나 첫번째 자식들은 그녀가 낳고 직접 성체가 될때까지 돌봐주기까지 했다. 두번째 아이들에게도 애착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덜 닿게되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첫번째 자식들에게 더 애착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엘라는 셋이 부하들을 이끌고 부족을 나갔을 때 드란 보다도 둘을 우선 걱정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트레이도 없었다"

루프스는 엘라의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면서 대답했다.

그의 대답에 엘라는 괴로운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찬가지로 셋의 아들들에 대한 것은 그에게도 여러모로 생각에 잠기도록 만들었다.

둘에 의해서 우중충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프리트가 앞으로 나섰다.

"그래서 대책은 있으십니까?"

"후우"

프리트의 물음에 루프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실제로 별다른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드란이 나타난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프리트는 입을 열었다.

"두분.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해야 하는 것은 단 한가지입니다"

무언가 대책을 가지고 있는 듯한 그의 발언에 둘의 시선이 그를 향해서 집중되었다. 둘의 시선이 쏠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프리트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말을 이었다.

"드란과 쿠알론 그리고 트레이까지. 셋을 두분의 자녀로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프리트는 둘을 바라보면서 눈을 날카로이 빛냈다. 무엇보다도 부족의 가장 강력한 전력인 루프스가 무너지거나 부담을 느끼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는게 그의 속마음이었다.

다행히 둘은 프리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도 둘은 부하들과 입장이 크게 달랐다. 특히나 동족들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는 족장과 촌장의 위치에 있는 둘이기에 더더욱 그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셋은 집무실에 남아 드란이 이끄는 식귀들의 부대를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에 대해서 논의했다.

///

한 무리의 병사들이 숲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본래라면 정상적인 도로를 이용해야했겠지만, 다른 곳과 이어지는 길은 족족 차단되어있는 바람에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기왕 숲길을 이용해 움직이는것 일부러 흩어져서 눈에 띄지 않도록 움직였다.

특히나 숲이 매우 울창하게 지어져 있는 덕분에 숨어서 이동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목표물을 시야에 집어 넣을 수 있었다.

수풀에 누워 온몸을 숨겨두고 있는 오르셰는 수풀 속에 굳건하게 세워져 있는 성을 보면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제법 떨어진 장소에 지어져 있는 성이지만, 그와 그가 이끌고 온 병사들이 노리고 있는 장소가 분명했다.

꿀꺽

가문 내에서는 상당히 유능한 인재로 인정받고 있는 그이다. 그렇기에 가문의 수장인 중년 남성의 보좌를 볼 수 있으며, 그에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자였다.

다만 보통 성에서 머물었기 때문에 비교적 실전 경험에서 미흡함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눈 앞에적들의 성을 두고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었다.

한껏 긴장한 표정의 그는 조심스럽게 수풀 속에서 움직였다.

스르륵- 스르륵-

오르셰가 있는 부대의 병사들을 제외하고도 많은 수의 병사들이 마치 수풀속에서 헤엄치듯이 성을 향해 다가갔다.

스윽

어느정도 가까이 다가갔다 판단한 오르셰는 손을 들어올려 빠르게 접근하던 병사들을 억눌렀다. 이전 저들과 상대했던 병사들이 어떻게 해서 패배에 이르렀는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고블린들에 대한 정보라면 닥치고 일단 모으고 보는 그와 그의 가문 특성 덕분이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조심스럽게...'

꿀꺽

오르셰는 한껏 긴장한 상태로 선두에 함정전문가들을 내보냈다. 그들만이 그들이 서 있는 장소와 요새 사이의 길을 이어줄 희망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함정에 대한 전문가들이기 때문인가, 그들에 의해서 파훼되고 무너지는 함정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르릉-

쿠구구구구구구궁

돌덩이가 굴러가는 소리, 그리고 바위가 부숴지면서 그 파편들이 사방으로 퍼지는 듯한 소리까지. 모두 하나같이 위협적인 함동이 발동하는 소리들이었다.

그 중에는 함정 전문가가 툭툭 건들면서 갑자기 땅이 꺼지는 함정이 있는가 하면, 갑작스럽게 화살이 날아드는 함정도 있었다. 거대한 통나무가 느닷없이 그들을 치려 나타나기도 하는 등 평범하다고 말하기 힘든 함정들이 보보마다 나타났다.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이는 함정들이었지만 실제로는 병사들이 건들기 전에 무너지고 있어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이 순조롭게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는 것도 짧은 시간 뿐이었다.

피잉-!

날카롭게 공기를 찢으면서 한참 함정을 파훼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근처를 호위하듯이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까지 다가오지도 못했다. 그저 그들에게 일종의 위협을 주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일순 안도하려던 병사들이었지만, 곧바로 이어서 날아오는 화살의 무더기에는 당황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비비비비비비비빙-

앞선 화살과 마찬가지로 날카롭게 벼려진 화살촉을 지닌 화살들이 함정 전문가들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정확히는 함정의 주변에 있는 이들을 무차별로 사격하고 있는 것이지만, 정작 화살을 눈 앞에 둔 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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