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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90화 (290/374)

290화

괴변

일부러 변종 고블린들과 병력들 사이의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까지 출두했던 성주는, 정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를 보면서 이를 까득까득 갈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그는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의 병사들과 변종 고블린들의 일전을 지키면서 고민했다.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힘의 단위 자체부터 다르다 보니 병사들이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 동안 협동성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었던 고블린들이 최근 들어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성주는 눈을 뜨고 마을 일대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정면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바라보았다.

키이이이이-!

이전까지 변종 고블린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따로 논다는 말을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듯 했었다.

바로 근처에서 동료가 당하고 있어도 아무런 관심도 도움도 주지 않았었다. 애초에 뭉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움직이는걸 선호했던 놈들이었다.

그 점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옆의 동료가 당하건 말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소한 동료가 당한다면 그를 이용 할 줄은 아는 놈들이 되었다. 그리고 당하는 쪽의 고블린은 스스로를 희생시키기까지 했다.

당장 그의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에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놈들이!"

카가각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는 기사가 노호성을 내뱉으면서 한 변종 고블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변종 고블린은 그 악명에 어울리지 않게 단단하게 변이된 팔을 들어 막아냈다.

키이잇

고블린은 잇소리를 내면서 그의 공격을 막았지만 그 데미지가 팔에 남아있는 듯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기사는 그런 고블린을 향해 다시 한번 대검을 휘둘렀다.

푸욱-

고블린의 어깨로 내리쳐진 대검은 어깨부터 파고들었지만, 고블린의 몸을 베어내지는 못했다.

"크윽?!"

키기기기기기!

단번에 두동강을 내버리려는 의도로 검을 내리쳤던 기사는 당황했다. 반면 고블린은 그런 그를 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뒤통수부터 싸한 감각을 느낀 그는 재빨리 대검을 놓고 측면으로 한바퀴 굴렀다.

촤악-

그에 맞추듯이 촉수가 그가 있던 자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제대로 맞았다면 그로서도 큰 부상을 당할 정도로 힘이 실려 있었다.

그의 검이 동료 고블린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붙들려지는 사이 그를 노려서 공격한 것이다.

하마터면 고블린들에 의해서 목숨이 끊길뻔 했다는 생각에 기사는 순간 오싹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런 기사와 고블린들의 전투를 보면서 성주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고블린들이 거슬림을 다시 한번 느꼈다.

기사는 곧 다시 일어나 고블린들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으음..."

병사들의 희생은 이미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 전투에서도 일반 병사들의 희생은 많았으며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병사들을 희생시키지 않을수도 없었다. 정확히는 그럴 방법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제법 높은 직위에 있는 기사들이라면 어떻게든 변종 고블린 하나와 대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밑의 일반 기사들이라면 그러기도 쉽지가 않다. 여럿이 뭉쳐서 덤벼야만 간신히 버티기가 가능하다.

고블린들의 수가 적다면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들이 뭉쳐서 나타나면서 그것도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었다. 한번에 열에서 많을때는 오십에 육박하는 수가 처들어온다.

반면에 기사들은 모두 합쳐봐야 간신히 이백이 될까 싶은 수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한이들은 채 열도 되지 않는다.

거기에 고블린 놈들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두 곳으로 나뉘어서 공격해온다.

지금도 이곳에서 말고 다른 장소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미 이곳으로 오기 전에 보고를 받았으니 확실할 것이다.

생각에 잠겼던 그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무수하다 말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수의 병사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듬성듬성 변종 고블린들도 그 숨이 다한듯 쓰러져 있거나 목이 잘려 바닥을 뒹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투가 거의 끝나가는 듯 이제 살아남아있는 고블린들의 모습도 드물었다.

병사들도 최초 출발했던 수에 비해서 절반정도로 줄어있는 것이 성주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그나마 살아남은 병사들은 뒤로 물러섰고, 기사들이 남아있는 고블린들을 마무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투는 완전히 끝이났고 그 결과는 다시 한번 성주를 고심에 잠기도록 만들었다.

///

변종 고블린, 식귀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물량이 불어났다. 도데체 무슨 수를 쓴건지, 아니면 그동안 이만한 물량을 숨겨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가 퍼져나갔다.

하루 하루 무수한 수의 병사들이 죽어나갔고, 기사들도 병사들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흿애을 치뤄야만 했다.

고블린들의 계속되는 침공으로 고민에 잠기는 성주가 있는가 하면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내서 일망타진하겠다는 성주들도 있었다.

서로 인연이 깊은 성주들은 앞서 고블린들과 싸워왔던 다른 성주들처럼 연합해서 고블린들을 막아서기도 했다.

그나마 변종 고블린들이 나타나면서 다행인 점은, 그들의 이동경로가 겉으로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과거와는 달리 그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병력을 파견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고블린들과 싸우는 성주들에게 유일한 위안점이었다.

그렇게 성주들이 고군분투하면서 변종 고블린들과 싸우고 있을 무렵. 그들이 한때 위험하게 바라보던 군락지에서 튀어나왔던 고블린들.

루프스의 부족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들까지 상대해야하나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던 왕국의 인물들은 그런 그들의 태도에 은근히 안도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하고싶지 않아서 공격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변종 고블린들에 의한 습격이 있으면서, 그에 대한 대책에 골몰하기는 그들과 같았던 것이다.

왕국은 그걸 모르고 있었기에 일단 그들에 대한 신경은 거둬두었다.

루프스와 그의 측근들도 슬슬 왕국이 공격해오지 않는것에 쿠알론의 부족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루프스들도 그들 나름대로 식귀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집중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인간들도 고블린들도 식귀들을 막아내고 있었고, 인간들의 사이에 변종 고블린들의 정체가 퍼진것도 새로운 성들의 영역을 식귀들이 절반쯤 먹어치웠을 무렵이었다.

그 소식은 고블린들 하면 이를 박박 갈고 있는 이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

"그러니까 놈들이 고블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고블린이 아니라는 건가?"

평소처럼 찌푸린 얼굴로 중년남성이 말상의 남자에게 물었다.

연달아서 좋지 못한 소식을 듣고 있기 때문인지, 최근들어 그의 얼굴이 펴지는 일이 드물정도였다. 지금도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인상이 마치 흉신악살처럼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추궁을 받은 말상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말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남성은 다시 그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까지 병력을 파견했던 일이. 그리고 우리 가문의 기사단까지 희생시키게 만들었던 그 놈들이 사실은 고블린이 아니었다고?'

"그 기반이 되는 몸체는 분명 고블린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 내면까지 고블린이라고 볼수는 없습니다"

그의 물음에 말상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첨언했다.

그의 발언에 여전히 마음에 안든다는 듯 그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다시 그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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