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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89화 (289/374)

289화

괴변

고블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식귀. 인간들은 아직 그 정체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나타난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저 전투에 들어가면 온몸이 끔찍하게 뒤바뀌는 변종으로 인식할 뿐이다.

그러나 슬슬 그들의 위험성이 점점 커져가는 지금. 뒤늦은 일이었지만 이제서야 그들의 정체를 짐작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플루 왕국의 수도. 그 중에서도 왕궁의 안에는 거대한 도서관이 존재하고 있었다. 왕국이 존속하는 동안 벌어졌던 사건 사고는 물론이고, 그들이 알아낸 다양한 비전들이 잠들어있는 곳이었다.

제대로된 조명도 구비되지 않은 장소지만 조그마한 등불로 연일 많은 인물들이 자료를 찾고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왕국에서 벌어지는 누가 잘못했다고 판단하기도 어려운 난제와 같은 사건의 비슷한 사례. 잘못된 정책으로 벌어지는 사고. 과거 일어났던 누구에게나 큰 피해를 입혔던 사건들. 갑작스레 나타났던 골렘 등과 같은 사례들을 찾는 것이다.

골렘의 경우에는 별달리 발견한 것은 없었지만 혹시나 싶어 이번에 나타난 변종 고블린들에 대한 사건과 관계된 것들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쾅-!

한 구석진 자리에서 희미한 촛불에 의지해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던 노년에 접어들기 직전으로 보이는 장년의 남성이 책상을 강하게 치면서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찾았다! 찾았어!"

다른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발견에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은 그에게 집중한 이들에게 궁금증을 안겨다 주었다.

"어르신. 무슨일이십니까?"

한 젊은 학사풍의 사내가 그를 향해 물었다. 평소 그가 이렇게 흥분한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더욱 놀란 기색이 연연했다.

"그 빌어먹을 변종 고블린놈들 말이다! 놈들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네!"

젊은 사내의 물음에 그는 더욱 흥분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여태까지 성가신 적으로서, 이미 여러개의 성을 집어삼킨 변종 고블린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그는 주변에 모여있는 이들에게 그가 발견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 이걸 보게나"

그는 젊은 사내에게 그가 보고 있던 서적을 내밀었다. 서적은 제법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책의 상단을 보면 이 책이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존재해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단에 적혀있는 것은 발행이 아닌 발견이라고 적혀 있었다. 즉, 왕국이 들어서고 시간이 지나면서 발견된 서적이라는 이야기였다.

다만 지속적으로 보수하고, 책이 완전히 삭아 사라지기 전에 필사해서 깨끗한 종이에 옮기고 하면서 전해진 서적이라 상당히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젊은 사내에게 책을 펼쳐든 그는 한 대목을 짚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식...귀?"

그곳에 적혀있는 것은 식귀라는 한 괴생물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본적으로 최상급 몬스터에 비견되는 강함을 지녔으며,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몬스터에도, 인간종에도 속하지 않는 괴물이라고 나와 있었다.

특히나 딱히 정해진 모습이 없으며 살아있는 생물체에 빙의함으로서 나타난다고 적혀있었다.

"그런데 이게 왜...?"

기이한 생물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이 괴물이 어째서 고블린들과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사내는 장년의 남성을 바라보았다.

그런 사내의 모습에 그는 씨익 웃어보이더니 다시 하나의 대목을 짚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곳에 적혀 있는 것은 식귀라는 괴물이 어떤 종류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포식 활동을 하거나, 적을 마주쳐 전투행동에 들어갔을 때. 섭취한 생물이나 물체의 특징을 모방, 그리고 신체에 적용함으로서 먹이를 포획하거나 전투에 임한다. 엇, 설마?!"

"그래, 이제 알겠느냐?"

사내의 반응에 그는 정말 흥분된다는 듯 그가 생각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얼른 보고를 올려야겠다. 이런 소식을 독점하고 있을수야 없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 도서관의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런 그의 옆구리에는 방금까지 그가 읽고 있던, 또 보여주기까지 했던 책이 끼워져 있었다. 도서관에서 살듯이 머물던 이들은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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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변종 고블린들에 대한 정체가 발견되고 있을 때. 정작 그들을 맞이하고 있던 성주들은 그런 사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보다 이 때 이들은 변종 고블린들의 공세에 힘에 부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큭, 이 녀석들 대체 언제까지 처들어올 셈이지?"'

변종 고블린을 막아서고 있는 성주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앞서 변종 고블린들을 상대하던 성주들에게 기병을 빌려주고 분통을 터트리던 한 성주는 변종 고블린들의 공격에 버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기는 하나, 그의 짐작으로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만에 이 모든것이 무너지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변종 고블린들의 침공이 점점 지능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분명히 본능에 충실한, 아니 어찌보면 본능도 없이 그저 달려들기만 하던 놈들이 어째서 이렇게 변해버린거지?"

까득- 까드득-

그는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어째서 자신이 밀리고 있는지를 고민했다.

최초 무식한 행보를 보이던 고블린들은 그가 여유를 보이면서 상대해도 충분한 적들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일 뿐이라는 것일까.

무식하게 돌진밖에 모르던 고블린들이 갑자기 조직적으로 뭉쳐서 공격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무식한 공격 방식이었지만, 그 무식한 방법만으로 다섯 성을 추가로 복속시킨 고블린들이었다. 그들에게 이제 적을 상대 하면서 희생을 최소화한다는 전술적인 눈까지 지니게 만들었으니, 그들이 얼마나 까다로워졌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무작정 처들어오는 것만 머릿속에 있는듯 움직이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순간 그런 움직임은 자제하기 시작했고, 끝내는 그동안 단 한차례도 보여주지 않았던 팀워크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를 배우는 듯이 점점 날카로워지는 공격에 그는 처들어오는 식귀들을 막아서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 저런 놈들도 등장하기 시작했고 말이지..."

그가 떠올린 것은 전장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는, 다른 고블린들 보다 한층 큰 체격을 지닌 고블린이 있었다.

그들은 딱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나, 그 덩치와 다른 고블린들을 부리는 모습만으로도 상당히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놈의 등장과 함께 고블린들의 움직임도 성가시게 바뀌었으니, 그들을 토벌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불러도 문제가 없는 놈들이었다.

그 때문에 한번은 일부러 그런 놈을 토벌하고자 움직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무엇보다도 적의 접근을 순식간에 알아차리고 도주해버리니 까다롭지 않을수가 없다.

게다가 본인은 도주하면서 놈의 부하들로 보이는 고블린들은 목숨을 잃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덤벼든다. 그러니 그가 히스테리에 걸린듯 짜증을 부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짜증을 부려봐야 결국 달라지는게 없음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다시 한번 냉정함을 되찾은 그는 골똘히 고심에 다시 잠겨들어갔다.

특히나 지금 상태로는 그저 병사들의 목숨을 내던지는 것 밖에 되지 않음을 그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는 병사들의 목숨을 헛되이 버리지 않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오랜시간 변종 고블린들에게 저항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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