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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72화 (272/374)

272화

괴변

사라져가는 식귀의 시체를 보면서 루프스는 생각에 잠겼다. 흑백의 구체가 등장했던 것 하며, 지금까지 상대했던 다른 식귀라고 예상되던 허약한 놈들과 달리 이 놈은 이전 상대한적 있는 두더지형 식귀와 비슷한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사라지는 모습도 약간 다르긴 하나 비슷하니, 다른 놈들과는 달리 제대로된 식귀라고 보아도 무리는 없을것으로 보였다.

그 후 루프스는 분신을 이용해서 영역 내부를 바쁘게 돌아다녔지만, 그가 상대했던 놈이 마지막이었는지 적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찾아다녀 봤자 별 효용이 없을거라 판단한 루프스는 그대로 르윅 성으로 귀환했다.

성으로 귀환한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가도 쪽으로 나갔던 정찰대로부터 보고를 듣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쪽으로는 침투한 놈들이 없었는지 아무도 거동이 수상한 고블린의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보고 뿐이었다.

그리고 성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요새와 군락지 안의 부족을 향해서 고블린들을 전령으로 보냈다. 지금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해결한 것도 아니기에 그에 대해서 다른 이들과 상의를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정찰대를 다시 한번 세세히 편성해서 마지막에 상대했던 놈과 같은 제대로된 식귀와 비등한 무력을 지닌 존재와의 전투도 무난히 해낼 수 있을 정도의 전력으로 잡아두었다.

편성이 어느정도 끝이나자 그는 요새를 향해서 출발했다. 르윅 성에서 대화를 나눠도 되겠지만, 그래도 적이 처들어올 수 있는 이곳은 그들의 대책을 이야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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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요새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요새는 많은것이 바뀌어 있었다. 최초 요새를 차지했을 때 곳곳에 있던 흠들은 모두 보강되었으며, 중앙 지역은 불필요한 건물들을 모조리 허물어서, 고블린들이 주로 사용하는 건물을 올렸다.

그 중 중앙의 유난히 큰 건물을 목표로 삼아 이동했다.

건물의 내부로 들어선 루프스는 그곳에 미리 모여있는 이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꽤 빨리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제법 모여들 있군"

건물의 내부에는 몇의 고블린들과 하나의 엘프가 자리잡고 있었다. 군락지와 요새를 오가며 물자를 옮기는 역할을 맡고 있는 파인피와 요새를 운영하고 있는 마인과 프리트, 그리고 영역 안의 경작지는 물론 함정이 설치된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해주는 숲을 관리해주는 엘라가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족장님이라면 빠르게 이곳으로 올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여있는 이들을 주욱 둘러보고 있는 루프스를 보면서 프리트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이미 이곳으로 모이라는 지시는 내려져 있었던 만큼 최대한 빨리 이곳에 올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미리 이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것이었다.

"음, 군락지 쪽에서 도착하려면 하루 이틀정도는 걸릴테니, 우선은 우리들끼리 이야기를 나눠두고 싶어서 말이지"

전령을 보내고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도착했으니 그쪽에서 오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나 군락지와 요새 사이에는 여전히 많은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만큼 빠르게 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새롭게 나타난 적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고자 부르는 일에 희생이 생기도록 만드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일이니 신중하게 준비를 끝마치고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그정도쯤은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루프스가 단순히 미리 도착해두려고 빠르게 온것이 아님 또한 알고 있었다.

"이야기는 전해들었겠지?"

이미 전령을 보내면서 간략히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도록 지시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전령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들이었다.

"예, 쿠알론 녀석이 이끌던 녀석들이 갑자기 적으로 나타났다는 이야기라면 들었습니다"

루프스의 물음에 프리트가 대답했다. 그의 대답에 루프스는 고개를 주억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문제는 단순히 적으로 나타난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한 적이 아니라뇨?"

자식의 이름이 나왔을 때 부터 유심히 경청하고 있던 엘라는 그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알기로 부족을 박차고 나갔던 고블린들은 딱히 무언가 특출난 이들이 아님을 알고 잇었다. 굳이 따지자면 같은 부족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었다는 점 뿐이었는데, 빠르게 세대가 추가되는 고블린들의 특성상 수년이 지난 지금은 남남이라고 보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고, 거기에 무엇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냥 적으로서 나타났다면 그나마 다행이었겠다만은... 무슨일인지 놈들은 과거 싸운적 있던 식귀에게 먹혀버린 이후였다"

루프스의 말이 이어졌지만,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 가시지 않았다.

"식귀에게 먹히다니요? 식귀라면 과거 한차례 전투를 벌였던 그놈들 일텐데... 놈들에게 모두 잡아먹혔다는 이야기입니까?"

그것은 프리트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그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루프스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는 그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식귀에게 먹혔다는 것은 물리적인 의미가 아니다. 이걸 뭐라 표현해야할지..."

표정을 찡그리면서 잠시 고민하던 루프스는 어느정도 머릿속을 정리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마주친 놈들은 몇 안된다만은... 모두 하나같이 식귀와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지, 지금 예상으로는 아마 그들이 식귀에게 먹혀 그일부가 된것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거다"

루프스는 미간을 꾹꾹 누르면서 말했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벌리면서 멍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게 가능한겁니까?"

이미 한차례 놈들과 싸운 경험이 있는 프리트도 그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그의 물음에 답한 것은 루프스가 아닌 엘라였다.

"가능할수도 있어요. 제가 들었던 이야기로는 놈들은 다른 생명체에 빙의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나타나곤 한다니까요. 그런데 기껏 가능한 것은 작은 동물들이나 벌레들 정도가 그들의 표적이 되는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러면서 그녀는 루프스를 향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어오듯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어떻게 된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제대로된 경우는 아니라고 예쌍은 하고 있지. 지금까지 상대했던 수는 얼마 안돼지만 대다수가 상당히 약하기도 하고, 단 한개체만이 이전 두더지형 식귀와 비등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지. 그 녀석도 제대로된 녀석은 아니었는지 죽어가던 때 모습이 좀 이상하긴 했다만은..."

그리고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건 놈들이 식귀이고 아니고가 아니다. 르윅 성의 영역에서 나타났다는건 그 근처에서 살아가고 있는 놈이라는 이야기지. 그렇다면 그곳과 가까운 이곳도 아주 안전지대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 주의를 주고 싶었다"

그의 이야기에 주변에 있던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르윅 성은 이곳에서 가까운 성일 뿐이지, 온전히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군락지 쪽이라면 그곳에 머물고 있는 몬스터들이 장벽이 되어 줄 테지만, 이곳에는 이곳에서는 처들어오는 적을 막아줄 장벽이라고는 조그마한 숲 하나와 요새의 성벽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성벽은 하필이면 그런 적을 상대해주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법이었다.

루프스의 경고를 주의깊게 들은 그들은 그와 함께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해가 한번 지고, 다시 뜨는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회의를 파했을 정도로 오랜시간 놈들에 대한 대책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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