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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68화 (268/374)

268화

괴변

저벅 저벅

르윅 성 영역의 외곽. 이제는 인간들이 처들어오지 않는 것에 괴로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경계심은 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한 루프스에 의해서 주기적으로 정찰병들이 주변을 돌고 있었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다섯의 고블린들이 한 조를 이루고 외곽 순찰을 돌고 있었다.

순찰을 돌고 있는 고블린들은 하나같이 중급 이상의 고블린들로 그들을 이끄는 이는 상급이나 되는 고블린이었다. 어찌보면 정찰병으로서는 지나치게 강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르윅 성에 있는 고블린들 대부분이 중급이며, 그 밑으로는 존재치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키잇, 족장은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키기깃 맞는 말이다. 처들어오지 않는다는건 우리에게 겁을 먹었다는 의미. 이제 공격해오지도 않는 놈들을 생각하는건 쓸데없는 일이다"

키키키키

고블린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괜히 그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루프스의 모습이 마음에 안드는 듯,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다만, 그래도 경계하는 것을 게을리 할 수는 없었는지 그것만은 성실히 행해지고 있었다. 그 증거로 고블린들은 저 멀리서 자신들을 향해 접근하는 인영을 상당히 빠르게 발견 할 수 있었다.

"기깃?!"

버릇처럼 순찰을 돌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누군가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고블린들은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주변으로 퍼져서 몸을 숨겼다. 드러내놓기 보다는 숨어서 공격하는 것이 그들의 경험상 적을 상대하기 더 쉽다는 판단하에 나온 행동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외곽에서 나타났으니, 적이라고 보는게 더 알맞다는 생각도 포함된 행동이었다.

다행히 적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보일 때 발견했으니, 눈 앞의 적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안가는 존재가 그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로 느긋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아무리 보아도 그들을 눈치챈듯 보이지는 않았다.

저벅- 저벅-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실루엣은 그 덩치가 그리 크지 않았다. 기껏해야 최하급 고블린과 비슷한 정도의 크기를 지녔을 뿐이었다.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는 그것 뿐이었지만, 바위와 나무 사이로 숨어있던 고블린들은 은근히 마음을 놓았다. 최하급 고블린과 덩치가 비슷하다는 것은 인간일 확률은 매우 낮으며, 혹시나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어린 아이일 뿐이니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몬스터라면 더욱 손쉽다. 인간들의 경우에는 만일에 죽이거나 했을 경우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몰라도 잠잠하던 이들이 갑자기 처들어 올 수 있으니 조심스럽지만, 몬스터라면 그런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게다가 최하급 고블린과 비슷한 크기의 이족보행 몬스터는 대부분이 비슷비슷하니, 그들이 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기잇? 동족?"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실루엣의 모습을 확인 했지만, 그 정체를 알고서도 고블린들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수상해보이고, 그들에게 몸을 숨기도록 만든 존재는 다름아닌 그들과 동족인 고블린이었다. 특히나 그 크기가 최하급 고블린과 같다는 것은 분명히 눈 앞의 저 고블린이 최하급 고블린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예외가 몇 있었지만, 그 경우는 극소수였으며 정찰병 고블린들 모두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당연히 눈 앞의 고블린이 그에 속하지 않으니 확실한 최하급 고블린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고블린들이 눈 앞의 고블린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였다.

우물 우물

놈은 무언가를 씹고 있는 건지 입이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실제로 여러번 허리를 굽혔다 펴면서 오는 모습을 보았었으니, 오면서 계속 무언가를 입에 넣고 있었던 듯 보였다.

숨어있던 고블린들 중 그들을 이끄는 고블린은 눈 앞의 동족을 보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 했다.

'저 정도 고블린이라면...'

성체가 된지 얼마 안된듯, 가장 작은 성체 최하급 고블린과 엇비슷한 크기를 지닌 놈의 모습은 확실히 수상했다. 무엇보다 그들이 알기로 현재 최하급 고블린은 르윅성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요새에도 소수만이 남아있을 뿐, 대부분이 군락지 안의 부족에나 있을 뿐이었다.

'외부에 동족이 있다면...기깃'

그들 안에서도 인간들의 세상에 루프스의 부족을 제외한 고블린들이 전멸했음을 알고 있던 그들은, 동일 부족의 존재가 아니라면 단 한가지 경우만 남음을 알았다.

'한발 앞서 밖으로 나섰다는 쿠알론의 부족이군'

그건 그가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에 벌어진 일이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기회를 엿보았다가 대대적으로 부족에서 탈주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어차피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관심도 두지 않았었지만, 이곳에서 직접 조우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껏해야 최하급 고블린. 제압하는건 나 혼자로도 충분하지'

그렇게 판단을 끝마친 그는 다른 고블린들에게는 대기를 지시하고는 잠시 눈 앞의 다른 부족의 고블린을 노려보고는 달려들었다.

텁- 퍽! 쿠당탕

재빨리 다가가서 한 손을 잡아채고는 발로차서 넘어트렸다. 그리고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등을 밟아서 그 몸을 땅에 고정시켜버렸다. 그렇게 제압이 된 듯 보이자 숨어있던 고블린도 밖으로 나섰다.

"키기기, 대장 이 녀석 분명히 쿠알론 부족의 녀석이겠죠?"

"킷. 그래. 이런 외곽에서 최하급이라니, 의심의 여지도 없지"

땅바닥에 짓눌린채로 꼼짝도 못하는듯 보이는 고블린을 보면서 그를 제압한 고블린들이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대부분이 그런 쿠알론이라는 자가 다수의 고블린들을 이끌고 부족을 탈주했음은 알고 있었지만, 그저 지식으로서 알고 있을 뿐. 직접 보는 일은 없어서 그런지 다른 동족들과 별반 다르니 않은 모습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그를 쳐다보았다.

푸확

하지만 그런 방심은 너무 일렀다. 짓밟힌채로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던 고블린이 지켜보는 고블린들을 향해서 공격을 강행했다.

"윽"

"무... 무슨?!"

갑작스러운 공격은 방심하고 있던 한 고블린에게 제법 중한 상처를 남겼다. 죽음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으나, 전투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진정 놀라운 것은 그런게 아니었다.

등이 짓밟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공격이 가능했다는 이상 상황과, 더 이상 대장 고블린의 발 아래에 있는 그것이, 고블린이라고 부르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고블린들에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최하급으로 보였던 놈이, 손쉽게 중급 고블린을 상처입혔으니 갑자기 나타난 고블린이 보통 놈이 아닌것은 분명했다.

그렇게 고블린 하나가 뒤로 빠졌지만, 그렇다고 딱히 눈 앞의 고블린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은 고블린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그 등을 점하고 있던 대장 고블린은 더욱 강하게 등을 짓밟았고,다른 고블린들도 거리를 벌리고는 무기를 들어 견제했다.

하지만 고블린은 그들의 움직임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애초에 등이 짓밟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도 공격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팔이 변질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촉수처럼 변한 팔은 몸의 부자유와는 상관 없다는 듯이 움직였다.

휘리리릭-

고블린과는 마치 별개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듯이 그것은 저 혼자 움직이면서 날뛰었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그 등을 짓밟고 있던 대장 고블린도 뒤로 물러가도록 만드는 위력을 선보여 주었다.

철썩- 철썩- 촤아악!

단순한 휘두름 만으로 고블린의 몸이 붕 떠서 날아갔으며, 그 중 하나는 단순한 촉수의 채찍질 만으로 그 몸에 타박상이 아닌 자상을 남겨놓았다. 놈의 촉수는 충분히 날붙이로서 이용 할 수 있다는 증거였다.

"캬아아, 만만한 적이 아니다! 놈의 모습만 보고 방심하면 안된다!"

그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주변의 고블린들을 독려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눈 앞의 최하급 고블린으로 보였던 적에게 패배 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 한 구석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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