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화
괴변
병사들이 변종 고블린을 상대하는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던 지휘관은 그의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흐음..."
온몸을 풀 플레이트 메일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 그는 지휘관과 마찬가지로 병사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바로 지휘관의 그리고 가문의 비장의 수 였다. 그는 국가에서도 몇 없는 유일등급의 직종을 지니고 있는 기사로, 그들 가문에서도 그보다 강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단장으로 있는 녹색 깃발 기사단 소속인 열명의 기사가 도열해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강한데..."
기사단장은 병사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변종 고블린을 보면서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지휘관은 혹시 못이긴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불안했지만, 그의 걱정은 불필요했다.
"강력하긴 하지만, 못이길 정도는 아니다. 이제 되었다. 병사들을 뒤로 물리게. 더 이상 전투를 지속했다가는 희생자가 나오게될테니"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나섰다. 단장의 말에 지휘관은 다급히 병사들을 향해 신호를 보냈고, 병사들과 교대하듯이 단장을 포함한 열하나의 기사가 변종 고블린을 포위했다.
변종 고블린도 그들을 경계하고 있었는지, 병사들이 빠져나감에도 그들을 공격하기 보다는 새롭게 다가오는 기사들을 견제했다. 가장 가까이 다가온 기사를 향해서 손을 휘두르고 그 사이 뒤로 접근하는 기사를 향해서는 꼬리를 휘둘렀다.
손을 이용한 공격은 손쉽게 빠져나갔지만, 꼬리를 이용한 공격은 그렇지 못했다.
퍽-
"...!"
꼬리에 그대로 몸통을 가격당한 기사는 강제로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꼬리에 담긴 힘이 그가 예상했던 것 보다 월등히 뛰어나,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곧바로 전선에 복귀하기 힘들 정도의 데미지를 입은 것이다.
꼬리를 잘 못다루는 모습에 그 쪽으로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당했던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지만, 기사들은 조급해지지 않았다. 아직 그들이 믿는 단장이 나서지 않았고, 지금 그 단장이 변종 고블린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흐읍!"
숨을 크게 내쉬면서 단장은 변종 고블린을 향해서 대검을 휘둘렀다.
카강
변종 고블린은 단장의 공격을 거칠고 단단한 팔뚝을 이용해서 막았다. 강철과 생물의 피부가 마주쳐서 나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울리고, 단장이 검을 회수하기 전에 변종 고블린의 공격이 먼저였다.
후웅- 탓!
검을 회수하다가는 늦을거란 판단이었는가, 단장은 오히려 검에 힘을 실어서 몸을 띄우고 그의 몸통으로 꽂혀들어오는 주먹을 발로차서 한번 더 몸을 위로 띄웠다.
공중으로 띄워졌지만, 의외로 변종 고블린을 그를 공격하지 못했다. 그저 그가 땅에 내려섰을 때를 대비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신체가 돌덩이 같다 싶었더니, 무게도 상당한가 보군'
단장은 놈이 공중으로 뛰어오른 자신을 보면서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짐작 할 수 있었다.
'애초에 대응한다 하더라도 그대로 두고 볼 것도 아니지만 말이지'
씨익
그 생각을 끝으로 그는 온몸의 힘을 팔로 모았다. 제대로된 기술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변종 고블린을 향해 분명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일격임에는 분명했다. 최대한으로 모은 힘을 모조리 한번에 불태우듯이 변종 고블린을 향해서 내리쳤다.
콰앙-!
격렬한 굉음을 발생시킨 공격은 변종 고블린을 상대로 제대로 꽂혀들어갔다. 공중을 향해 팔을 들어올려 막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제대로된 방어가 되기 힘들 정도였다.
쩌적
단장의 공격에 맞닿은 팔이 잘려나가거나 신체가 무너져내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마치 갑각과 같은 그 팔뚝에 금이가게 만들어 버렸다.
크르으으-
고통을 느끼는 듯 찡그려진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드러내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공격 직후 땅에 내려선 단장을 향해서 짓쳐들어갔다.
쐐애액-
주먹을 내지르면서 주먹의 바로 옆으로 꼬리도 함께 단장을 향해 내질렀다. 제법 매섭게 들어오는 공격이었지만, 기사단장은 그를 향해 들어오는 공격을 눈으로 보고 회피했다. 딱에 내려서 자세를 잡고 있던 와중이라지만, 아무런 변칙도 없는 단순한 내지르기를 피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변종 고블린의 공격을 회피한 그는 일단 한발 뒤로 물러섰다. 단시간에 온 힘을 다해서 내질렀던 공격이 그에게 은근히 부담을 주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고블린도 알았던 것인가 그가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 전에 공격하려 짓쳐들었지만, 그의 앞길을 막는 이들이 있었다.
카각-
"크으으으으-"
한 기사가 변종 고블린의 앞길을 막으면서 신음성을 내뱉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공격이긴 했지만, 제법 강력한 충격을 동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변종 고블린의 전진을 막은 대가로, 몸에 부하가 걸리고 있었지만 동시에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었다.
팅- 티딩- 티디딩- 카가각- 푹
일격 일격은 그리 큰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튕겨나갈 뿐이었지만, 일시적인 순간을 노리고 연격을 날려대는 그들에 의해서 갑주와 같은 피부를 뚫고 살갗을 꿰뚫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단장에 의해서 만들어진 팔뚝의 금에 정확히 검을 박아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끼에에에에-!!
피부를 뚫고 이어서 그 속까지 꿰뚫으니 단단하고 이질적인 피부로 고통도 별로 느끼지 못하던 변종 고블린도 강렬한 고통을 느끼는듯 했다. 그리고 그 고통이 일종의 신호탄이 되었다.
후웅- 후웅- 쐐에엑!
여태까지 침착히 상대를 보면서 전투에 임하던, 어느정도의 이성이 남아있던 모습을 보여주던 변종 고블린이 그 순간 이성 없이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짐승으로 뒤바뀌었다.
손과 발을 휘젓듯이 내지르는 공격을 하는가 하면, 꼬리와 날개는 주변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왔다.
변종 고블린이 내지르는 공격들은 전체적으로 위력은 증가해 있었지만, 조금의 생각도 더해지지 않은 온전히 본능에 맡겨진 공격이었다. 그리고 이런 몬스터의 공격은 그들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익숙한 공격이기도 했다.
마치 어디서 어떻게 공격할지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기사들은 여유롭게 변종 고블린의 공격을 피해냈다.
까가각- 푸욱- 푹-
덤으로 기사들은 빈틈투성이가 된 고블린을 상대로 기회라는 듯 더더욱 공격을 이어갔다. 그런 기사들의 공격도, 놈이 지닌 피부의 강도가 떨어졌는지 점점 박혀드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무차별적인 체력을 생각지도 않는 전력을 다한 공격과 그 틈을 노리는 기사들의 연계에 점점 지쳐가던 그 순간 잠시 뒤로 빠져있던 기사 단장이 기사들과 합류했다.
굳이 무리 할 생각이 없던 기사단장은, 몸에 걸린 부담을 완전히 해소했지만 덤으로 체력까지 완전히 회복하고 나서야 합류 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백중세를 보이던 그들의 전투는 명백히 기사들의 우위로 바뀌어 있었다.
기사단장이 합류하자 더 이상 변종 고블린의 저항은 무의미하게 변해 있었다. 기사들 중 일부에게 상처를 입힐수는 있었지만, 그들의 수를 줄이는데는 실패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변종 고블린과 기사들간의 전투는 퍽 짧은 시간만에 그 결판이 보이고 있었다.
연이어지는 합공과 점점 지쳐가는 체력,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연약해지는 피부는 변종 고블린의 끝을 보여주는 듯 했다.
결국 마지막은 기사 단장의 일격이었다.
"흡!"
푸우욱-!
그의 검이 어느새 균열 투성이가 된 변종 고블린의 피부와 심장이 자리하는 가슴께를 관통했고, 지칠대로 지쳤던 변종 고블린은 그렇게 적들의 손 안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음..."
그 마지막은 입가에 선명한 미소를 띄고 있어 기사단장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게 만들어 버렸지만, 분명한 인간들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