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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66화 (266/374)

266화

괴변

원인불명의 이유로 변질된 고블린들이 제라임 성에서 부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최초에는 그저 최하급 고블린들과 외형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어 얕보다 많은 피해를 입었다면, 그 이후에는 갈수록 점점 강해지는 놈들의 힘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서 패배가 쌓여갔다.

변종 고블린들에 의한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만 갔다. 더욱 끔찍한 것은 어떻게든 변종 고블린을 격퇴한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만에 다시 회복해서 처들어왔다. 특히나 목숨의 경각에 달하면 기이할정도로 전투 현장에서 빠져나가기에 그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해지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왕국에서는 연달아서 벌어지는 악재에 뒷목을 집고 쓰러질법도 했지만, 악재를 해결하기 전에는 그러지도 못한다.

일단 그들이 가장 먼저 취한 것은 제라임 성의 주변에서 나타나는 고블린들의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었다. 이미 큰 피해를 입으면서 저절로 많은 정보를 얻어냈지만, 여기저기 중구난방으로 퍼져있었던 만큼 그 정보들을 모두 모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모인 정보로 적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몇가지 없었다.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정보는 흩어진 변종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골렘의 움직임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아마 골렘과 변종 고블린 두 사태는 같은 이에 의해서 발생한 일일것임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것은, 변종 고블린의 식탐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나타났을 때의 기록들을 보면 항상 그 입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섭취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시체들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다는 정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져가며, 아직도 그 한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하니 시간을 끌면 끌수록 그들이 불리할 것임은 분명했다.

다행히 변종 고블린을 해치운 사례는 드물지만 있긴 있었다. 대부분이 지금처럼 강해지기 이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놈들이 지닌 힘을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는 있었다.

현재 모습을 드러낸 놈들의 정확한 무력을 확인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최초 출현했을 무렵의 변종 고블린이 지닌 힘은 대략 최상급 직종을 지닌 인간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 때문에 다수의 상급직, 혹은 최상급 직의 인물이 우연히 자리한 장소에서나 간신히 변종 고블린을 물리 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어왔던 것이다.

왕국은 최초 그들이 지니고 있던 힘에 대략적으로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계산해서 토벌군을 편성했다.

이번에는 골렘을 상대 했을 때 처럼 비교적 약한 일반 병사들을 동원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미니 골렘이라는 만만한 적이 골렘을 부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었지만, 고블린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하나의 골렘이라는 강자와 그 분신체라는 다수의 약자를 상대했던 그 때와 달리, 골렘과 비교하면 어중간하지만 분명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다수이니 일반 병사를 동원하는 것은 그저 고기방패로서 죽으라고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왕국의 수뇌부도 그렇게 가혹한 명령을 내릴 생각도 없었고, 내릴 수도 없었다.

이미 골렘과의 사투로 많은 병력을 잃은 와중이다. 그런데 고블린과의 전투로 또 잃을수는 없는 일이었다.

현재는 국내 정세만으로 정신이 없기 때문에 국외는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지만, 병사들의 소모가 심하면 심할수록 다른 나라들로부터 방어가 힘들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치했다가는 오히려 왕국이 멸망할 판이니, 그들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변종 고블린을 격멸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으로 한번에 쓸어버리는 방법이었다. 다행히 그들이 나서기 전에 먼저 나선 이들이 있으니, 잠시간의 시간은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먼저 출발한 이들은 고블린이라면 특히나 전문적인 이들이니 그들이 먼저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적잖이 섞여있기도 했다.

그들이 그렇게 준비에 들어간 그 때, 원하던 대로 선발대와 변종 고블린이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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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으으으-

족히 일백은 되어보이는 부대가 눈 앞에 그렇게 원하던 적을 두고 긴장에 삼켜졌다. 정상적인 적이 아님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이지만, 적의 모습은 그들의 예상을 월등히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이야기는 들었지만...'

부대를 이끄는 이는, 눈 앞의 고블린을 두고 도저히 고블린이라는 단어를 떠올릴수 없었다. 현재로서 변종 고블린들 중 최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개체는 없으며, 본래 고블린이었다는 흔적 자체도 머리 부분을 제외하면 남아있지를 않았다.

그들과 대치중인 변종 고블린은 온몸의 피부가 마치 흙이나 돌 따위가 섞인듯 거칠고 딱딱해 보였으며, 그 몸에는 어울리지 않게 조그마한 날개가 한쪽은 길게, 한쪽은 짧게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 다리는 고블린이라기 보다는 짐승의 다리와 같았으며, 팔은 육중한 두께에 털로 덮여있었으며, 손톱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엉덩이에서 부터 튀어나온 전갈의 꼬리와 닮은 그것은 끝에서부터 독액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나마 알려진 변종 고블린들 중에서는 덜 기괴한 모습이었지만, 그만큼 이성이 남아있는 것인지 무작정 돌진하지 않고 대치하는 인간들의 부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서로 대치하기를 오랜 시간. 먼저 움직인 쪽은 인간들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그저 가만히 있는 것 만으로 대적하기 힘든 강자의 모습을 뽐내는 변종 고블린에 압도되었던 걸일까.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한 이들부터 순차적으로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찌보면 두려움에 질린 듯한 태도였지만, 도망치는 이들이 없었다는 것 만으로 이들이 정예병이라 자신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함을 지르면서 변족 고블린에게 달려들었지만, 정작 고블린은 그들을 침착히 바라 볼 뿐이었다.

변종 고블린과 대치하고 있던 이들은, 고블린들의 말살을 기치에 내건 가문의 병사들이었다. 최근 나타나지 않은지 오래되어서 그 능력이 미진해졌다지만, 아직 녹이 슬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은 고블린들을 상대하는 법을 가장 잘 알고 있었으며, 그들의 습성마저도 이용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반적인, 혹은 고블린이라는 카테고리에 들기라도 해야 소용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눈 앞에 있는 변종은 머리의 형상을 제외한다면 그 어디에도 고블린이라는 카테고리에 둘 수 없는 존재였다. 그나마 습성이라도 기대해 보지만, 이미 혼자 다니는 것 부터 고블린들의 습성에 반하는 행동이었다.

그나마 그들에게 다행인 점이 있다면 습성은 그렇지만, 행동은 아직 고블린의 틀에서 완전히 멀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조잡한 날개를 얻었지만, 날기는 커녕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었으며, 꼬리도 간간히 생각날때 한번씩 움직인다는 정도였다.

그 외에는 몸으로 치고받는 정도였지만, 어느정도 실전은 겪은 듯 하지만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은 움직임이었다.

사실 어설픈 움직임이라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기괴한 육신에 깃든 힘 만으로 어설픈 움직임은 강맹한 힘을 품고 있어 그 공격을 막는 이는 드물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종 고블린과 현재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은 고블린에 대해서 가장 빠삭한 이들이, 훈련을 받아서 전투를 펼치는 이들이었다. 하물며 대다수가 중급 이상의 직종을 지니고 있는 강력한 정예병들이었다.

어지간한 경우는 하급, 간혹 심할때는 최하급으로 채워진 병사들을 구성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분명 정예병에 강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임이 분명했다.

실제로 간신히이긴 하지만 변종 고블린의 공격을 어떻게든 막고, 그 틈을 찌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고블린이 전혀 상처입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었지만, 병사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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