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화
괴변
"끄워어엉"
괴성을 내지르면서 기괴한 모습의 한 생명체가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쉬익-
다섯 갈래의 손가락이 벌레를 쫓는것 처럼 휘둘러졌고, 그 앞을 가로막고 있던 이들은 이미 너덜너덜 했고, 더 이상 생명체의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날아올랐다.
"끄악!"
"컥"
그렇지만 이 기괴한 생명체를 상대하기 위해서 이미 많은 이들이 몰려와 있는 상황이었다. 앞을 굳건히 막아주고 있던 셋이 벌레 쫓듯 휘저어진 손에 날려졌지만, 그들을 대체할 이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앞으로 나서서 막아! 후방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놈을 막기 위해 근접한 이들도 공격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어째서인지 그들의 공격은 제대로 들어맞지를 않았다.
"ㅡㅡ!"
"ㅡㅡㅡㅡ!"
그나마 놈을 공격하는 이들에게 다행인 점은, 마법사들의 공격은 그나마 놈에게 어느정도 통한다는 점이었다.
"끄위에에에웨에엑"
마법사들의 공격에 얻어맞은 생명체는 온몸을 비틀어대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일테지만, 워낙 기이한 모습,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생명체와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진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은 고통때문에 몸부림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할 정도였다.
"어떻게 고블린 따위가, 저렇게 기분 나쁜 흉물이 될 수 있던건지..."
화려한 갑주를 입고 있는 한 인물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는 다름아닌 이 자리에 있는 병력들의 최고 지휘권자였다. 그는 생리적으로 혐오감이 드는 불길한 모습의 고블린이었던 생명체를 보면서 이를 갈았다. 눈 앞의 저 놈 때문에 잃은 전력 때문에라도 곱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가 흉물이라 부르는 생명체는, 전혀 제대로된 생명체로 보이지 않았다. 이전에 고블린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모습은 기괴했다. 기껏해야 그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초록색에 길죽한 귀와 코, 그리고 뾰족한 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정도 뿐이다. 머리를 제외한 그 육신은 이미 고블린이라기 보다는 그 외의 무언가라고 부르는게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여러개의 관절을 가지고 있는 앙상한 팔이 그 몸체에 여섯개가 무작위로 붙어있다. 그리고 다리는 제 역할을 할 수는 있는지 매우 가느다란 모습이었지만, 많은 수로 어떻게든 버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몸체도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부풀어올라 비대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치 오랜시간 굶은듯이 갈비뼈가 뱃가죽으로 보이는 이상한 외형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 기괴한 모습에 더해서, 그 위력도 상당했다. 앙상한 팔을 휘두르면 그 풍압으로 병사들의 가죽갑옷이 베이고 병사는 날려지고는 했다. 언뜻 절대 이길 수 없을 듯한 강함을 선보이고 있었지만, 현재는 위태위태하고 다수가 목숨을 잃을 위기를 겪고 있지만, 어떻게든 상대하는게 가능하긴 했다.
눈 앞의 고블린이라는 이름의 흉물이 갓 나타났을 때라면 이런 상황은 꿈도꾸지 못했지만, 어느정도 정보가 모인 지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꾸우워어어어어--!!
그것은 괴성을 내질렀다. 단순한 포효성일 뿐이었지만,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인지 그것과 가까이 있는 이들이 충격파에 의해서 뒤쪽으로 튕겨졌다.
언뜻 흉물을 상대할 인물이 없어진 듯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정면을 막던 병사들이 튕겨지자, 범위의 바깥에서 대기하던 이들이 놈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놈이 날뛰는데 막는 이가 하나도 없다면, 그건 곧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흉물은 한번 더 포효성을 내뱉었다.
끄워어어어어어-!!!
다만 이번에는 충격파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포효성을 내지른 놈은 그대로 굳은 듯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휘관은 이 틈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이때다! 포박 마법을 시전해라!"
"ㅡㅡㅡ!'
"ㅡㅡ!"
"ㅡㅡㅡ!"
지휘관의 지시에 공격 마법이 아닌 포박 마법을 준비하던 마법사들은 곧장 자신들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을, 최대한의 출력으로 시전했다. 그러자 빛으로 이루어진 밧줄들이 나타나 멈춰선 흉물의 몸을 겹겹이 감싸며 묶여버렸다.
"놈의 움직임이 멈춘 지금, 총공격을 펼쳐라!"
꽁꽁 온몸이 감싸인 놈의 모습에 지휘관은 곧바로 총공격을 지시했다. 그러자 후방에서 계속해서 기회만을 엿보고 있던 궁병들이 화살을 쏘았고, 가까이 접근해 있는 병사들은 그대로 놈의 신체에 검을 그리고 창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공격 마법을 준비하던 일부 마법사들은 그런 놈의 몸체에 마법을 박아넣어 버렸다.
"...셋...둘...하나... 물러나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병사들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지휘관은 천천히 숫자를 세었다. 하나 하나 숫자를 세는 그의 모습은 어찌보면 필사적이기까지한 모습이었다.
그는 여전히 미동도 없는 흉물을 보면서 병사들을 뒤로 물렸다. 이제 놈이 어떻게되는건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앙-
마치 지휘관과 흉물 둘이서 짠듯이, 병사들이 범위 밖으로 물러서자 그에 맞추어서 흉물의 몸이 터져나갔다. 터져나간 살점과 포박마법의 잔재는 주변에 피해를 줄 정도였지만, 이미 피해낸 병사들에게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놈이 터져나가면서 피어난 먼지구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스르륵 내려왔지만, 그 전에 병사들도 지휘관도 눈으로 보는 것 보다 빠르게 흉물의 생존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콰직-!
한 병사의 목이 가냘퍼보이는 손아귀에 꺾여버렸다.
"꺽"
목이 꺾여 절명한 병사의 앞으로 그를 살해한 자의 모습이 보였다. 다름아닌 방금전에 터져나갔던 고블린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예상대로 놈은 죽지 않았으며,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옷을 한꺼풀 벗어던진 듯 보다 가벼운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리고 놈의 모습도 크게 변하진 않았지만, 그 크기가 줄어들어 이전처럼 비대한 몸에 마구잡이식 공격으로 피해를 입히긴 어렵게 변해 있었다.
지휘관은 다시 놈을 향해 병사들을 붙여버렸다. 다시 놈의 움직임만 막는다면 다시 이전의 사이클로 피해를 주는 것이 가능할거라는 판단이었다.
"흐아아앗!"
"이야아아아아!"
무차별적으로 병사들을 죽이는 모습은 공포스러운 것이었지만, 병사들은 용감하게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특히나 놈의 모습이 이전보다 작아지면서 오히려 더 만만하게 보인것이 그들의 용기를 더욱 북돋아 주었다.
콰작
하지만 그것이 그저 만용이었다는 것이 곧 드러나고 말았다.
인간들과 비교했을 때 세너배는 거대했던 신체를 가지고 있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그들과 비슷한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즉, 표적의 크기가 줄어들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딱히 놈이 발휘하는 위력은 별로 줄어들지 않은데 반해, 속도는 확연히 늘어나 있었으니 더 까다로워진 상태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전에 비해서 작은 몸체를 하고 있었지만, 그 포악함은 더욱 커졌는지 그 자리에 있는 병사들을 향한 공격성이 더욱 높아졌다.
당연히 지휘관은 생각 이상으로 발전한 사태에 당황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 때 부터는 이제 더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보였다.
고블린이었던 그것은 병사들을 차근차근 죽음으로 몰아넣어갔다. 그나마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워 공격하기는 했으나, 별다른 효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좀전의 총공격으로 자잘하게 많은 상처를 입힐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헤쳐진 상처는 점점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놈을 막기 위해 왔던 병력들이 모조리 와해되어 대부분이 죽고 간신히 극소수의 일부만이 도망 칠 수 있을 뿐이었다.
더 이상 생존한 병사들이 없자, 놈은 그동안 참아왔다는 듯이 그 자리에 쓰러져 있는 병사들의 시체를 개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콰작 콰직 으득 까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