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화
정비와 혼란
미니 골렘과의 사투의 끝에 휴식을 맞이하게 된 용병들은, 잠시간의 휴식이 끝나고 다시 조사에 나섰다. 본래라면 이대로 되돌아가서 보고만을 올리고 병력을 더욱 충원하거나, 전문 인력을 이용해서 정찰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적을 상대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결정했을 것이다.
단순한 우연이라며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시기적절하게 울린 소리였고, 하필 소리가 난 방향이 골렘의 예상 이동 경로와 겹친다는 것이 그들이 이런 결정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정보수집을 위해서 떠나고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도 않고, 굉음의 정체를 밝혀 낼 수 있었다.
정찰을 위해 앞서나갔던 일말의 도적들이 바닥을 쓸어내면서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심각하고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결과과 나쁘진 않은지 대부분의 표정에 은근히 화색이 돌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그 중 도적들 중 가장 실력이 출중한. 한 용병대의 단장이기도 한 흐레스의 표정은 여태까지 중 가장 밝아보였다.
씨익-
"골렘의 파편이라..."
그는 바닥에 흩어진 흙가루를 한줌 손바닥에 담아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다양한 인원들이 퍼져있었지만, 그를 제외한 도적들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아직 짐작이 가지 않는 듯 보였다.
그들로서도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바닥에 모여있는 가루들이 골렘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것이라는 점.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그렇게 나쁜것은 아니라는 사실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단 한명. 흐레스만큼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 할 수 있었다.
미니 골렘을 상대하기 전, 용병들은 직접 골렘과 전투를 벌인 일이 있었다. 별다른 피해도 주지 못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미니 골렘으로부터 도주하는 못난 꼴을 보이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도적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천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달라붙어서 별다른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그저 돌가루나 조금 흩날리게 하는 정도가 그들이 준 피해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흔적은 그가 떠올린 그 조금 흩날린 정도가 아니다. 게다가 이곳은 그들이 전투를 벌였던 지역에서도 제법 거리가 떨어져있는 장소였다.
당연히 그들의 눈 앞에 있는 이 흔적은 당시의 전투로 생겨난 흔적일리가 없었다.
"그렇다는건, 그 후에 발생한 것이고... 그 시기는"
그는 입가로 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막기 힘들었다. 막기는 커녕 오히려 역으로 희열에 감싸여 크게 웃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고 있었다. 다름아니라 골렘을 상대해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낸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사실을 알아낸 그는 일단 다른 용병들과 합류해서 퇴각하기를 종용했다.
"이곳에서 무슨 문제가 벌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용병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바닥에 흩어져 있는 흙 한줌을 쥐어들면서 말을 이었다.
"골렘의 몸체를 구성하던 돌덩이들이 흙처럼 가루가 되서 흩어져 있는 걸 보면 평범한 일이 아님은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지"
"그럼, 놈을 상대할 가망이 보인다는 뜻이니 좋은 일이지 않나"
한 용병이 그의 말에 반박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단순히 생각 할 수 있다면 좋겠다만... 꼭 그렇지만도 않거든"
어깨를 으쓱이면서 그를 부정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은 안전하다만... 만일 이 가루가 다시 새로운 골렘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그리고 만일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째서 이런 것이 이 자리 곳곳에 떨어져 있는지 원인을 알지 못한다면, 녀석에게 덤벼보아야 목숨만 헌납하는 꼴이겠지"
그러면서 흐레스는 용병들을 설득했고, 결국 어딘가 떨떠름하고 개운치 못했지만 결국 그의 의견대로 퇴각이 결정되었다.
만일 아무런 수확을 건지지 못했다면, 그렇게 물러나는 것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동료는 죽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싸웠는데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 만큼 그들에게 억울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미니 골렘을 처치했으며, 조금이지만 본체 골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돌아가니 어느정도 보수를 챙겨줄거라는 확신이 있으니 가능한 결정이었다.
결정을 내린 그들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후퇴하기로 결심했으니, 굳이 이곳에서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용병들은 일말의 지체도 없이 수도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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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의 용병길드에 모인 용병들은 의뢰를 완전히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미니 골렘을 잡고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소정의 보수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손해이긴 했지만, 무엇보다 목숨은 귀중한 바. 이 이상 골렘과의 전투는 방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자살행위와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용병들이 그렇게 소정의 보수를 받고 되돌아가던 그 때. 유난히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가 있었다. 다름아닌 후퇴를 강력히 주장했던 흐레스였다.
그는 홀로 길드장을 통해 왕성과 연락하더니 그가 알아낸 정보를 전달했다.
그는 실제로 남겨져 있던 흔적으로 무언가를 알아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른 용병들을 속여서 아무것도 못알아낸척 수도로 후퇴하고자 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가 알아낸, 혹은 짐작 할 수 있던 정보는 골렘에 대해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고 그는 홀로 이 정보를 왕성에 알리기 위해서 다른 이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그저 후퇴만을 종용했었던 것이다.
그는 예상대로 정보를 전달함으로서 막대한 보상금을 얻어내었고, 그의 정보를 알아낸 왕성에서는 또 여러번의 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원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왕국의 전역에서 끌어모은 잉여 전력들은 거창한 출병식을 거치고 골렘을 없애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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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에 대해서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전격적인 토벌전에 들어선 왕국이었지만, 몇년에 걸친 전투 동안 야금야금 골렘에 피해만을 주고 발목을 붙잡아 희생을 최소화 할 뿐이었다. 그나마 계속해서 쌓이는 경험 덕분에, 무작정 밀리지만 않을 뿐이었다.
왕국이 골렘에 신경쓰는 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던 두 고블린 부족은 그야말로 융성히 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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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와 성을 집어삼키고, 거대한 영역을 지배하게 된 루프스의 부족이었지만 외적으로는 그다지 변해보이는게 없었다.
처음 요새와 성을 점령했을 때, 그곳에 있던 주민들의 안색이 매우 어두웠던 것이 어느새 평범하게 바뀐 정도. 그리고 루프스와 고블린들이 그들과 태연하게 어울리고 있다는 것 정도가 외적으로 보이는 변화였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이긴 했다. 지배하는 세력인 루프스와 고블린들을 두려워하던 이들이 어느새 웃으면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사이가 좋아진 것이다. 다른 두 종족이니 당연히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고블린들을 몰아내자는 주장으로 똘똘 뭉친 주민들이 나타나더니 무차별로 고블린들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다. 결국 단지 고블린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던, 엉성한 주장과 무력으로 뭉쳤던 조직은 단숨에 박살이 났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은 본보기로서 처형된 사건이었다.
당시에 루프스가 인간들과의 공존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사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품었고, 지금의 어딘지 평온해 보이는 환경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외적인 변화 말고, 내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 결과물을 보기 위해서 루프스는 오랜만에 완전히 하나의 요새로서 변모한 숲을 지나, 성벽을 쌓아올린 요새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의 부하들과, 바로 몇년전에 새롭게 성체로 자라나 고블린의 군대에 합류한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는 고블린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