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화
정비와 혼란
저 멀리 이동하는 용병들을 보면서 골렘은 다시 자유로워진 몸을 움직여갔다. 그리고 골렘의 움직임은 혹시나 골렘이 자신들을 쫓는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던 용병들에게는 다행히도, 그리고 골렘이 목포로 삼은 마을의 주민들에게는 애석하게도 그는 용병들을 쫓지 않았다.
그저 본래 가던길을 그대로 걸어 갈 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용병들을 쫓는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골렘의 몸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미니 골렘들이 용병들을 쫓은 것이다. 조그마한 어찌보면 아기자기해 보이기도 하는 짧은 팔다리의 미니 골렘은 그 겉모습과 다르게 제법 빠르기까지 했다.
굳이 도망치자면 도망 칠 수 있지만, 상대가 생물이 아닌 골렘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골렘을 상대하고자 모였던 용병들은 도주가 지속될수록 점점 지치는 반면, 미니 골렘에 지친다는 기능 자체가 없었다. 게다가 한두개체만 쫓아오는 것도 아닌 다수의 미니 골렘이 그 수가 점점 추가되면서 그들을 뒤쫓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따돌리기는 커녕, 점점 늘어나는 미니 골렘들에 의해서 압살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까지 들었다. 다행히 삼십에서 추가되는 듯한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늘어난 골렘을 보면 그것도 헛된 생각은 아닌 듯 싶었다.
결국 이전에 골렘과 전투를 벌였던 기사의 파티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미니 골렘을 상대하는 용병들의 전술은 골렘과 싸울때와는 달랐다. 먼저 인원수가 한체에 대략 삼십명의 인원이 달라붙었다. 골렘의 본체가 아니고, 그 힘의 일부만을 지녔을게 분명하지만 만일에 대비한 병력차이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마법 공격에 대해서 돌가루만 약간 날릴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골렘과는 달리 미니 골렘은 제법 피해를 입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때문에 이번에는 저절로 마법공격 위주로 상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골렘과 미니 골렘의 다른 점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가 남아있었다. 전체적인 스펙은 골렘에 비해서 크게 떨어졌지만, 단순히 팔을 휘두르는 등의 공격만 펼치던 골렘과 달리, 미니 골렘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이어갔다.
이게 정말 골렘이 맞나 싶게 어떤 개체는 체계적인 무술로 덤비는가 하면, 어떤 개체는 기괴하게도 마법을 사용하면서 공격해오는 녀석도 있었다.
딱히 진형을 짜서 덤벼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다채로운 공격은 그 자체로 위협이 되었다.
한 전사가 낮은 자세로 골렘을 향해 달려들면서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은 단번에 미니 골렘의 옆구리를 후려쳤고, 적을 향해 주먹을 내뻗던 미니 골렘이 균형을 잃고 무너졌다.
쿠웅-
미니 골렘이 쓰러져 멈칫하는 사이, 그것을 상대하던 이들 중 마법사들이 준비해둔 마법을 발휘했다.
"ㅡㅡ"
"ㅡㅡㅡㅡ!"
"ㅡ!"
"ㅡㅡㅡ!"
쓰러진 미니 골렘이 일어서지 못하도록 마법사들은 먼저 그것을 향해서 그 신체를 구속하는 마법을 발휘했다. 바닥에서부터 식물의 줄기가 솟아나 골렘을 묶고, 은은한 빛이 어리더니, 팔다리가 묶이면서 저항하던 골렘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했다. 그 사이 바닥에서 솟아난 줄기와 어느새 나타난 마력으로 이루어진 그물이 그 몸을 한번 더 구속해갔다.
겹겹으로 골렘의 움직임을 막아냈지만, 마법사들도 그리고 이성은 없지만 묶여버린 골렘도 이것이 그리 오래가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 증거로 완전히 멈춰있던 골렘의 몸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법사들에게는 그 잠깐만으로도 충분했다.
"ㅡㅡㅡㅡ!"
"ㅡㅡ!"
"ㅡㅡㅡ!"
골렘이 구속된 그 잠깐의 순간. 그 순간만을 노리던 공격마법을 준비해둔 마법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동어를 외치고, 그 목표물을 눈 앞의 미니 골렘으로 설정했다.
시작은 가장 널리 알려진 마법인 화염구였다. 불로 이루어진, 이글이글 타오르는 공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미니 골렘을 강타했다. 그리고 불길에 순식간에 달아오른 그 몸체로 마치 식혀주겠다는 듯이 얼음 송곳의 폭격이 쏟아져 내렸다.
퍼퍽- 퍼퍼퍼퍽- 퍼퍼퍼퍼퍼퍼퍽-
몸에 꽂혀든 얼음으로 이루어진 송곳은 미니 골렘의 가열된 몸체에 손상을 주면서, 동시에 급속도로 냉각시키기까지 했다.
쩌적
은은하게 어딘가에 금이 가는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누구도 그 소리를 인식하는 이는 아직까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눈에띄게 알 수 있는 현상은 벌어지고 있었다.
끽- 끼기기긱- 기긱-
어느새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미니 골렘이었지만, 골렘의 돌로 이루어진 신체가 눈에띄게 삐걱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삐걱거리는 몸을 주체하기가 힘든 듯, 몸의 균형도 안맞았으며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것이 상당히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당연히 그런 골렘의 모습에 전투를 벌이던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좋은 기회임을 알 수 있었다.
잠시 마법공격을 위해서 떨어져있던 전사들이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이 선두에서 골렘의 공격을 막아주는 사이에 도적들이 그 틈바구니로 파고들어 골렘의 여기저기를 찔러보며 약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다치는 전사들을 향해서 사제들이 치료마법으로 미니 골렘을 상대로 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 사이 마법사들은 각자 새로운 마법을 외우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어느새 수세에 몰린 골렘은 용병들을 상대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초반에만 해도 제법 팽팽했던 전황에, 지치지 않는 골렘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피해가 누적되어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연신 공격을 잇던, 용병들 중 가장 먼저 몸을 뺀것은 도적들이었다. 그들이 몸을 빼낸 것은 다름아닌 골렘의 약점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어느새 마법사들의 근처까지 도달한 그는 어디를 노려야 하는지를 알려주었고, 그 준비가 끝나자 전사들도 몸을 빼내기 시작했다.
전사들이 몸을 빼내자 이어진 것은 좀전과 같은 상황이었다. 역할을 나눈 마법사들 중, 구속의 주문을 외운 이들이 골렘의 몸을 순간적으로 멈추게 만들었다. 그리고 연달아서 공격의 주문을 외운 마법사들의 공격 마법들이 연달아서 골렘의 몸통을 치기 시작했다. 특히나 그 단단한 몸체의 특성상 참격보다는 타격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는지 대부분이 타격계 마법들이었다.
돌덩이가, 불로 이루어진 구체가, 번개의 덩어리가, 얼음 망치가 미니 골렘을 단번에 공격했고, 그 모든 공격이 끝났을 때는 골렘도 침묵으로서 대답했다.
골렘을 상대하던 용병들은 더 이상 녀석을 상대하던 때 처럼 발휘할 힘이 완전히 빠진 것인지 헉헉, 숨을 몰아쉬면서 주저 앉으려 했다. 바로 옆으로 튕겨나가는 또다른 동료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말이다.
용병들은 결국 주저앉지도 못하고, 다음 상대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덕분일까, 하나의 골렘을 이겨내고 생겨난 여유병력들이 연달아서 다른 동료들을 도우러 움직였다. 이미 수차례의 전투로 그 육신은 기진맥진 했지만 앞서 골렘을 상대했던 이들도 딱히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던 덕분일까, 시간이 갈수록 도움을 주는게 가능한 인원은 늘어났고, 그에 따라서 미니 골렘이 줄어드는 속도도 현격히 빨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용병들의 손에 의해서 그 자리에 있던 삼십체에 달하는 미니 골렘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 몸이 모두 가루로 변해갔다.
쿠르르릉-
미니 골렘의 전멸에 맞추듯이 심상치않은 소리가 울렸지만, 용병들이 모여있는 지대에는 아무런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 안심한 용병들은 주저 앉아서 간신히 이겨낸 승리의 기쁨과, 생각보다 위험한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 목숨을 잃은 동료들에게 애도를 보냄으로서 그 끝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