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258화 (258/374)

258화

정비와 혼란

사실 왕국의 인간들은 고블린들에 대해서 머리 한구석에 염두를 해두고 있었다. 현재 골렘에 대해서 살피기 위해서 잠시 미뤄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두 성을 빼앗은 고블린들에 대해서 잊을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서 고블린이라는 단어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몇일동안의 연이은 회의로 간신히 파견이 결정되었던 한 기사가 골렘에 다가갔다가 후퇴한 것이 알려진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그보다 높은 전력으로 골렘을 상대하기만 했으면 끝날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골렘이 불러낸 것으로 추정되는 그보다 약할것이 분명한 조그마한 분신체만으로 그가 고전했다는 사실을 알려온 것이다.

그를 내보내는 것에도 큰 홍역을 치루는 듯 했는데, 그가 보내온 소식은 그보다 더 큰 전력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와 같은 강자가 비교적 한적한 자리에 놓여있는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보다 강한자 중에서 보다 쉽게 동원 될 수 있는 이는 드물었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것이 왕실 근위기사단 정도지만, 그들이 왕성을 나서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공백이 생기는 순간 왕의 목숨을 보장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다시 모여서 회의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용병대를 고용하는것 아니겠습니까"

한명의 성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국경을 경계하거나, 중요 요인들의 호위를 하고 있는 이들을 불러다가 골렘을 잡으라 시킬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를 수 있는 요병이라면... 오크들이 유력합니다만, 말을 듣겠습니까? 바로 얼마전에도 좋지 못한 일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또 다른 이가 가능하겠는지를 반문하면서, 한명의 인물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받은 이는 이미 수차례 오크들에게 의뢰를 맡기고 피해만 입히고 별다른 수확도 건지지 못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그런 시선에도 제대로된 반박도 하지 못했다.

"끄응"

주변의 반응에 제대로된 말도 못하고 끙끙거리는 그를 구해준 것은 또 다른 성주였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요. 그런것을 일일이 따질 수 있는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어떻게든 그들이 의뢰를 받을 수 있도록 그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최대한 수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야하는 것 아닙니까"

급한 상황인 만큼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일단 해결부터 먼저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 갔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나, 이미 그들은 보고를 받으면서 그가 골렘의 분신으로 보이는 미니 골렘을 상대로 간신히 동료들과 함께 이겼다는 소식을 들은 만큼, 위기감은 더욱 곧추서고 있었다.

지진부진한 회의의 끝은 결국 용병대를 여럿 고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제법 이름있는 용병대라면, 그들의 단장이나 간부진들은 어지간한 장군들에 필적하는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무력은 이번에 파견된 기사보다도 윗줄에 있는 실력자들이니, 충분한 수가 모인다면 족히 골렘을 사냥하는게 가능할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결정되자 왕성의 수도에 있던 용병길드에 정식으로 의뢰가 들어갔고, 그 중 일부 골렘에 흥미를 지니고 있던 이들이 의뢰를 수주하고는 함꼐 길을 떠나갔다.

///

수도의 성문 밖으로 일단의 무리가 밖으로 벗어났다. 족히 일천에 가까운 인원들로 하나하나가 상당한 위압감을 풍기고 있는 것이 모든 인원들이 상당한 강자들로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일체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걸음으로 위풍당당하게 걸어나갔다. 오크에 리저드맨, 그리고 비교적 소수의 인간들에 드워프들이 일부 섞인 무리는 매우 신기하게까지 보이는 무리였다. 그리고 보통이라면 섞이는 일이 드문 조합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가능해진 것은 전적으로 그들이 용병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같은 의뢰를 맡은 이들이었다. 보통 같은 의뢰를 맡은 경우는 각자가 모두 경쟁자이기 때문에 협력하는 일이 드물지만 이번은 이야기가 달랐다.

우선 첫번째로, 의뢰금으로 다툴일이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 때문인지, 아니면 반드시 놈을 없애겠다는 의지인지 하나의 토벌 대상에 한정해서 여태까지중 가장 높은 금액이 걸렸다. 그것도 국가에서 하는 의뢰기 때문인지 그런 의뢰금이 토벌에 기여만한다면 모든 용병대에게 지급하겠다 되어있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무엇보다 이번에 상대해야 하는 적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었다. 열화판 분신체만으로 최상급직의 기사가 상급직으로 이루어진 파티와 함께 간신히 이겼다는 정보를 얻은 것이다. 당연히 그런 적을 상대하는데 협력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만에하나 의뢰금이 다른 의뢰들과 비슷하게 공적에 따라 지급된다고 해도,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하물며 그렇지도 않음에야, 서로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두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당연히 그들로서는 도움이 되는 이들로 구성하고 싶어했고, 어중이 떠중이는 그 과정에서 저절로 걸러졌다. 그렇게 모인 이들이 모두가 골렘에 대해서 보고해온 기사보다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파티와는 필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모인 그들이 의뢰가 걸린지 일주일째, 준비를 마치고 출발한 것이다.

그 사이 골렘에 의해서 사라진 마을이 열곳을 넘었으며, 수천의 인명이 사라져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도 없었던 것이다.

과연 골렘에 대한 정보대로, 놈은 접근하는 이들을 딱히 막지 않았다. 그가 상대방에게 신경쓸때는 언제나 두가지, 죽일 때와 도망치는 이들이 나타날 때였다.

다행히 용병들이 골렘을 찾았을 때. 놈은 다음 목표를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 모습이 알아온것과 달리 제법 강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정도의 오차로 생각했다.

용병들은 오면서 짰던 작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접 전투원이 놈에게 바짝 달라붙으면서, 마법사들은 골렘의 움직임을 붙들었다. 원거리 공격수들은, 골렘이 구속을 이겨내고 하는 공격들을 처내면서 근접 전투원들이 눈치 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마법사들의 공격력이 가장 강력하겠지만, 그들이 주력으로 삼은 공격은 결국 전사들과 도적들, 그리고 기사들의 공격이었다. 도끼로 후려치고, 창과 검으로 찌르고 베어내며, 몽둥이로 그 몸체를 무너트렸다.

공격은 미약하지만 효과가 있었다. 골렘의 몸에 붙어있는 돌덩이들이 부서지고, 부서지다 가루가 된 흙먼지가 흩날렸다. 그 몸을 휘감고 있는 덩굴도 공격에 의해서 잘려나갔다.

하지만 전체로 보았을 때 그들의 공격은 그리 강력한 효과를 주었다 말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공격을 반복하고 반복했지만, 큰 피해는 입히지 못했다. 압도적인 수로 밀어붙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껏 돌가루나 풀풀 날리는 정도의 성과만을 건진 것이다.

그리고 지치지 않고, 피해도 입지 않는 골렘의 모습에 연합한 용병들이 슬슬 지쳐갈 무렵. 보고서에 쓰여있던 문제의 분신들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도주하는 이들이 나오고 나서야 나타나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지만, 모여있던 이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골렘의 본체는 강력하지만, 다수의 힘으로 한자리에 묶여 있었다. 한손이 열손을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였다. 그리고 그것이 아직까지 그들 중에서 희생자가 몇 나오지 않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파하는 원군의 존재는 한손이 아니게 되는 것이니 미니 골렘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 그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었다.

당연히 미니 골렘들 때문에 그들의 신경은 분산되었고, 골렘을 향한 구속이 느슨해지면서 제멋대로 날뛰려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골렘을 상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일단 골렘의 본체에서 떨어지기를 결정한 용병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약자들 부터 순차적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