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정비와 혼란
인간들을 부족의 안으로 끌어들이는 루프스와는 다르게, 쿠알론은 반대로 일부를 제외한 모두를 배제했다.
"끄악!"
"사...살려...주...꺽"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고블린들이 학살을 자행하고 있었다. 평소 그들이 습격하던 마을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이곳에서는 고블린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힘껏 도망치는 이들을 사냥하는 고블린들이 있는가 하면, 집안에 숨어있는 가족들을 한번에 죽이면서 즐거워하는 고블린들도 있었다. 그리고 몇몇은 일부러 반항적인 이들을 찾아 골라 죽이는 고블린들도 있었다.
마을의 주민들도 조직적으로 대항하려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 그들의 침입을 알았을 때, 극렬하게 저항했었다. 하지만, 그들로는 고블린들을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자신들에게 반항한 약자들을 굳이 살려줄정도의 자비심은 조금도 가지지 않은 이들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어갔고, 하나의 마을이 완전히 폐허로 변하기까지는 채 반나절도 필요치 않았다.
이런 상황은 쿠알론이 가로챈 성의 영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고블린들에 의해서 하루에 폐허로 변하는 마을은 계속해서 생겨났고, 그에 맞추듯이 고블린들의 성장은 가면 갈수록 가속하는 듯 보였다.
지금 막 전투가 끝난 이곳에서도 새롭게 성장을 마친 고블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끼기긱 빠그드득
빠드득- 그드드득
온몸의 뼈가 갈리고 부러지고 무너지면서, 새롭게 자리를 잡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번에 변화를 가지게된 고블린은 둘이었는지, 두개의 소리가 불협화음을 이루면서 울려퍼졌다.
이런 상황은 고블린들이 마을을 서너개 습격한 이후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기에 쿠알론은 직접적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침범하려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밑에 있는 고블린들을 강하게 막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당연히 고블린들 중 일부는 강하게 공격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치고빠지기를 계속 반복하면서 인접한 성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었다.
여기저기 간헐적으로 약하게 툭툭 치듯이 들어오니, 그들로서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보다 더욱 급한 일들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만큼, 소수의 병력을 보내 버티기만 할 뿐, 다른 조치는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고블린들은 인접 영역들을 야금야금 치고들어가는 상황이었다.
쿠알론도 딱히 그들을 막을 생각은 없었기에 일단 두고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새롭게 얻어도 좋고, 아니더라도 지금은 내부 정비를 하고 있으니 별로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쿠알론은 그의 밑에 있는 고블린들이 어떻게 움직이든지 관심 없이 그가 하는 일만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트레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특히나 바쁘게 움직였다. 쿠알론은 성 내부와 고블린들의 동태를 전체적으로 관리한다면, 외부의 정보와 그동안 벌인 일들의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드란이 주변에 있었다면 그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그도 바쁜지 최근 그의 눈에 전혀 뜨이지 않는 상황이기에, 혼자서 모든 일을 담당하다보니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특히나 성이라는 거점을 얻어내면서, 더 이상 위장 마을의 존재가 필요없어져 그곳을 철거하느라 특히나 바빴다.
적들을 혼란시키기 위해서 만든 위장 마을은 몇번 습격을 받기는 했었지만, 매번 혼란을 주면서 결국 성을 차지하는 고블린들을 공격하지도 못할정도로 혼란을 주는 역할을 한 나름의 일등공신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일종의 애물단지와 같은 상황이었다.
지금 트레이는 수하를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마을의 흔적을 무너트리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장 마을 하나를 찾아가면 그는 일단 그곳에 지하부족과 연결되어있는 통로로 마을에 머물던 고블린들을 보내고, 모두가 통로를 통과했다면 마지막으로 그가 그곳을 통해서 위장 마을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그것은 이미 처음 만들어질때부터 고려된 기능이기에, 그에게는 조금의 망설입도 없었다.
그렇게 거짓으로 만들어진 마을들은 하나씩 하나씩 자취를 감추어 갔고, 이내 그 흔적도 남기지 않고 누구의 영역에도 남지 않고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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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을 빠져나와 골렘을 향해 다가가는 이들은 다섯으로 이루어진 파티였다. 왕국의 유력한 강자로 떠오르는 이들로 단단한 몸을 지닌 하나의 기사와 신을 모시는 사제가 하나, 그리고 마법사가 둘에 궁수가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다.
당연히 대부분이 원거리 공격수로 이루어진 이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기사였고, 이 중 가장 강한것도 그였다.
그 강력함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 골렘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골렘이 하는 공격에 버티는 이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인물 중, 그나마 동원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 그였다. 그리고 그 때문에 왕국에서 회의가 열린것이기도 했다.
현재의 그는 단독으로 오우거도 상대가 가능한 최상급의 직종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영웅에 도달 할 수 있으며, 거기에 운이 더해진다면 대륙 전체에서도 드문 전설 등급의 직종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재인만큼 만에 하나 골렘에게 패배해 목숨을 잃기라도 한다면 국가적인 손실이었다. 그러니 서로 왈가왈부 하면서 그의 출전을 회의했었던 것이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지만, 회의에서 결국 그가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억지와 같은 의견이 이기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그의 출전은 결정되었고, 지금 그는 네명의 동료와 함께 출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그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골렘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쿠우웅
또다시 하나의 마을을 습격하면서 진동을 울리고 있는 골렘은 그 자체만으로 거대한 위압감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런 골렘의 모습에 기사는 물론이고 그와 함께 온 동료도 온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최상급의 직종을 지닌 그가 이 중 가장 강한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넷이 하찮은 것은 아니었다. 비교적 드문 상급의 직종을 젊은 나이에 얻어낸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힘이 오히려 역으로 안좋았던 것일까, 골렘의 위험함을 그 누구보다도 더 깊게 통감 할 수 있었고 지금 곧바로 덤벼드는 것이 무모한 일이라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드득-
눈 앞에서 학살이 자행하는 모습을 보았으면서도 후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분했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후퇴를 결정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후퇴하는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지 될 수 밖에 없었다.
붉은 안광을 빛내면서 좀전에 보았던 골렘의 미니어쳐와 같은 모습의 조그마한 골렘이 그들의 뒤를 쫓아왔던 것이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지치지도 않고 일정한 속도로 쫓아오는 그 모습에, 미니 골렘을 따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도망치던 몸을 돌려서 놈과 직접 대치했다. 어차피 도주하면서 따돌릴 수 없다면 결국 지치기만 할테고 그렇다면 자신들의 패배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골렘과 그의 전투는 격렬했다. 기사가 가장 앞에서 몸으로 막아서고, 그의 뒤편에서 마법사가 그를 보조해주었다. 성직자가 그의 원기와 힘을 북돋아줬고 궁수가 연신 활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미니 골렘을 향해서 연신 쏘아댔다.
미니 골렘은 그런 공격과 방해에도 아랑곳 않고 오로지 기사를 향해서 달려들 뿐이었다. 그가 다른이들보다 위협적이기도 했지만, 그가 지닌 기술 때문에 강제로 그를 향해서 집중했기 때문이다.
기사는 연신 미니 골렘의 공격을 막고, 흘리기를 반복했지만 이미 동료들의 공격으로 점점 골렘이 사용 할 수 있는 힘은 점점 줄어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접전이 이어지던 와중 결국 그가 지닌 최대의 일격을 시전했고, 기사의 일격으로 이미 몸 여기저기가 파이고, 묶이고, 무너진 미니 골렘은 결국 완전히 가루로 무너져내려 침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