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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50화 (250/374)

2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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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윅 성주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른 두 성주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는 두 성주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르윅 성주와 그 앞의 두 수정구에 비치는 두 성주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 입을 뗀것은 바스티온의 성주였다.

"거 참. 나도 고블린 놈들에게 피해를 입고 있지만... 그쪽 문제도 만만치가 않군. 그래도 우리쪽은 마주쳤다 하면 패하는 일은 없거늘. 쯧쯧쯧"

그가 핀잔을 주는 말을 했지만, 다른 두 성주는 그의 말에 대꾸 할 수 없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이미 실패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한가지 소식을 그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이게 정말 중요한 이야기다만... 제라임 성이 완전히 고블린 놈들의 수중으로 떨어졌네. 그곳의 성주 아들내미도 제법 용을 쓴 듯 보인다만 결국 그리되고 말았더군"

그가 전해준 소식은 또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제라임 성에서 고블린들이 나타나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정말 고블린들에게 패배했을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제라임 성을 빼앗겼다는건, 자네도 이제 바빠졌단 이야기겠군"

"음... 어떻게 손이 남는 병력들을 그쪽으로 보냈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게 남는 병력은 없다고 보는게 좋을거네. 놈들이 성을 얻는 바람에 나도 그리고 주변 성주들도 상당히 곤란해졌거든. 덕분에 나는 그쪽에서 완전히 발을 빼야만겠어"

실제로 그는 더 이상 두 성주와의 합작으로 고블린들을 상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옆에 다른 고블린들이 진을 차렸으니, 그로서는 그곳에 더 주의를 기울일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른 두 성주는 안타깝지만 그를 잡을 수는 없었다. 결국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그의 수정구에 불이 꺼졌고, 자리에는 르윅 성주와 노르드 성주 둘뿐이 남지 않았다.

"후우..."

상황이 생각보다 어렵게되자, 르윅 성주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르윅 성주는 현재 바로 코 앞으로 고블린들이 다가오고 있으니,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혹시나 노르드 성주가 도움을 주러 올 수 있지 않나, 흘끔 흘끔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별로 그럴 마음이 없는 듯한 눈치였다.

'결국 놈들을 혼자서 막는 수 밖에 없나?'

당장 그가 도와 줄 수는 없겠지만, 그가 도와준다면 잠시간 버티면 승리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결국 둘도 잠시간 대화를 나누고 서로 헤어질수 밖에 없었다.

///

르윅 성에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끙끙 거리는 사이.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은 한창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기 무너지려는거 안보이냐! 지지대를 세워!"

"더! 더 힘차게 파! 그래가지고 어느세월에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거 같냐!"

보통 사람이라면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장소. 이곳에서 고블린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일부는 곡괭이와 삽으로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으며, 또 일부는 혹여나 무너질까 앞으로 나아가면서 지지대를 세워 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방지하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지금 있는 장소는 다름아닌 지하였다. 그는 먼저 고블린들을 시켜 후퇴한 이들이 돌아간 장소를 살펴보았고, 곧 그들이 들어서는 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루프스는 보고를 듣고 그들이 찾지 못하는 장소에서 부터 땅굴을 파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흙을 파고 바위를 파내면서 그는 성을 향해 점점 다가갔다. 정확히 성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땅을 파는 것에 있어서 상당한 경험을 쌓은바가 있는 만큼, 충분히 그들이 파내는 거리를 측정 할 수 있었고 예상 위치쯤이야 손쉽게 알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몇일의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성의 바로 아래쯤으로 예상되는 위치에 도착하게 되었다.

루프스는 위치에 도착했다고, 곧바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이미 적들도 본인과 고블린들의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들이 처들어오리라는 것 쯤은 이미 예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직접 나서진 않더라도 경계는 하고 있을게 뻔했다.

적들이 자신들이 처들어 올 것을 알고 있는데, 굳이 정면으로 처들어가줄 이유는 없었다. 그는 바로 위쪽에 적들의 성이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고블린들과 함께 잠시동안 제자리에서 머물렀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갔을까, 한 고블린이 그에게 다가왔다.

"기익, 족장 밤이 되었습니다. 기기긱"

고블린이 전해준 말은 그 때 까지 잠자코 기다리기만 하던 루프스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모두 준비해라"

나직히 전해진 말이었지만 밀폐된 공간이었기 때문일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금방 그와 함께 머무는 고블린들의 귀에 전달되었다.

기익- 기기긱- 캬앗! 기갸앗-

그의 말을 들은 고블린들은 곧장 움직였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어 좀이 쑤시다는 듯이 하나같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있었다.

"조용히"

고블린들을 진정시킨 루프스는 그대로 눈 앞의 흙덩이를 조심스레 치우기 시작했다. 이미 밖으로 나갈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흙을 걷어내기만 하면 바로 밖의 전경이 눈에 들어 올 것이다.

푸스스

그리고 눈 앞의 흙더미가, 단번에 무너지면서 어두운 하늘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터벅-터벅-

하나 둘씩 고블린들이 조심스레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을 경계하면서 나왔지만, 이미 한밤중이기 때문인지 별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루프스는 가장 선두에서 바깥으로 기어 나왔고, 그는 곧장 나오는 고블린들 마다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손짓으로 그들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고블린들은 그의 수신호에 따라서 움직였다.

그들이 나온 곳은 다름아닌 르윅 성의 한복판이었다.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없었는지, 하필 일반 주민들이 사는 한복판 이었다. 고블린들의 모습이 발각되기 쉬운 장소였지만, 루프스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고블린들을 조용히 움직이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루프스는 그들을 눈치채기 힘들도록 만들기 위해서 고블린들을 분산시켰다. 다행히 이곳은 주택가. 몸을 숨길 건물은 많았으며, 하나 하나 잠식해간다면 충분히 이곳에 있는 인간들로부터 충분히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콰직

조심스레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 자리에는 다섯의 고블린들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한 집으로 침입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가고 닫힌 문은, 온전히 닫히지 못하고 삐걱삐걱 거렸다. 그리고 그 손잡이는 부서져있어 그들이 어떻게 침입했는지 손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고블린들이 쏟아지는 골목. 그곳으로 한 인물이 들어서고 있었다.

"~~~!"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면서 나타난 그는, 비틀거리는 움직임으로 골목을 돌아 나타났다. 하지만 그가 나타나는 것 보다 빠르게 고블린들의 무기가 움직였다.

푹-

"어...!"

갑작스레 복부를 꿰뚫는 창 때문에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고블린들이 움직였다. 순간 그를 중심으로 두 고블린이 나타나 하나는 목을 꿰뚫고, 다른 하나는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목을 막았다.

그렇게 술주정뱅이로 보이는 한 인간이 순식간에 절명했고, 고블린들의 움직임은 들키지 않았다. 그리고 고블린들이 있는 주변의 건물 안과 돌아다니는 인간들을 어느정도 정리하는듯 하자, 지하의 고블린들도 대부분 지상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 무렵, 건물 안의 인간들도 정리를 끝낸 고블린들도 주택에서 물건들을 한아름씩 들고 나타났다. 고블린들을 위장하기 위한 옷가지였다.

대부분 머리까지 뒤집어쓰는 종류의 물건으로, 아마 비가 내릴때 인간들이 사용하는 물건으로 보였다.

'우비인가'

그렇지만 이것이라면 정체를 잠깐이라도 숨길 수 있겠다 싶은 루프스는 고블린들에게 우비를 뒤집어쓰게 지시했다. 고블린들은 그의 지시를 따르고, 대부분이 그 몸을 천으로 가렸다.

그리고 한무리씩 나누어진 고블린들은 흩어져서, 성의 중심. 높게 솟아오른 건축물을 향해서 사방에서부터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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