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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49화 (249/374)

2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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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고블린들이었다.

"캬아악!"

"키아아아앗!"

괴성을 지르면서 병사들을 향해 달려든 그들은 무차별적으로 공격해갔다. 진형이라는 개념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듯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끄악!"

"커허-"

고블린들을 발견한 순간부터 그들을 경계했지만, 병사들은 고블린들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찍히고, 베이고, 꿰뚫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를 입어갔다. 전투를 상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목숨을 도외시 하듯이 달려드는 고블린들의 태도가 병사들을 겁먹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의 이런 모습은 루프스로서도 의외였다. 애초에 이렇게 될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그림은 나왔다. 고블린들이 적들을 맹렬하게 몰아붙이는 지금 이 상황 자체가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이런 상황을 원한 이유가 나타났다.

~! --!

고블린들과 접전을 벌이느라 어수선한 상황에서 먼곳에서부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루프스는 그것이 자신이 원하던 상황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루프스로서는 이 호재를 놓칠 생각이 없었고, 더욱 고블린들이 몰아치듯이 공격할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그들을 상대하는 병사들은 이중으로 날벼락을 맞은 느낌으로 허둥지둥 할 수 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전투력에서도 처지는 상황에서 전후로 자신들을 포위하듯이 들이치는 고블린들의 모습에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한 것이다.

특히나 르윅 성주가 이끌고 온 이들 중, 기사들은 제법 되지만 마법사들은 성주의 호위와 연락책으로 있는 소수 뿐이라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마법사의 마법이 있다면, 몇번의 공세로 기세를 되찾을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지만 뼈아프게 느껴졌다.

그렇게 병사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포위망은 완성되었고, 그들의 포위망은 점점 병사들을 조여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주와 그를 호위하는 병력 몇십 정도만이 남게 되었다. 고블린들도 피해를 입었지만, 처음부터 크게 피해를 주고 시작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고블린들이 건재해 승패가 확실해졌다.

그렇게 성주와 병사들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끝을 맞이하는 듯 했다. 생각보다도 빨리 원군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돌격! 돌격해라!"

"저 흉측한 고블린 놈들을 모조리 뭉개버려라!"

두두두두두두

확실한 승기를 잡고, 이제 눈 앞의 병사들의 전멸이 확실시 되는 순간. 단 한명을 제외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간 병사들의 원군이 도착 한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돌진하는 그들은 순식간에 성주가 있는 장소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면서 주변의 고블린들을 경계했다.

조금의 시간만 있었다면, 이들을 이끄는 이 까지 확실히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블린들은 그 목적을 달성 할 수 없었다. 눈 앞의 외곽의 고블린들을 밀고 들어와 창을 겨누고 있는 기병들도 문제였지만, 그들이 달려오던 후방에서 뛰어오는 병사들의 모습도 발견했기 때문이다.

"칫, 물러난다"

루프스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나기를 결정했다. 지금 상황에서 저들을 마주하는 것은 성가신 일이기 때문이다. 그로서도 정말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이미 갑자기 뒤를 들이친 기병에게 입은 피해가 앞서 병사들을 상대하면서 입은 피해보다 큰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 달려오는 저들이 끼어드는 순간, 병력의 일부가 사이에 끼면서 피해를 볼 것이 자명했다. 괜스레 더 피해를 키우지 않고자 루프스는 후퇴를 지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지시를 내리자 고블린들도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했고, 그런 고블린들을 보면서 인간 병사들도 견제만을 할 뿐 굳이 쫓지 않았다.

///

"칫"

루프스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적의 수장으로 보이는 이를 놓쳤다는 점에서 혀를 찼다. 잘만 했으면 머리가 사라진 인간들의 일부만을 상대 했을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아까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것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안타깝긴 했지만, 이제는 그 다음을 생각해야만 했다.

어차피 이제서 쫓아가 봐야 이미 성문의 안으로 들어가는 적들의 뒷모습만 볼 것은 뻔했다. 그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제 어떻게 적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어차피 적들은 이미 성의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적들을 정면에서 상대하기에는 지금 그가 이끌고 있는 병력으로는 무리다. 그리고 그런것은 직접 부딪힌 인간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정면에서부터 싸움을 걸어선 안돼. 피해도 피해지만, 이미 적들이 대비를 했을 것은 분명한 일. 저들의 예상대로 움직여 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는 무언가 방법은 없을까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렇게 몇일 밤을 고민한 그는,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

"크으..."

르윅 성의 성주는 간신히 자신의 집무실에 있는 의자에 몸을 푹 묻고 나서야 휴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취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당연히 성공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원정이, 허무하게 패배로 끝나면서 그를 괴롭혔다. 게다가 고작 고블린들에 의해서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는 것도 그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그가 이를 갈면서 고블린들을 향해서 분노를 드러내고 있을 때,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이가 있었다.

똑똑

"후우... 잠시 혼자있고 싶다고 했거늘... 누구냐!"

"아버지, 접니다"

성주는 짜증을 내면서 호통을 쳤고, 그에 대한 대답이 집무실 문 저편에서 들려왔다. 집무실의 문을 두드린 것은 다름아닌 그의 아들이었다.

"끄응"

나중에 다시 오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는 문을 열어주었다. 어찌되었든 자신의 목숨을 살려 준 것은 지금 문을 두드린 그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무슨일이냐?"

"혹여나 다치신건 아닌지 걱정되서 찾아왔습니다"

성주의 아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걱정이 많아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성주는 무작정 짜증을 낼 수는 없었다.

"괜찮다. 다치기 전에 네가 와준 덕분이다"

성주는 짜증을 내지 않고 자신의 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가 빠르게 달려와 준 덕분에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님께서 미리 소식을 전해주신 덕분이지요"

성주는 전날, 성으로 연락 담당 마법사를 통해서 연락을 취한 일이 있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숲에 남겨놓은 이들의 소식이 끊겼으니, 성에 돌아가는 즉시 전투가 벌어질수 있음을 경고했었다. 고블린들이 숲의 밖으로 나왔음은 추측했지만, 곧장 자신들을 쫓아오고 있다고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일단 성으로 돌아간 뒤, 보다 전력을 보충 한 뒤 다시 공격을 하던지 공격해오는 그들을 성을 끼고 방어를 할건지 결정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고블린들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나타났고, 성주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으려던 찰나 혹시나 싶었던 그의 아들이 보낸 지원군이 그를 구해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슨일이지?"

그렇게 이야기가 일단락되자, 성주는 쉬고싶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전달되었을 것임에도 아들이 굳이 지금 집무실로 온 이유를 물었다.

"아차, 다른 두 성주님들께서 연락을 해오셨습니다. 이번 원정의 결과와 그 밖에 전달할 사항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가 전해준 소식은, 확실히 그가 쉬고 싶다고 듣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알았다. 가보도록 하지"

간신히 휴식을 취하던 그가 몸을 일으켜서 성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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