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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48화 (248/374)

248화

영역 확장

루프스는 고블린들을 이끌고 빠르게 앞으로 나섰다. 앞서 출발한 인간들의 군대를 쫓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남긴 감시병들은 이미 처리했으니, 루프스들이 숲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그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즉 적들은 공격 받을거란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숲의 앞에 진을 치고 있을 때는, 당연히 적들도 고블린들이 공격해올것을 대비했기에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적이 방심했을게 뻔한 지금도 그럴 생각은 그에게 조금도 없었다.

병사들이 회군해서 다시 성의 안으로 들어간다면, 싸움은 더욱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적들의 전력도 까다로워 질 것이다. 사실 요새를 생각보다 쉽게 얻어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저들을 얕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들을 얕보기에는, 저들의 기본적인 전력 자체가 루프스의 고블린들 보다 우월하다. 개체 하나 하나의 능력치로는 제법 큰 차이가 보이겠지만, 인간들의 수가 고블린들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이 뛰어나서 한손으로 열손을 막는다고 해도, 백이라는 숫자라면 절대 못 막는다. 그리고 루프스들과 인간들의 차이가 그러했다.

루프스는 외적으로 부터 지켜주는 성벽의 안정성과 위험성에 대해서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병사들이 본거지로 돌아가 성벽을 끼고 수성을 한다면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요새를 점령할때는 지휘도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확히는 훈련을 받은지 얼마 안되었는지 그들의 대응에 틈이 있었던 것이고, 그렇기에 요새를 점령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그가 쫓는 병사들도 그러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만에 연달아서 요새까지 온 것을 보면, 분명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왔음은 분명했다. 그렇다는건 언제든지 싸울 가능성이 높은 적이라는 의미였다.

루프스로서는 그런 적들을 그냥 방치해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그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어느새 적들의 모습이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루프스는 속도를 줄였다. 그에 맞춰서 고블린들도 마찬가지로 속도를 줄이고 숨죽여 눈 앞에 보이는 병사들의 뒤를 쫓아 갔다.

"흠..."

무작정 덮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일단 조용히 그들의 뒤를 쫓았다. 병사들은 설마 적인 고블린들이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쫓아온다고는 생각도 못하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지나갔을까, 해가 슬슬 저물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서 병사들도 가던길을 멈추더니, 임시로 진지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마 식사와 함께, 잠자리를 해결할듯 보였다.

그들이 자리 잡은 곳은 숲처럼 울창하게 가려주는 가림막은 없었지만, 대신 바위가 많이 있었다. 그 때문에 땅으로 파고 들어가는 방식은 사용하지 못했지만, 바위를 이용 할 수는 있었다.

루프스는 조용히 고블린들을 앞으로 내보냈다. 적들의 대화를 듣고, 정보를 수집해오라는 지시였다. 그리고 그의 지시에 고블린들은 군말 없이 따랐다.

바위에 몸을 숨겨 조심스레 접근하고, 식사 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식사와 취침을 하면서 병사들이 나누는 대화를 조심스레 훔쳐들었다. 한때 가장 약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인가, 그들에게 암행은 익숙했다. 병사들 대부분이 잠에들고 소수의 불침번만이 남아 감시하는 그 때까지 들키지 않을 정도로.

간신히 적들의 모습이 보이는 곳에서 루프스는 조용히 대기했다. 정보 수집을 보냈던 부하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기다림은 해가 완전히 저물고 달도 정점에서 기울어지기 시작 할 무렵 끝을 보였다.

열에 달하는 고블린이 그에게 돌아 온 것이다.

그는 고블린들에게 병사들이 나눈 대화에 대해서 들었다. 대부분이 시시콜콜한, 이야기였지만 긴장이 풀렸기 때문인지 중요한 정보도 제법 얻어 왔다.

보고를 들은 루프스는 정찰을 다녀온 이들에게 쉬라 말해두고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내일 하루만 더 행군을 이어가면 성에 도착한다라... 그럼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군. 적들이 성에 너무 근접했을 때 공격하면 원군이 올 수도 있으니 늦어도 점심 무렵에는 저들을 공격해야만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사실 넉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저들과의 거리는 완전히 좁혀져있고, 거리는 아직까지 반나절은 더 행군을 이어가야 할 정도로 남아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고블린들의 피해를 더 줄일수 있나 라는 점이다. 지금도 계속해서 부족에서는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여전히 부족에 남아있는 이들이 힘써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와 함께 있는 고블린들도, 휴식을 취할때는 부족으로 돌아가거나 요새까지 따라온 암컷 고블린들과 잠자리를 가져 아이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고블린들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라고 단번에 자라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하급을 넘어 중급, 상급에 도달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대한 전력은 보존해야 하는데...'

그렇지만 결국 루프스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적이었고, 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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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 루프스는 굳이 밤동안, 새벽동안 병사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적들이 가장 방심하는 시간대인것도 사실이고, 자다 일어나 비몽사몽 하는 적들만큼 쉬운 적도 없겠지만 고블린들도 지쳐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신체능력으로 인간들을 뛰어넘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쫓기 시작할때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반나절 정도만에 그들을 쫓은것이 기적이었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당연히 고블린들도 그들을 쫓는 동안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루프스의 곁이라서 별로 티를 내지 않으려 했을 뿐이지, 인간들이 식사와 취침을 위해서 멈춰섰을 때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쉰 고블린들도 제법 되었을 것이다. 루프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밤동안 그들을 쉬게 했을 뿐, 습격을 강행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루프스가 아무것도 안한 것은 아니었다. 아침이 되자, 그는 빠르게 그가 이끌던 고블린들의 수를 둘로 나누었다. 그리고 그가 한쪽을 맡기로 하고, 또 다른 하나는 그가 이끌고 온 이들 중 그나마 최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상급 고블린 하나를 지휘관으로 삼아 따로 움직이게 했다.

'이것 참. 이럴 줄 알았으면 녀석들 중 하나는 데리고 오는거였는데'

일시적으로 괜히 프리트나 파인피 중 하나를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루프스였다.

잠깐 투덜거린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잠시 지시를 내리는 사이, 어느새 인간 병사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행군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시 병력들을 셋으로 나누었다. 하나는 그가 이끌고 병사들의 후방을 칠 것이며, 다른 둘은 그가 공격하는 후방 병력의 양쪽 옆구리를 치도록 지시를 내렸다.

공격은 행군이 시작되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재정비 하면서 정신을 다잡았던 그들이 다시 흐트러지는 시점을 노려서 시작되었다.

휘휘휘휙

일단의 고블린들이 양쪽에서 찌부러트리겠다는 듯이 공격해왔고, 이어서 뒤를 치는 고블린들에 의해서 후방에서 대기중이던 병력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후방의 병사들은 그 소식을 빠르게 성주에게 보냈고, 그가 정보를 받았을 무렵에는 루프스가 바로 그의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렇게 성주와 대부분의 병력들의 시선이 루프스와 그가 이끄는 고블린들에게 집중되었고, 두 집단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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