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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46화 (246/374)

246화

영역 확장

성주는 숲으로 다시 병사들을 들여 보냈다. 아무래도 데리고 온 병사들 전원을 단번에 숲의 안으로 밀어넣지는 못한다. 그리고 안면 보호대를 만드는 것도 하루가 좀 넘는 시간 동안 약 삼천개 정도밖에 만들지 못했기에, 숲으로 들어서는 인원도 그에 맞추어서 들여보냈다.

합을 맞추어 걷던 병사들은 숲의 초입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 때문에 단번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미 저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병사들은 사방, 특히나 나무의 위쪽에 고블린들이 있는 것은 아닌가 확인하면서 걸어갔다. 그리고 그 덕분일까, 아직 공격이 시작되지 않았을 때 숨어있던 고블린을 먼저 발견했다.

"고블린이다!"

한 병사의 외침이 울리고,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병사들 중 일부가 집중했다.

"기잇?!"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고블린은 갑자기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자 화들짝 놀랐지만, 빠르게 위치에서 벗어났다. 위치가 노출된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고블린이 발각된것이 계기가 된것인가, 병사들이 속속들이 고블린들이 숨어있는 곳을 발견해갔다. 고블린들의 도주도 마치 일부러 동료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듯이 도주 경로와 겹쳐서 숨어있는 고블린들이 발각되기도 했다.

병사들은 도주하는 고블린들을 쫓아 여기저기 흩어져갔다. 그러던 중 한 병사는 이질감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모든 병사들이 숨죽이고 긴장한 채로 안면 보호대까지 쓰고 숲에 들어온 이유. 쏟아지듯이 내리던 날카로운 나뭇잎의 공격이 잠잠했던 것이다. 하지만 병사에게 그것을 지적할 권한은 없었다. 그는 그저 동료들이 하는 것을 따르고, 그의 직속 지휘관의 판단하에 움직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흐아아아악!"

느닷없이 비명소리가 들러왔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가 된 듯,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가 않고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아악!"

"끄아아악!"

그렇게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그들이 그렇게 경계하던, 나뭇잎이 비가 오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휘휘휘휘휘

그렇지만 이미 대비가 되어 있는 만큼, 나뭇잎으로 하는 공격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병사들의 발을 일시적으로 잡아두는 정도의 효과는 발휘 할 수 있었다.

비록 안면보호대로 나뭇잎이 직접 눈을 공격하는 것은 막는데 성공했지만, 쏟아지는 나뭇잎으로 시야가 가려지는 것 만큼은 막지 못했다. 그리고 병사들은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만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해 발목이 잡힌 것이다.

그리고 고블린과 아직 병사들에게 발각되지 않은 엘프들이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스르륵

나뭇잎에 시야가 가려, 아무것도 못하는 사이. 병사들의 발 밑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사들이 그것을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크으... 읏?!"

나뭇잎으로 가려진 시야에 신중히 움직이던 병사는 갑자기 발밑이 허전해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몸이 지면으로 빨려들어가듯이 사라져 갔다. 그것은 나뭇잎이 쏟아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이었다.

병사들은 몰랐지만, 그들이 서있는 자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땅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서있던 자리는 다름아닌 나무의 뿌리로 엮어 일시적으로 견고히 만들어져 있었다.

병사들이 자리에 올라서고 일시적으로 발이 묶인 순간. 엮여있던 나무 뿌리가 움직여, 병사들이 함정에 빠지도록 유도 한 것이다.

사실 모든 지면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다만, 이 함정에 병사들의 상당수가 걸려든 것은 다름아닌 고블린들에게 그 이유가 있었다. 이미 저들이 처들어 올 것임을 알고 있던 그들은, 이미 대비했을 지난 전법을 그대로 사용 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새롭게 짠 방식은 일부러 움직이는 모습을 들켜서 그들을 유도 한 것이다.

처음에는 일부의 병사들만이 고블린들을 쫓고 나머지는 주변을 경계했지만, 발견되는 고블린들이 많아질 수록 그들은 고블린들을 쫓고자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이 고블린들의 노림수였다.

결국 병사들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함정지대가 있는 위치까지 고블린들을 쫓아왔고, 그 지점에 도착한 순간 엘프들이 나뭇잎을 날려 그들의 발목을 잡고는 함정에 빠트린 것이다.

고블린과 엘프들의 합작은 성공했고, 결국 숲으로 진격해 들어왔던 병사들은 다시 아무런 수확도 가지지 못하고 이전보다 큰 피해를 입은채로 다시 바깥으로 후퇴하게 되었다.

///

숲을 떠나는 병사들을 보면서, 고블린들과 엘프들은 유심히 그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만에 하나 병사들이 승리로 고블린과 엘프의 긴장이 풀려있는 사이를 노려서, 우회해 공격해온다면 당할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우려는 단순한 우려로 끝이났다. 물러난 병사들에게서 더 이상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두차례나 좋지 못한 꼴을 봤으니, 이제 한동안 처들어오지는 못하겠죠"

물러난 병사들을 본 엘라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생각도 그녀의 생각과 같았다.

"이정도면은, 이 숲은 이제 완전히 우리의 영역이 되었다고 생각해도 되겠죠. 그럼... 이제 루프스에게 전언을 보내죠"

"알겠습니다. 키기익"

그녀의 말에 한 고블린이 대답하고는 재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요새를 넘어서 이제는 하나의 숲을 방패막이로 소유하게 되었지만, 앞으로 나선 이상 루프스가 원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가능하다면, 인간들의 바로 목 앞까지 칼끝을 겨눌때까지 영역을 확장할 생각이다.

애초에 바깥으로 뛰쳐나온 것도, 저들이 공격하기 전에 먼저 피해를 입히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요새에 틀어박히면 그저 좋은 표적만을 제공하는 꼴이 된다. 그것은 그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이 숲을 완전히 차지했다고 판단한 만큼 이제 고블린들은 진격을 시작할 것이다. 좋은 방패막을 가지게 되었으니, 본진에서 웅크리기 보다는, 앞으로 나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제 전령이 숲을 떠났으니, 새로운 병력이 얼마 안있어 이곳에 도착 할 것이다. 그리고 엘라는 그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며, 지금 눈 앞에 있는 병사들이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그럼 여러분은 계속해서 저들의 움직임을 감시해 주세요. 두 차례나 큰 피해를 입은 만큼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인간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그녀는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 남아있는 고블린들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그 사이 우리는, 이 숲을 더욱 보강하도록 하지요. 계속해서 손을 봐주는 편이 이후에도 이용하기도 편할테니까요"

그녀는 자리에 남아있는 엘프들과 함께 숲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

오늘도 요새의 성벽 위에서 숲을 향해서 바라보고 있는 루프스는, 숲에서 뛰쳐나오는 한 고블린을 보았다.

"문을 열어라"

다가오는 고블린이 가까워지자, 그는 성문을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문을 열라 지시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문이 열리고, 그곳으로 숲에서 나온 고블린이 지나쳤다.

고블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루프스에게 다가왔고, 그는 루프스가 계속해서 기다리던 소식을 전해 주었다.

고블린이 전해준 소식을 들은 그는 더 이상 요새를 지키고만 있지 않았다. 요새를 지킬 방패가 완성된 이상, 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자 했다.

결심이 서자 그는 곧바로 움직였다. 떠난다 해도 남아서 요새를 지킬 최소한의 인원이 필요했다. 여전히 그가 요새를 점령하면서 포획한 인간들이 남아있었으니, 그들이 반항하지 못할 병력으로서도 필요했다. 그외 비전투인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력을 규합시켰다.

병력을 집결시킨 그는 요새의 성문을 열고 출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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