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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45화 (245/374)

245화

영역 확장

직접 본대를 지휘하고 나섰던 르윅 성주는, 숲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 파견했던 선발대가 황급히 뛰쳐나오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그 광경은 이미 예견되어 있던 광경이었다. 그렇기에 다급하게 뛰쳐나오는 병사들을 보면서 비록 속에서 불이 올라오더라도 냉정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피해를 볼 것임을 알면서도, 무작정 이천에 달하는 수의 선발대를 보낸것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미 앞서 수차례 정찰을 시도했었고, 아무런 수확도 없이 병력만을 잃은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찰을 시도한 정찰병의 수가 적다보니 각자가 각개격파를 당하면서 생겨난 일이었다. 르윅 성주는 그 때문에 대규모로 인원을 보내고, 그들로부터 보고를 받고자 생각 한 것이다. 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미리 저 선발대의 지휘관에게 언질을 준 일이 있었다. 만일의 일이 생길 경우 무리하지 말고 바로 후퇴하라고 말이다.

지휘관은 그의 언질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그것이 피해를 입기 시작하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만 파악하고 바로 후퇴하기 시작한 이유였다.

후퇴하는 선발대가 잘 보이는 자리에서 르윅 성주는 그들의 귀환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진지에 도착했다. 다가온 그들을 보면서 떠났을 때에 비해서 수가 줄었음이 눈에 보이는 듯 하자, 성주는 눈쌀을 찌푸렸다. 분명히 공격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물러났을 것임에도 제법 피해가 난 듯 보이자 절로 기분이 안좋아진 것이다.

황급히 도망쳐 온 것에 비해서 병사들의 몰골은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 입고 있는 방어구 곳곳에 기스가 나고 살짝 찢어져 있으며, 노출된 피부의 살갗도 미약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전투를 치루고 왔음을 생각하면 비교적 멀쩡한 편이었다. 그나마 몇몇 병사들이 화살에 맞아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성주는 병사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만들고 그는 그들의 지휘관과 함께 자신의 막사로 향했다. 아직 진지를 차리는 중이지만, 그의 막사는 최우선적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지?"

성주는 귀환한 지휘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수고했다거나, 고생했다는 말을 해줄 법도 하지만, 그로서는 숲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알아보는게 더욱 급했다.

지휘관은 고개를 바닥에 박고는 그에게 그가 겪은 일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예상대로 숲은 고블린 놈들에 의해서 이변이 발생한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지휘관도 성주가 이렇게 나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침착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피해를 주기는 무리였지만, 나무의 위에 올라서서 화살을 쏘아대는 고블린들을 목격했다는 병사들이 나타났으며 저 또한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면서 일시적인 패닉에 빠져 있었음에도 그는 병사들에게, 무언가 이상은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이 많은 수가 갔으니, 뭔가를 보아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의 생각대로였다.

병사들은 그에게 고블린으로 보이는 실루엣을 보았다거나, 나무 위에서 활을 겨누는 고블린을 보았다는 식의 말을 해왔다. 그리고 그 역시 후퇴하는 도중 고블린으로 보이는 실루엣을 보기도 했었다.

"놈들이 활을 쏜다고 바로 후퇴할리는 없을텐데... 정확히 후퇴하게 된 원인이 뭔가?"

그의 물음에 지휘관은 우물쭈물 대답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보고를 하지 않을수는 없었는지 한숨을 쉬더니 그가 본 일을 이야기했다.

"그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병력 전원이 숲에 들어섰을 무렵. 갑자기 나뭇잎이 쏘아졌기 때문입니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나뭇잎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고, 그 사이에 고블린 놈들의 화살과 함정에 피해를 입고 말았습니다. 그게 제가 후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성주에게 기묘하게 들렸다.

"아니 갑자기 나뭇잎이라니?"

황당하다는 듯 그가 이야기했지만, 지휘관도 뭐라 말하지 못하고 그저 곤란한 듯한 모습을 취할 뿐이었다.

"흠... 일단 물러가게"

"예"

지휘관은 그렇게 물러섰고, 성주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들었다.

///

병사들이 물러나고, 더 이상 그들이 다시 처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블린과 엘프들도 전투 태세를 풀었다. 고블린들은 나무 위에서 내려섰고, 엘프들은 나뭇속에서부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나무 밖으로 나온 엘프들은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휴식에 들어갔다.

병사들을 느닷없이 공격한 나뭇잎의 공격. 그것은 볼것도 없이 엘프들의 솜씨였다. 그리고 지금 엘프들이 살짝 지쳐보이는 모습의 원인이기도 하다.

엘프들이 사용한 나무를 조종하는 방법은 최근에 새롭게 개발된 방법이었다. 과거 고블린들의 손에 구해진 뒤로, 그들의 보호를 받고 있었던 엘프들이었다. 그렇지만 언데드들의 공격을 계기로, 고블린들의 보호만 믿고 있을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딱히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엘프들은 새로운 그들만의 방어법을 원했고, 그 개발에 들어갔던 것이다.

루프스도 그런 엘프들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론 터치도 하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게 된다면 그것 자체로도 좋다고 본 것이다. 어차피 전력이 크지 않고, 한번 한번의 전투가 큰 부담인 엘프들이 고블린들과의 동맹을 깰 일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조금이나마 엘프들이 고블린들의 터전에 조금씩 섞여 들어가는 것도 새롭게 개발한 방어법을 이용한 경험을 쌓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엘프들이 어느정도 휴식을 취하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공격을 비교적 손쉽게 막아낸 것이 사실이나, 그렇다고 숲에 아무런 손상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아무생각 없이 밟았던 풀과 나무, 그리고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했을 때, 후퇴 할 때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로 마구잡이로 휘둘렀던 무기로 손상을 입었던 것이다.

나무들이 입은 상처는 그저 생채기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비교적 볼품없기도 했지만, 군화에 짓밟힌 잡초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대부분이 질긴 생명력을 지닌, 잡초들이었지만 그것도 엘프들이 준비한 것인 만큼 치유를 해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바닥에 손을 댄 엘프들이 일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스륵 스륵

바닥에 눌려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던 잡초들이 일제히 탄력성을 가진 듯이 튕기듯이 올라선 것이다. 그리고 엘프들의 주문을 의식하듯 스륵 스륵 움직여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는 듯 했다. 그 과정에서 나무들도 검에, 창에, 도끼에 입은 상처를 회복해 온전한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그렇게 비교적 순식간에 작업은 끝이 났고, 엘프들도 외우던 주문을 멈추고 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하루가 다시 지나갔다.

///

하루가 지나고, 양쪽 모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다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다시 해가 떠오르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여전히 병사들은 숲의 바깥의 진지에서 머물고 있었으며, 숲에서는 그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 하면서 준비를 취하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 무렵. 병사들을 이끄는 수뇌부들도 무언가 생각해 둔 것이 있는지 다시 병사들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척척척척

일제히 발을 구르면서 다가오는 그들은 숲 안의 적들을 기죽게 하려는 의도인지 한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고블린들은 그들의 이질적인 모습에 침음성을 내뱉었다.

투구에 바로 이전까지 달려있지 않던 것이 생겨나 있었다.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나뭇잎으로부터 안면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단번에 알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모습이었다.

투구에 조잡한, 나무로 만들어진 창살이 달려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나뭇잎으로부터 어느정도 보호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새로운 대책을 가지고 병사들은 대열을 맞추고 합을 맞춰서 숲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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