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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44화 (244/374)

244화

영역 확장

다시 모인 세 성주의 회담은 금방 끝을 맺었다. 이미 한차례 예상 이상으로 강력한 고블린들의 병력 때문에 큰 곤욕을 치뤘지만, 그렇다고 저들이 움직이는 이 때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에는 바스티온 성주도 참여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최근들어 고블린들이 그의 성 주변에서 나타나지 않고, 오로지 제라임 성의 영역에서만 날뛰는 덕분이었다.

"덕분에 손이 비게 되었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정예병력들은 남겨둬야 겠지만, 일반 병사들이라면 얼마든지 지원해 줄 수 있네"

이번 회담에서 바스티온 성주가 르윅 성주에게 남긴 말이었다. 그는 아직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처들어오지 않는 것 만으로 감지덕지라는 느낌이었다.

노르드 성주도 자신의 불미스런 아들의 실패를 사과하면서 전적으로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고블린 놈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은 지금, 녀석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조력, 고맙게 받겠네"

이번 성주 연합군의 사령관은 다름아닌 그가 맡을 예정이다. 그의 성이 무엇보다 요새의 가까이에 있으며, 다른 두 성주에 비해서 보다 적임자였기 때문이다.

바스티온의 성주는 고블린들이 잠잠해졌다고 해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기에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노르드의 성주는 이미 한차례 양해를 구하고 아들을 사령관으로 앉힌 경력이 있었다. 그로서는 염치 때문에라도 르윅 성주에게 양보하는 수 밖에 없었다.

세 성주의 연합군은 빠르게 모여들었고, 진격을 시작했다.

엘프와 고블린들이 숲을 완전히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들기 시작한지 5일이 지난 이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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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았다.

"음"

그녀로선 만족스러운 숲의 상태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간혹 미흡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인력의 부족 그리고 자원의 부족으로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나무가 차지하는 밀도가 더 높았으면 좋겠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은 어딜가나 그리 넓지 못했다. 오히려 상당히 좁은편에 속했다. 나무들이 서로의 영양분을 먹으려 어딘가 죽어가는 나무가 속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엘라를 비롯한 엘프들도 이미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부러 나무들의 간격을 좁게 만들었다.

"지금 감당 할 수 있는건 이정도니"

엘프들이 만든 영양액은 좁은 간격으로 붙어있는 나무들의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뿌려대기에는 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이정도로 길목을 좁게 만드는게 최선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의 눈에, 간혹 너무 붙어있어 위태로워 보이는 나무들을 돌보는 엘프들이 들어왔다. 위치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그들의 주문에 의해서 나무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신기한 광경이 벌어졌지만, 그녀에게는 별 감흥이 없는 일상적인 광경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주변을 살피면서 문제는 없는가 확인하는 그 때, 한 고블린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키기익, 인간들의 접근이 확인됬습니다. 족장 부인"

고블린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엘프들을 각자의 위치로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그럼, 부탁할게요"

고블린에게 한마디를 남기고는 그녀도 자리를 찾아서 움직였다.

"키익"

고블린은 그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그도 엘프들을 호위하는 고블린들을 제외한 병력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프들은 각각 나누어지더니, 숲에서 몇 없는 거대한 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나무와 접촉하고 주문을 외운 엘프들이 스며들듯이 그리고 나무들은 그런 엘프들을 환영하듯이 몸을 불리면서 공간을 내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엘라를 비롯한 엘프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들을 호위한다는 명목으로 따라온 고블린들은 주변의 나무로 올라가 몸을 숨겨 다가온다는 인간들을 기다렸다.

엘프들이 움직일 때, 고블린들은 각자 정해진 자리로 이동했다. 나무를 심고 수일 동안 이 숲을 전초기지로 삼는 준비를 하면서 이미 각자의 자리를 정해둔 만큼 그들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그렇게 준비가 끝마쳐질 무렵, 앞서 발견한 인간들이 숲의 근처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과거의 수배는 될법한 숫자의 병사들이, 이번에는 화살의 사거리를 생각해서 숲과 떨어진 장소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 다만 인간들도 진을 치면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는지 선발대를 숲의 안으로 들여보냈다.

선발대라지만, 그들만으로 충분히 숲의 안에 있는 고블린들을 넘어서는 숫자였다. 전체 숫자가 이만에 가까워 보이는 그들 중 약 십분지 일 정도가 선발대로 숲의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숲에서 머물고 있는 고블린들과 엘프들은 모두 합쳐서 기껏해야 일천이 될까 싶을 정도로 숫자에서 지고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숲으로 들어오는 그들을 바라보는 고블린들의 표정은 평온했다. 오히려 저들이 질 것임을 확신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이유가 곧 모습을 드러냈다.

휘리릭- 핏

무언가가 날아가면서 한 병사의 빰을 긁어냈다. 뺨을 긁힌 병사는 얇은 생채기 같은 상처를 입었을 뿐이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휘릭- 휘리릭- 휘휘휘휘-

길을 걷던 병사들의 머리위로 그것들은 회전하면서 날아들었다. 내구성도, 위력도 약한 공격이었다. 갑주나 투구에 기스를 만들거나 살갗에 닿아야 간신히 생채기라도 입힐정도로 약한 공격이었다.

"으앗!"

"이게 뭐야?"

"나...나뭇잎? 이게 왜 이렇게 날아다녀?"

병사들의 눈 앞을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그것은 다름아닌 나뭇잎이었다. 별다른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나뭇잎은 병사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느닷없이 날아드는 나뭇잎의 역할은 충분했다.

쐐애액

여기저기서 병사들을 노리듯이 날아다니는 나뭇잎들. 그리고 그런 나뭇잎의 사이로 하나의 화살이, 둘의 화살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퍽- 퍼퍽- 퍽!

병사들이 입은 갑옷은 연약한 나뭇잎을 막을 수 있었지만, 강하게 날아드는 화살을 막을 수는 없었다.

"컥!"

하다못해, 대부분이 쓰고 있는 강철로 만들어진 투구를 때린 화살은 강력한 통증을 줄 뿐 살아남은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몸통과 팔, 다리에 꽂혀드는 화살은 그들이 입은 갑옷이 막아주지 못했다.

단번에 급소를 찔려 절명하는 병사가 나왔다. 팔의 힘줄을 꿰뚫려 더 이상 팔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이 나왔으며, 종아리와 허벅지를 관통해 통증으로 움직임을 막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숲의 한 곳에는 그나마 많은 수의 인원이 움직 일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나무 사이의 간격이 넓은 장소가 있었다. 혼잡한 상황에서 일단 피하려던 병사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다수가 그 장소에 들어섰고, 그곳에 만들어진 고블린들이 자주 사용하는 함정들이 발동했다.

"으아악!"

"하...함정!"

이번에 만들어진 함정들은 과거와는 달랐다. 정확히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한가지 있었다.

스멀 스멀

충분히 깊게 파였지만, 그 밑에는 그저 흙바닥이 있을 뿐인 함정은 원래라면 아무런 살상력도 없다. 하지만 무언가 기어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곳은 그야말로 탈출 불가능한 하나의 감옥으로 변하게 되었다.

무언가 기어가는 소리와 함께, 함정의 입구가 나무의 뿌리로 단단히 막혀버렸다. 더 이상 추가되는 공기도, 탈출구도 없는 죽음만이 기다리는 감옥이 만들어졌다.

그런 광경이 숲의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후퇴! 후퇴!"

이대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이 병사들만 희생 될 것 같자, 선발대의 지휘관은 연신 후퇴를 외쳤다. 그리고 그의 외침에 반색한 병사들은 연신 숲을 빠져나가려 뒤로 물러서고는, 끝내 성공적으로 숲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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