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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243화 (243/374)

243화

영역 확장

일단의 무리가 숲으로 들어섰다. 전체적으로 숲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초목이 드문드문 나있었지만, 숲이라 부르는게 그나마 알맞은 장소였다.

"구역을 나눠서 숲을 울창하게 키우는걸 우선 하도록 하죠. 각자 셋이 한 조로 짜서 각각 구역을 하나씩 맡으세요"

들어온 무리는 고블린과 엘프가 혼합된 이들로, 다름아닌 루프스가 있는 요새에서 나온 이들이다. 이번에 루프스의 지시하에 이루어지는 일의 주도권은 고블린들이 아닌 엘프들에게 있었다. 그 때문에 이들을 이끄는 대장도 엘프였다.

"여러분은 일부는 우리의 호위를, 그리고 다른 분들은 숲의 경계로 가서 인간들이 침입하는지 감시해주세요"

그녀의 지시에 고블린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퍼져나갔다. 동족도, 그들보다 강한 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였지만 고블린들은 군말없이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

지금 이 무리를 이끌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엘라였다. 오랜시간 숲속 마을에서 떠나지 않고 있던 그녀가 오랜만에 외유를 한 것이다. 그것도 루프스의 부탁에 따라서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이번에 벌일 일은 엘프들과 고블린들의 합작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숲을 이용하려는 만큼, 보다 숲에 정통한 엘프가 이끄는것이 맞다고 생각한 루프스는 그녀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고블린들도 평생을 숲에서 살았다지만, 엘프들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고블린들은 기껏해야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년이 지났을 뿐이고, 엘프들은 많이 살은 이들은 삼백에서 사백년은 살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숲을 바꾸는 것은 엘프들만으로 충분한 일이었지만, 만일을 대비해 호위 병력으로 고블린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떤 엘프가 리더를 맡든지 고블린들은 군말없이 따르기야 했을 테지만, 내심 불만이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코볼트들을 감시하면서도 은근히 불만을 품던게 그들이었기에 분명했다. 그 때 당시도 별다른 일이 없었기에 불만으로 끝난 것이지, 만일 진짜 전투라도 벌어졌다면 그 때는 괜찮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을 것이다.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루프스였기 때문에, 무리의 리더로 꼭 그녀를 꼽은 것이다. 그녀라면 엘프들 중에서 가장 강하니 무력적으로도 도움이 되거니와, 부족 내에서는 일단 루프스의 짝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고블린들이라면 충분히 그녀를 루프스를 대하듯이 할 것이라는 생각이 엘라를 여기까지 부르게 된 이유였다.

고블린들을 호위 병력 몇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숲의 경계에서 인간들이 다가오는지 감시하도록 지시를 내린 엘라는, 움직이기 시작한 다른 엘프들과 마찬가지로 숲을 살리기 시작했다.

툭 툭 툭 툭

잠시 고블린들을 가만히 있게 놔둔 그녀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손아귀에 쥔 씨앗을 일정한 간격으로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툭 툭 스윽

계속 씨를 땅에 버리는듯한 모습을 취하던 그녀가 손아귀에 쥔 씨앗 모두를 떨어트렸는지, 손바닥을 피고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손을 대고는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듯이 중얼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스륵- 스륵-

그녀가 외우는 주문에 반응하듯이 바닥에 떨어진 씨앗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씨앗은 지면으로 스며들듯이 사라지더니 그곳에서부터 싹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싹이 간신히 나오자 주문을 멈춘 엘라가 일어서더니 이번엔 씨앗이 있는 곳을 향해서 알수 없는 액체를 뿌리기 시작했다.

콸콸콸콸

고블린들의 도움을 받아 옮긴 그것들은 새싹이 돋아난 지면을 적시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적시다 못해 지면에 고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논이 만들어지듯이 새싹이 이파리만 간신히 노출시키고 액체에 잠겨들자, 엘라는 다시 지면에 손을 대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쪼르르르르

투두둑 투둑 드드득

고이듯이 모여있던 액체는 그대로 지면으로 빨려들듯이 사라졌고, 그에 반응하듯이 새싹은 자라고 자라더니, 더 이상 새싹이라기 보다는 어린 나무라고 부르는게 맞는 모습을 갖추었다.

"계속해서 자루의 영양액을 풀어주세요"

어린 나무의 모습을 갖추자, 다시 잠시 손을 뗀 엘라가 이번에는 그녀를 호위하기 위해서 남아있는 고블린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녀가 고블린들을 개개인에게 호위 명목으로 남겨둔 것에는 이렇게 보조를 위한 의미도 있었다.

각각의 자루에 담겨 있는 것은 그녀와 엘프들이 만들어둔 특제 영양액으로, 초목이 자라기 위한 보조제와 같은 것이었다.

고블린들은 그녀의 지시에 따라 자루에 담겨 있는 것들을 지면에 무작정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엘라는 다시 지면에 손을 얹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득

어린 나무의 모습을 갖췄던 나무들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이번에는 두배 세배로 커져도 엘라의 주문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나무들이 자라면 자랄수록 고블린들의 손길은 바빠졌다. 주문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나무가 커졌고, 그와 동시에 소모되는 영양액의 양도 급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지면을 적시기라도 하던 영양액이 붓고 부어도 마른 흙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소모되었다.

하루의 시간을 거의 소모하면서 일련의 과정이 지나가자,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심력을 제법 소모한듯한 엘라의 모습과 지면에 널부러진 영양액이 담겼던 빈 자루들 그리고 쏟아내느라 지친 모습을 보이는 고블린들 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주변의 나무들과 비슷한, 아니 오히려 더욱 크게 자라난 나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곳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비교적 느린 속도이긴 하나 나무들이 점점 빈 자리들을 매꾸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수일이 지났을 때, 휑해 보이던 숲은 더 이상 없었다. 나무들로 빽빽하게 들어찬 숲만이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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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드립니다!"

한 병사가 르윅 성의 성주 집무실로 들어섰다.

"무슨일이지?"

성주는 최근 병력이 대패하면서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그런만큼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고블린들이 머무는 요새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지금 들어온 병사도 그곳을 감시하던 병사들 중 하나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요새로 가는 길목의 숲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병사의 말은 그에게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요새로 가는 길목의 숲은 하나 뿐이고, 나무 하나 하나의 간격이 멀어 충분히 많은 수의 인원이 지나가도 무리가 없는 장소였다. 그리고 딱히 무언가 변화가 생길만한 장소도 아니었다.

"거기는 몇몇 동물들이나 살고있을 뿐, 이상이 생길만한 이유가 없는 곳인데?"

"아마 고블린들의 소행으로 보입니다. 몇일사이에, 숲의 나무들이 몇배로 증가했습니다"

"몇배?"

"예,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이 좁아져, 사람 둘에서 셋이 지나가기는 무가 없습니다만 군대가 들어가기에는 힘들어졌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성주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고블린들을 어떻게 해야하나 연일 회의가 이어지는 와중에 이런 소식까지 들어오자, 그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정찰은?"

지끈거리는 앞머리를 부여잡으면서 그가 병사에게 물었다.

"계속된 방해 때문에, 아무런 수확도 없이 정찰병들만 희생했습니다"

"으음..."

병사의 보고를 듣던 그는 결국 이대로는 안된다고 판단. 다시 출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노르드와 바스티온에 연락을 넣어라, 이 이상 피해를 보지 않으려 가만히 있었다만... 이렇게 되면 다시 한번 공격을 감행하는 수 밖에 없다. 일단 두 성주와 상의를 나눠야겠다"

"알겠습니다"

대답한 병사는 그대로 집무실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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