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또 다른 전투
그 뒤로는 쿠알론을 선두로 둔, 고블린들의 학살의 연속일 뿐이었다. 쿠알론의 능력으로 마법사들과 자경단은 대부분 한번에 지면에 삼켜졌으며, 어떻게든 살아남은 이들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머지 고블린들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면 마을에서 남은 생존자들은 일반 주민들 뿐인데, 이들이 고블린들을 상대로 저항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간간히 무기도 되지 못하는 날붙이를 들고 저항하긴 했지만, 모두가 고블린들에 의해서 제압되었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필요한 이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대었다.
마을이 전멸하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사실 쿠알론이 마음만 먹었다면, 그리고 동족들의 성장에 신경쓰지 않았다면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 만에 이 마을은 전멸 했을 것이다. 전투에서 주로 활동한 것은 중급 고블린들이었지만, 지금 고블린들 중에는 그들보다 월등히 강력한 쿠알론의 존재가 있었다.
중급 고블린들이 아무리 달려들어도 쿠알론 단 하나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끼치기 힘들었다. 이기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번에는 반쯤 놀듯이 나타났지만, 그가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나섰다면 고블린들의 승리는 더욱 단시간만에 마을에 있는 병력들을 전멸 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쿠알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행동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좋군. 좋아"
이번에 가장 중요한 전력인 중급 고블린들 몇을 잃은 그가 할만한 말은 아니었다.
본래라면 그렇다.
주변을 둘러보는 그의 시선에는 여전히 온몸에 그을음을 달고 있는 중급 고블린들이 있었다. 전투가 끝나고 휴식을 취하는 그들의 모습은 별로 특출나 보이는 것이 없어 보였다. 단 둘을 제외하고.
"키이, 키이"
숨을 몰아쉬고 있는 둘은 다른 고블린들과 비교했을 때, 그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주변의 다른 중급 고블린보다 한층 큰 덩치에, 푸르고 하얗게 물든 몸체는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또 하나는 머리에 뿔을 달고 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하나는 팔꿈치의 뼈가 뿔처럼 돋아난 모습을 보였다.
명백한 상급으로 올라선 고블린들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그들이야말로 쿠알론이 굳이 그들을 앞세워 전투를 치르게 만든 이유였다.
기사들과의 싸움은 격렬했다. 그리고 인간들과의 전투는 그들에게 보다 축복을 받을 확률을 높여주었다. 당연히 이번 전투에서 특히나 많은 기사들을 상대했던 두 고블린이 성장하였다.
그 밖에도 하급 고블린들 중에서 일부는 마찬가지로 중급에 올라섰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이번에 잃은 전력을 보충할 정도는 되어주었다.
"정말 보람찬 하루였군"
오늘은 더 이상 다른 마을을 공격 할 생각이 없는 쿠알론의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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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선 것은 쿠알론 뿐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트레이와 드란도 전투를 시작했고, 그들은 제라임 성에서 그들의 영역을 점차 넓혀갔다.
공격을 감행하는 고블린들은 여럿으로 나뉘어졌다. 세 고블린들이 각각 하나씩의 무리를 이끌고 있었으며, 처음 소수나마 존재했던 셋의 상급 고블린들이 각각 하나씩 무리를 이끌었다. 그 밖에도 중급 고블린들끼리 뭉치게 만들어, 그들 중 하나를 리더로 삼아 나뉘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나뉘어진 고블린들의 무리는 족히 열무리는 되었으며, 그들은 하루에 하나 이상의 마을들을 몰살시켰다. 특히나 상급 이상의 존재가 이끄는 다섯 무리들은 기사와 마법사들이 대기중인 마을을 만나지 않는다면, 하루에 셋에서 넷에 이르는 수의 마을을 습격하기도 했다.
그렇게 제라임 성의 영역이 절반 이상이 먹혀들어갔고, 그 때까지도 여전히 성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겠다는 명분으로 들어오려는 다른 성주의 군대들을 막아서는대 바쁠 뿐이었다.
///
"끄으으응"
제라임 성. 그 중에서도 온갖 서류가 들락날락 거려야 하는 성주의 집무실. 그곳에서는 한 인물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잠겨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탁탁탁탁
들고 있는 펜을 바닥에 탁탁 부딪히면서 표정을 찡그린 그는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스륵
책상에 놓여있는 한 서류를 들어올린 그는 서류를 바라보면서 턱을 궤고는 짜증을 담아 말했다.
"이 도둑놈들. 지들 속셈을 내가 모를것 같나? 젠장 이럴 때 아버지는 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제라임 성 안의 성주 집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던 그는 다름아닌, 성주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그는 성주가 고블린들을 토벌하러 가면서 그의 대행을 맡았기에 현재 이곳에서 일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보급도 안받으신지 오래됐고... 무슨 일이 벌어진건 아니겠지?"
아버지의 귀환이 늦어지자 그는 표정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가 보급도 받지 않고 있는것이 괜스레 더욱 그의 불안감을 독촉했다.
"물자는 충분히 가져가셨지만... 어휴, 지금 이런거 생각해봐야 별 소용도 없지. 일단은 이것들 부터 처리를 해야하는데..."
그는 현재 영지내의 많은 마을들이 고블린들의 공격을 받고 큰 피해를 입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는 믿었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파견된 장소도 있어 더욱 그의 골치를 썩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그에게 스트레스를 더 주는 놈들이 있었다. 다름아닌 주변의 성주들이 병력을 파견해주겠으니, 그들의 병력이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걸 양해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지금 그의 상황에서는 그런 도움도 감지덕지지만, 그의 상황이 안좋기에 더욱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도움 받으면 또 뭘 요구할지 알고? 그리고 혹시나 그놈들이 갑자기 배신때리면 어떻게 할 방법도 없어지고"
결국 그는 그들의 도움을 일체 거절했고, 현재 어떻게든 남은 마을들에서 병력을 빼내 고블린들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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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성과 쿠알론이 이끄는 고블린들의 전투가 격해질 무렵. 요새에 처박혀 있던 루프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격을 받았는데 가만히 있을수는 없지"
그는 요새의 위에서 멀리 이동하고 있는 한무리의 고블린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그런 결정을?"
그의 옆에 있던 프리트가 그의 말을 받았다.
그의 앞에서 요새를 떠나는 무리는 분명히 고블린들의 무리지만, 그들의 틈에는 소수나마 엘프들이 섞여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가는 바로 앞에는 울창하진 않고 좀 휑한 느낌이지만, 분명 숲이 있었다.
"어차피 인간들이 처들어올 때, 지나쳐야 하는 길이야. 저기에 수작을 부려놓으면 여기는 온전히 우리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
전에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다. 인간들이 언제 처들어올지도 모르며, 그로서는 엘프를 굳이 바깥으로 끄집어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한차례 놈들이 다녀가고, 생각보다도 간단히 함정들이 무력화 되는 모습은 그에게도 일종의 충격이 되어주었다.
당연히 그로서는 다시 똑같은 함정들을 만들기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처들어오는 이들을 막을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저 멀리 희끗하게 보이기만 하는 숲이었다. 이미 한번 조사를 마치면서, 휑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쯤은 엘프들을 이용하면 울창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저곳에 루프스의 목적을 이루기는 더욱 수월해 질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는 그 숲을 경계로 잡고 처들어오는 인간들을 격퇴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전초기지를 세우기 위해서 지금 고블린들과 소수의 엘프들이 지금 막 요새를 떠나고 있는 이들이다.